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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이 이상한 인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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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12-11-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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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물체를 이루고 있는 기초 소자는 원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의 특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기초 소자는 분자이고요.

분자는 스스로 변하기도 하고 외부 영향(화학반응 등)을 통해 변하기도 하지만,
뭣보다 손으로 만질 수가 있다는 거죠. 물질은 스킨쉽이 가능하거니까요.

며칠 전에, 예전 디지탈로 촬영해서 포토샵으로 이렇게 저렇게 마우스 커셔를 마구 클릭해서
만든 칼라 이미지들을 제 사이트에 정리하면서, 좀 엉뚱한 상상을 했습니다.

디지탈 이미지 소스는 '0, 1'이잖아? 0.1.0.1.0.0.0.1.1.......그럼 사진 속에서 보이는
나무도 사람도 하늘도 물도 같은 0.1이네 결국? 어 이게 뭐야? 디지탈 음악도 0.1.이고...

일러스트로 그린 모든 것들이 모두 같은 0.1.이고...컴퓨터로 접하는 모든 정보가 0.1.....
그럼, 라이카클럽 사이트에서 보는 모든 글과 사진, 심지어 회원 이름, 이미지까지도...

그렇군, 우리가 보고있는 이미지는 모두가 0.1로 만든 허구의 색이고 허구의 세상이네.
만.질.수.없.는.거.잖.아!!!

너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소스, 0.1
너무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소스 0.1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라 形도 色도 냄새도 없는 비물질인 0.1.이
세상 모든것을 구성하고 창조하고 지배하고, 인간의 의식과 감정마저 조종하고 있다니!!

아하~~ 그랬어. 맞아. 그래서 내가 디지탈 이미지에 구토를 하는거야.
내가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도 말이야.

.......그래서 아주 오래 전,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엉터리 노출로 어설프게 찍은 사진,
색이 바래서 형이 구분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오래된 앨번 속 사진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낡은 앨범 한권 가슴이 끌어안고
야인처럼 조용한 곳으로 몸을 감추려고 시도해보려 합니다만,
컴퓨터와 핸폰이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데 숨는 게 가능할까요?

해서 이쯤에서 저는 '신실존주의'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모든 생명과 존재의 근원이 되어버린 0.1.을 상대로,

인간 존재를 회복하기 위해 아우성치는 까뮤나 사르트르,
더 나가서 "0.1'은 허구다! 우린 시쳇놀이를 하는거야!"라고 외치는 신세대 니체가 나타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슈퍼컴을 박살냈다!"라고 외치게 될런지도 모른다고...

그래요.
아라비아 해안가에서 태양이 눈부시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하고,
현실적인 삶을 지독히도 저주한 뫼르소처럼

제가 디지탈 이미지, 디지탈 환경을 뫼르소가 저주한 현실 상황으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 인간의 감성, 영혼 모두 건조시키는
아라비아 해안처럼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교감의 알고리즘이 바뀐 이곳이 지겹습니다.
의미없는 싸구려 디지탈 사진을 쓰레기처분 하듯 마구 뿌려대는 인간들이 싫고,
아니 그보다 그런 보편화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란 인간이 너무 역겹습니다.

"거친 감촉, 따뜻한 온기, 폭소, 눈물, 한숨, 짠 땀내, 미친 사랑, 한서린 통곡,
깊은 고뇌. 이런 삶의 상징을 날카롭게 느껴보고 싶은데, 감성이 너무 메말라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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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디지탈 사진에서 디지탈 문화비평으로 나아가서 디지탈화된 인간까지 언급한
글을 잘보았습니다. 디지탈시대의 인간은 아나로그시대의 인간과는 다른것같습니다.
제일 처음 디지탈과 아나로그의 차이를 논하던 주제가 LP와 CD의 차이로 기억이납니다.
취향의 차이로 전락해버린 아나로그와 디지털의 차이.
누군가 디지탈의 기계를 만들면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영향을 미치게되는것같습니다.
디지탈 카메라도 이제는 누구도 막기 어려운 하나의 조건이되었습니다.
아직은 우리 라이카크럽에서 아나로그 필름 사진이 홀대받는 그런 때는 아닌것같습니다.
글을 쓰신분은 디지탈 사진보다는 디지탈화된 인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으신 것같습니다.
.........대부분 공감하고있는 이야기같습니다. 다음번엔 프랑스와 빠리의 사진 이야기를
연속으로 좀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신용승님의 댓글

신용승

적어도 아직 우리세대에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그것에 대한 기억, 그리움' 같은 것들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만... 지금 갓 태어난 아이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러한 감성이 전해질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어차피 우리의 일상에서 '디지털'이란 거스를 수 없는 기술적 흐름이니.. 그것이 옳다/그르다, 당연하다/아쉽다.. 할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다만, 디지털시대에도 휴머니티를 유지하고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디지털 사진이라도 그것이 휴머니티를 담아낼 가능성이 있는 매체임에는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끝으로 제가 최근에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에피소드 #1) 얼마전 동생네 식구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채 두살이 되지도 않은 사내아이가 계속 칭얼거리다가는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더니 거기에 몰두해서는 조용해지더군요..요즘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우리 어렸을적 꿀단지쯤 돼는 거 같았습니다.. 비록 디지털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콘텐츠에는 어린 순수한 감성을 건드리는 요소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그러면서도... 그런 아이들이 커서 나중에 갖게 돼는 휴머니티와 우리들이 갖고 있는 휴머니티가 과연 동질적일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에피소드 #2) 제가 사는 집앞에 LP bar가 하나 있는데요..가깝기도하고 해서 간혹 들르곤 합니다. 근데 그곳에 LP판은 달랑 300여장밖에 없고.. 신청 음악의 거의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틀어 준다는...ㅜㅜ 그래서 쥔장에게 간판을 '인터넷 뮤직바'로 바꾸시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전 여전히 술먹고 음악들으러 거기 갑니다. 바로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에 낑겨 사는 우리세대의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자 비애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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