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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3만원짜리(?)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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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현식
  • 작성일 : 06-11-29 06:39

본문

아버지와 카메라에 얽힌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많이 올려주셔서 가슴 따듯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득 떠오른 제 아버지와 카메라에 얽힌 추억도 하나 적어볼까 합니다.



약 17년전,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몇 달 남지않은 어느날,

며칠전부터 "카메라 새로사면 우리 현식이 찍어주고 좋겠다" "카메라 하나 살까" "우리 카메라 너무 오래되서 안좋아" 하며 어머니를 귀찮게(?) 하시던 아버지가,

하루는 나갔다 들어오시더니 카메라를 하나 들고 오셨습니다.


"당신, 그게 뭐야?"
"아, 현식이 찍어줄려고, 나갔다가 엄청 싸게 팔길래 중고로 싸게 샀어"
"얼마짜린데?"
"응, 3만원(정확합니다)"
"어휴, 카메라 있는데 왜 또 사~ "
"이거 나온지 오래된거고 중고라서 5만원짜린데 2만원 싸게 샀어, 초점도 자동으로 잡히고~ @#$@"
"알았어, 현식이 입학식날 찍어주면 되겠네, 근데 중고치곤 깨끗하네~"


이런 정도의 두 분사이에 대화가 오갔습니다.

싸게 샀다고 자랑하신 아버지는 카메라를 만지고 또 만지셨습니다.


얼마후, 저와 어머니 단 둘이서 카메라를 들고 동네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자동이라 어머니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고 기뻐하시면서 절 모델로 '출사' 나가신 거지요 ^^

저와 어머니...무척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길가던 아저씨가 접근하기 전까지는...




사진에 조예가 깊어보였던 그 아저씨는 , 어머니가 들고 계시던 그 카메라가 '독일제의 무척 좋은 카메라' 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어머니의 5만원짜리 아니냐는 말에는 "그거의 10배도 넘는다" 라고 말씀 해주셨고,

최신모델이라서 중고도 없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

저는 아버지의 '3만원에' '중고로' '나온지 오래된' ...같은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표정이 무서워서 얼른 집으로 도망왔습니다.


그날 밤, 퇴근하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차마 적지 못하겠습니다. 기억도 잘 안납니다.

그 카메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게되었고, 저도 잊었습니다.



얼마전에 문득 그 사건이 생각나서 어머니께 카메라의 행방에 대해 여쭈니 '그 다음날 산 곳가서 돈으로 받아왔다' 하셨습니다.

아버지께는 차마 못 여쭙겠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사진을 찍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제 M6가 15만원짜리인줄 아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아마 아버지를 닮았나봅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글을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좀 슬프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아마 아버지를 닮았나봅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오면서 한편 저도 뜨끔했습니다.
좋은 카메라로 부모님 그리고 여자 친구분 사진 많이 찍어 주세요. 그리고 기회가 닿으시면 아버님에게 카메라 하나 장만해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시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Yun Sun Byon님의 댓글

Yun Sun Byon

카메라를 구입하신 대부분의 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 합니다.
저 역시...

이희승님의 댓글

이희승

전 항상 여자친구에게 사실대로 말합니다..
카메라 가격 현상비 필름비 인화비 등등..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해야 서로 오해도 생기지 않고 더 좋은 관계가 지속되지 않을까요 ^^
유일한 취미인 사진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뭐라고 할 여자친구이면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사진찍는걸 더 좋아합니다.. 어제도 충무로에 데리고 나가서 현상은 어디서 하고 필름은 어디서 사고 다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없어도 할 수 있도록..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이 즐거워 하니 더욱 즐거워진것 같습니다..
한번 거짓말하면 사소한 것까지 거짓말을 하게 되니..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

물론 현식님 아버지처럼 가족이 있으신 가장의 자리에 서게되면 아름다운 거짓말도 필요하긴 하지만요 ^^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어휴~나랑 똑같어 0 한개 빼고 이야기 하다 가격이 높으면 10분의 1로 축소도 시켜보고
조선시대 막사발 깍고깍아서 12만원에 구입했는데 3천원에 사왔다했더니 각시 친구가 만원주고 가더라며 자랑....미쵸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 재미있게 읽으면 안 되는 글 같기도 한데..
라이카 사람들이 보면 싸다고 생각할만도 하지요. 단순해뵈고 크기도 작고 .. 특히 나온지 몇십년 되는 것들은 구닥다리처럼 보이니, 오히려 제값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공하나 빼고 이야기하는게 더 잘 먹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찬님의 댓글

김찬

참 부자 이십니다...
삶이 퍽퍽하지 않아서 마음대로 물건을 사고, 주고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정말 좋은재산을 가슴에 품으셨군요....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즐겁게 읽었고..
마음까진 따듯해 졌습니다..

서일홍님의 댓글

서일홍

잼있네요.. 가격은 금기사항이죠..
사실 좀 나가자나여.. 졉

김민철/Martine님의 댓글

김민철/Martine

저는 아내에게 지금 갖고있는 M 바디와 렌즈에 대해선 사실대로 가격을 알려줬습니다.
비자금으로 산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 허락받아 산거라...
근데 딱봐도 비싸게 보인대요. ㅠ.ㅠ

그리고나서 나중에 비자금으로 T3 장만할 때는 차마 그 가격을 말 못하겠더라구요. ㅠ.ㅠ
못보던 카메라가 갑자기 생긴 것을 알고서 가격을 묻길래...

"에이 이거 똑딱이자나... 이것봐 요즘 디카처럼 액정화면도 없고... 오래된 구형 필카 똑딱이야.
10만원 달라는거 내가 깎아서 6만원에 샀어... 이거 당신이 쓸래?"

흥미없다는 듯이 그냥 넘어가더군요. ㅡ,.ㅡ;
지금은 팔았지만 아마 그 당시에 아내가 인터넷 검색창에 "T3" 라고 조회만 한번했더라면... 흐흐~ ㅡ,.ㅡ;
암튼 왠만하면 안 속일려구요.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미안해서...

이근재님의 댓글

이근재

아마 대한민국 남성들 특히 혼자 취미를 즐기시는 나이 많이 드신 남정네들 심정은 김 현식 아버님의 마음과 비슷 할 겁니다. 나도 얼마전에 35mm lens를 하나를 구입하면서 집사람이 얼마주었느냐고 묻길래 싸게 50만원. 다들 아시지않아요 lens값을 ? 이제 끝내야되겠네요. 이 내용을 마누라가 보기전에.. 감사합니다.

김대석님의 댓글

김대석

이래서 제가 오프모임에 제 마눌과 함께 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신재성님의 댓글

신재성

ㅡㅡ;;;;

저도 뜨끔했습니다.
M7이 오래된 중고카메라며 가격이 $200 정도 한다고 믿는 제 여자친구와
IIIf은 너무 오래된거라 벼룩시장에서 $20에 사왔다고 믿는 제 어머니.....
그리고 여러 렌즈들...

아무래도 전 허풍쟁이, 뻥쟁이, 양치기소년 인가봅니다. ㅠㅠ



이런 힘든(?!) 사연을 가지신 분들끼리 단체로 부부 모임을
하시는것도 좋은 계획(!!!!!!) 일겁니다. ㅎㅎㅎ

전한수님의 댓글

전한수

아아...
왠지 아련해집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과거 사진을 좋아하셨지요.
20여년전.. 캐논 수동기를 쓰시다가 무슨일이신지 정리하시고
그 이후로 삼성 똑딱이로 가족들의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로망이 니콘 F2AS였습니다..
근데 눈도 안좋고 하신 아버지께 수동기는 무리일 것 같아
이번에 형과 같이 F4s에 기본렌즈 선물해 드렸습니다.

돈만 좀 더 있었더라면 F6에 28-105 뭐 이런것들을 준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데 너무 좋아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아버지 손을 꼭 잡아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kimkihyun님의 댓글

kimkihyun

저는 곧이 곧대로 말합니다.
왜 또 다른 카메라가 필요한지.
내것과 그것은 왜 다른지.
어떠한 장점이 있으며, 그 결과물은 어떤 연애인의 어떤 사진과 비슷한 결과를 내 놓는다던지.
등등요.
와이프는 고개를 끄덕여 주며,
술도 못마시는 저에게 유일한 낙은 사진이라는걸 알기에 그냥 사줍니다.
조만간 T3도 하나 삽니다.
(결국은 제가 팔불출이라는 증거가 되는군요. ^^)

김일훈님의 댓글

김일훈

저는 형수님들 사이에서 재벌 2세로 통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임에 있는 형들이 카메라나 렌즈를 구입하면.. 제가 사서 얼마 안 쓰고 싸게 넘겼다거나.. 저에게 무기한 임대를 해 왔다거나..

가끔 형수님들 만나면..
돈 많은 티 안 내고 겸손하고 수수하다고 그러시죠.

이세욱님의 댓글

이세욱

으흐흐... 좀 서글프기도 하네요.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들을 그렇게 찍어주고 싶으셨을텐데.... 전 장가가기전에 필히 풀셋(?) 맞춰놔야겠습니다. ㅎㅎ
(그래봐야 원바디에 렌즈 서넛정도...)

최진철님의 댓글

최진철

예전에는 저희 집사람은 물어보지도 않는데 "오늘 이옷 할인점에서 철지난 것으로 5만원 주고샀어"이럽니다. "그래?"하고 씩 웃어줍니다."아니야! 진짜야"그러면 "그래 알았어,누가 뭐래?" 저도 마찬가지로 무조건 10만원 미만으로 말합니다.집사람이 "진짜 얼마야?"
그럽니다.그럼 정색을하고 "진짜래두" ㅋㅋㅋ
이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서로 가격을 물어보지 않습니다.(둘다 선수가 됬지요^^)

김홍민님의 댓글

김홍민

예전에 여친이 있을때 m3를 샀었습니다.
그때 전 역시 그녀에게 먼저 자랑을 했죠.
근데 그게 얼마주고 산거야 물어봤을때
차마 애기 하지 못하겠더군여.
마찮가지인가 봅니다.

이성재Rol님의 댓글

이성재Rol

이 글과 리플들을 보면서 저또한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네요...
처음에 살때는 바디는 무조건 25만원 랜즈는 써비스...ㅋㅋㅋ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아... 와이프와 저는
학교다닐때 같이 사진부 활동을 잠시 했었다는... 웃으며 넘어가는
집사람이 얼마나 고마웠던지...이러다보니 이제는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그때 와이프는 야시카 FX모델을 저는 니콘 FM을...

손영대s님의 댓글

손영대s

많은 분들이 알고도 그냥 넘어가시는 것이겠죠..
좋은 물건은 비싸보입니다..-_-;;

시계나 보석 자동차..심지어 만년필도 그렇고..^^

정무용님의 댓글

정무용

김현식님, 퍼가도 되지요?
다음카페에 '인천교원사진연구회' 클릭하면 '강화도령'이 나옵니다. 제 아이디입니다.

배기웅님의 댓글

배기웅

13번 댓글... 김대석님의 글...
"이래서 제가 오프모임에 제 마눌과 함께 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거 읽고
5분동안 혼자 웃어 댔습니다...

한상귀님의 댓글

한상귀

ㅋㅋㅋ
중고 거래시에는 절대 마눌님과 같이가서는 안되죠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마눌님과 같이
Zeiss Ikom 판매하러 충무로에 같이갔다가 가격을 듣더니 기겁을 하더군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거 무슨 돈으로 샀었냐는 추궁이 뒤따릅니다.
운이 없으면 판매금까지 빼앗길 수도 있다는... ㅜ.ㅜ

윤선형님의 댓글

윤선형

귀여우십니다 다들......ㅋㅋ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렌즈때문에 싸우시던게 생각나는군요.. ㅋ
사진관을 어머니랑 같이 하셔서 저희 아버지는 참 곤란하셨겠네요 ㅋㅋ

이주형0202님의 댓글

이주형0202

저는 라이카가 아직 하나도 없는데, 여자친구가 나중에 혼수로 M8과 35룩스를 사주겠답니다. 제가 돈 모아서 사겠다고 했지만..말만 들어도 기특합니다



인용:
원 작성회원 : 김현식
제 M6가 15만원짜리인줄 아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아마 아버지를 닮았나봅니다.


김현식님 여자친구 생기신거 이제 알았네요 축하드립니다.

조병덕님의 댓글

조병덕

렌즈살때 보통 가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제 사무실 책상 서랍에 있는 IIIf는 차마 말을 못꺼내고 있습니다.
와이프 연수갔을때 몰래 지른거라서요..^^;;;

가격 얘기하니..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봤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한 6개월 정도 전이었나?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카메라 골라주러 온 모양이더라구요.
갑자기 진열되어 있는 카메라를 하나 가리키며 "저런게 작아도 사진 잘나와..."라고 말하더군요.
여자친구가 가격을 물었더니 쥔 아저씨 왈 "300만원이요"
표정을 보니 여자는 어이없음이요, 남자는 무안+쪽팔림 이더군요.

어떤건가 슬쩍 가서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빨간색 라이카 동그라미가...ㅎㅎ

너무 잘 알아도 문제지만 너무 몰라도 문제일 거 같더라구요.

김현식님의 댓글

김현식

큭... 이 게시물 적었던 작년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곁에 있었습니다만

그 뒤 얼마후부터는 주욱 없습니다 ;;;

예전 게시물이 다시 올라오니 재미있네요 ^^ 이주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인용:
원 작성회원 : 이주형0202
저는 라이카가 아직 하나도 없는데, 여자친구가 나중에 혼수로 M8과 35룩스를 사주겠답니다. 제가 돈 모아서 사겠다고 했지만..말만 들어도 기특합니다





김현식님 여자친구 생기신거 이제 알았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주형0202님의 댓글

이주형0202

아이쿠 죄송합니다.
아직 라이카 클럽 게시판 UI에 적응을 못해서...
작년글이었군요.
새로 댓글이 달리면 윗쪽에 글이 뜨는 것을 깜빡해서..
새 글인줄 알고 댓글을 달았네요 ^^

곧 더 사랑스러운 인연을 만나시길 기도드립니다.

인용:
원 작성회원 : 김현식
큭... 이 게시물 적었던 작년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곁에 있었습니다만

그 뒤 얼마후부터는 주욱 없습니다 ;;;

예전 게시물이 다시 올라오니 재미있네요 ^^ 이주형님께 감사드립니다

Marcus/이정기님의 댓글

Marcus/이정기

이주형님 때문에 이런글을 저같은 사람도 읽어봅니다..

지금 읽는데 왠지 그 사진에 조예 깊으신 분이 조금 원망 스럽네요.헤헤...

(지금 이분위기에서 웃으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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