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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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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2-11-14 22:51

본문

발터 벤야민은 그의 논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아우라'가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기술복제 시대에는 예술작품에서 아우라가 사라져버렸고, 이를 주도한 것이 사진이다'라고 했습니다.
유일무이한 것이 아닌 사진의 복제가 아우라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에서는 아우라를 어떤 존재의 존재감, 혹은 권위, 분위기 등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진에서의 아우라는 사진가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서 사진가의 존재감 즉 아우라는
다른 사진가와 구별해주는 개인의 특성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벤야민은 사진이 아우라를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이라고 했습니다.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는 유일무이한 작품에만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합니다.
아무리 복제를 해도 사진의 원래 특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고흐나 기타 알려진 화가들의 인쇄된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벤야민은 아우라를 종교적인 관점으로 해석했으므로,
복제를 한 것에서는 원작에서 느끼는 경외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바로 그런 차원의 해석인거죠.


그럼에도 사진은 여전히 아우라를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디지탈 사진이 보편화된 요즘 사진은,
작가의 존재를 상징하는 이미지라기 보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생산품인 것같습니다.
그 이유는 사진을 만드는 절차 중에 작가의 고뇌가 깊이 있게 반영되는 것보다,
촬영 후 디지탈 이미지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소위 손재주만 부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진가의 의식은 더 이상 발품을 파는 브레송같은
거리 사진가도 아니고, 빛을 흑백 톤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고민했던 안셀 아담스도,
아프리카 유황탄광에서 유황냄새를 맡으며 노동자들을 촬영하던 살가도도 아닌 듯 합니다.


촬영하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즘은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 몰입하는
작가 정신과 신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자긍심이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요즘 호주 출신의 여성작가 캐더린 넬슨의 디지탈 이미지 전시가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갤러리 나우의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여성 작가죠.

디지탈 사진기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후에 디지탈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후작업을 해서
어안렌즈로 촬영한 것같은 원형의 이미지를 마치 우주에 떠있는 지구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그녀는 그녀의 작품을 사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디지탈 이미지라고 합니다.
디지탈 아트라고 하죠.

디지탈 이미지와 사진의 구분은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탈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변형시키는가 아닌가'로 결정됩니다. 이때의 변형이란 촬영된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상상이나
물체를 만들어 넣는 것도 물론 해당되지만, 가장 핵심은 빛(칼라)을 변형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디지탈 아트에서는 작가의 창의력이라고 하며,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인정합니다.
사진도 그래야 하나요?

사진의 아우라는 빛에 의해서 표현되어 집니다. 빛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과정 중에
사진가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융해되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사진은 어찌되었건, 필름이건 디지탈이건, 표현된 이미지에서 작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냐 아니냐,
자연스러운 빛이 존재하느냐 아니냐, 감성적 접근이 되느냐 아니냐, 이미지 프로그램의 손작난이냐
아니냐로 구별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러운 빛을 잃어버린 사진은 '존재의 증거'도 아니고, '존재의 의미'도 아닙니다.
소묘(뎃상)일 뿐입니다.

자연의 빛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디지탈 혹은 아날로그 사진인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손작난으로 디지탈 소묘를 추구하신다면 디지탈 아트 동호회로~! Go Go 씽~하시고요.
저도 그리 가다가 되돌아 왔습니다. 거긴 감성이 건조해져서요.
추천 0

댓글목록

허영주님의 댓글

허영주

아우라에 관한 장문의 글타래를 여시는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발품을 파는 브레송같은 거리 사진가와, 빛을 흑백 톤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고민했던 안셀 아담스, 아프리카 유황탄광에서 유황냄새를 맡으며 노동자들을 촬영하던 살가도....등의 전통의 맥을 잇는

사진 지킴이로써 애틋함도 느껴집니다
'자연의 빛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디지탈 혹은 아날로그 사진인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말씀 하신 걸 보면 특별히 디지탈이나 아날로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쓰신 글도 아님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아우라에 대하여 더 깊은 말씀을 기대하고 일독을 하였사온데 손장난에 대한 비난으로
마무리를 지으신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디지탈이건 아날로그 이건 간에 찍을 때의 작가정신을 실종 시키는 후 보정 또는 지나친 기술적 변형등을
경계하시는 말씀으로 이해 하려 합니다

카메라가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이 사진의 정통성을 말 할 수 없었듯이
때때로 정통성이라는 것이 어느 싯점을 기준으로 하여 생겨 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스스로도 경험하지 못 하였던 사실을 유추하여 정통성으로 미화 하는 경우도
종종 없지 아니 하다고 여겨 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브레송은 빠른 사진을 위하여 오토포커싱 메카니즘을 갈구 한 적은 없을까'??
'현상과 인화를 거치지 않고 찍은 사진을 확인 할 수 없어서 갑갑 해 하지는 않았을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는 빠른 디지탈 세상에서 아날로그 세대는 지쳐가고 그것이 다시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향수를 불러 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여깁니다

세상은 끊임 없이 진화 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바뀌어 간다고 생각하면
누가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 가든지 쉽게 옳다 그르다를 평가 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필름과 디지탈을 오가며 그 장비들과 찍고 싶은 물질들과 잘 지내며
사진생활(?)이라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장황하게 쓸데 없는 말들을 늘어 놓은 듯 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중요한 것은...아무생각없이 촬영하고 난 뒤에, 이를 어떤 생각을 하였는 것처럼 뒷보정을 하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어떻게 표현하고자 소재를 준비(촬영)하고, 이를 원했던 이미지로 완성해주느냐의 차이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저 아무생각없이 촬영하는 느낌보단, 이런 이미지를 완성하고 싶은데 소재가 어디있나...하는 것은
좀 차이가 있을 것같습니다.

단지, 필름이냐 디지털이냐의 개념보다는 그 목적의식이 있었는냐 아니면 그저 버튼만 눌렀을 뿐인가..
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필름사진만을 고집해온 저로서는 디지털사진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디지털에 사진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볼려고하도 하지 않고 가까이 가볼려고도 하지 않는 제 자신이
편협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끝나지 않을 고민도 하게 됩니다.

사진생활을 하면서
아우라가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진촬영에 임하면서 가지는 마음의 자세,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생각과 즐거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사진으로 많은 즐거움을 느끼시면 디지털로
필름사진으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시면 필름으로 가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필름이 사라지면, 저는 사진을 접고 색소폰 연주곡 배우는데 깊이 빠질까합니다.
물론 그전에 모든 장비는 방출하고요...팔리지도 모르겠지만......

선배님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재국님의 댓글

이재국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사진예술에 관하여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문명은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디지탈 사진에도 작가의 혼과,존재감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진화 하지 않을 까요,
취미로 사진과 카메라 만지기를 좋아하는 저는 아직도 옛날 카메라를 즐겨 사용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충무로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나뵈서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이재국님의 댓글

이재국

[quote=손창익;301727

저는 필름이 사라지면, 저는 사진을 접고 색소폰 연주곡 배우는데 깊이 빠질까합니다.
물론 그전에 모든 장비는 방출하고요...팔리지도 모르겠지만......
[/QUOTE]

손창익님,
필름 사진과 색스폰 연주를 함께 깊게 빠저 보시지요?
시각예술과 청각예술, 멋 있지 않아요?
저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하모니카를, 2학년때 처음 사진을 접하고,
고등학교 시절 아코디언을 배우기를시작해서 지금까지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년말이 닦아 오면 동창회 송년모임에 사진 찍으랴, 아코디언, 하모니카 연주하느라
바뿌게 보낸답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이런 의견들을 자유롭게 써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판단은 읽는 분들의 몫이니...

이재국 선배님. 좀 섭하셨죠? 차도 한 잔 안하고 헤어졌으니...
다음엔 차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시다. 감사^^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저는 디지탈을 시작하고 나서 현상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디지탈의 편리함과 대조적으로 현상 과정을 통해 나만의 데이타를 통한 최소한의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글을 읽고 또 감화가 큽니다.

예술의 세계에서의 진정성과 순수 예술에 대한 투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늘 있어왔습니다.
폴 스트랜드등의 순수 예술 작가들이 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모토로 사진을 지켜왔던 것처럼
우리도 사진의 사진적 기능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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