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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재앙?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정재식
  • 작성일 : 06-11-27 20:02

본문

로버트 카파...
종군사진작가로 스페인 내전, 2차 대전, 베트남전에서
기념비적 사진을 남겼고... 베트남전에서 총격받아 사망했지요.
평생 라이카를 썼고(마지막 죽을 때만은 콘탁스를 떨어뜨렸더군요.)
전쟁터에서 군인들보다 더 앞서 달렸습니다. 카메라만 들고서...


그가 또 한 명의 전설적인 포토그라퍼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함께 만든 매그넘 클럽... 그 계승자들에 의해 세계의 갈등 현장
도처에서 목숨을 건 긴장감 높은 사진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Magnum In Motion 싸이트 참조)
이런 노선을 '카파이즘'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이번 남중국 여행에서 카파도 썼던 라이카 M3가 화를 불러왔습니다.
문제 현장에 개입할 의사는 없었는데... 그저 항주의 새벽...
깨어나는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말썽이 납니다.

호텔 앞 거리 사진을 찍다가... 옆에 예쁘게 가꾸어진 채마밭이 있어
들어갔는데... 어떤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다가옵니다. 카메라를
발견하더니 달려 들어 빼앗으려 합니다. 황당했지요. 제가 놓지 않
자 집을 향해 소리를 지르니, 할아버지, 청년 한 명이 더 달려와 카
메라에 매달리고, 나중에는 육집이 나가는 아주머니 한 명이 더 가
담해 멱살잡이를 하고 목을 조르고 엄지손가락을 꺾고... 그래도 포
기하지 않고 그들을 끌고 큰 거리 쪽으로 겨우겨우 나오며, 해체한
집의 벽돌을 고르고 있는 노동자들과 거리의 사람들에게 구명을 요
청했지만, 구경만 합니다.

손가죽이 벗겨지면서도 카메라줄을 놓지 않자, 한 명이 들어가 칼
을 가져와 끈을 끊고 끝내 탈취를 합니다... 참 황당하고 화가 나더
군요. 몇 마디 긴급한 말을 익혀오지 않은 불찰도 크긴 합니다만...
이럴 수가 있나... 호텔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공안'을 데려오
라고 하던 것 같았습니다. 자랑스런 인민공화국의 추한 모습을 찍
었다고 이러나... 개방된 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의식이 있을까?
노인들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셔츠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비틀린 양쪽 엄지가 퉁퉁 부어 오릅
니다. 벗겨진 손바닥에서는 피가 나고, 밟힌 신발은 진흙으로 그
득합니다.

기운을 내야 해서 호텔에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하고, 그제서야 깨
어난 현지 가이드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난감해 합니다. 해
결 가능성이 낮다, 공안에게 이야기해도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잘 안 해 준다고 했지만, 전 공안까지라도 가겠다고 완강하게 나
갔습니다. 일단 그들 사는 곳을 아니까 찾아가 보자고 했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가이드와 함께 헐린 옛 주택 가운데 한 채
남은 복합 주택으로 찾아갔더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침 식사
를 하고 있더군요. '맞은 놈은 발뻣고 자도, 때린 놈은 웅크리고
잔다'고 했는데 밥이 넘어가?

가이드가 뭐라 설명을 합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더군요. 한참
이야기하더니 가이드 이름과 직장을 적어놓고 나서 카메라를 내
놓더군요. 네 명과 제가 서로 당겼는데도 망가진 곳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구성은 M3, Dual Summicron 5cm, Original grip)

상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모두 헐렸는데,
이 집 세입자들은 퇴거를 거부하며 마지막까지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이 집을 찍었다고, 개발자측
에서 보낸 사람으로 알았다는 겁니다. 듣고 보니, 그들의 피해 의
식이 이해가 갑니다만, 그러다 생사람 잡을 번한 것은 너무한 것
은 아닌가?

사진 찍다 필름 빼앗기고, 얻어맞고,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죽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긴 합니다. 그럴 용의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
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이구요. 이 은빛으로
빛나는 묵직한 카메라가 불러오는 재앙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
았습니다. 시선을 덜 끌기 위해 검정색으로 도색을 하거나, 검정색
테이프를 바르기도 하는데...

항주 -> 서당 -> 상해로 이어지는 중국 남동부 여행에서 돌아왔
습니다. 무사하게 돌아오지 못해 이렇게 긴 귀환 보고를 드립니다.
아이고 손가락 쑤셔...
추천 0

댓글목록

이영갑님의 댓글

이영갑

그분들 눈에는 라이카가 냉엄한 고발자로 인식되었나 보군요.
생계가 달린 문제였으니, 눈에 쌍심지를 켤 것은 자명했을 터,
역지사지의 심정을 헤아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십니다.

◀서정훈▶님의 댓글

◀서정훈▶

그래도 찾으셨다면 다행이네요

전 요즘 대놓고 찍는 연습을 하고있습니다.

최한가람님의 댓글

최한가람

한국에서도 비슷한듯 합니다. 제가 예전에 갔던 광주의 양림동(?)의 철거지역도 끝까지 남은 주민들이 골목사진을 찍고 다니고 있던 저에게 뭐라고 그러더군요. 혹시 감정평가 사무소 같은데서 나온거 아닌가 하면서 말입니다. 어쨋든 먼 타지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현래님의 댓글

조현래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카메라도 찾았고 그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지 않습니까. 외국이니만큼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사진 많이 하십시오.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3월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장기여행을 앞두고 있는터라 좋은 참조가 되겠군요.
몸 안다쳤으니 천만 다행입니다....찿은 카메라와 오랜인연을 맺기를.......

양주환/비빔면님의 댓글

양주환/비빔면

큰일당할뻔 하셨네요.. 여기서도 그런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만..
제가 아는분은 어느 빌딩건물을 찍는데 경비원이 와서 그냥 카메라 뺏어서 필름을 쭉
뽑아버렸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 (경비원이다보니 무장을 하고있었나 봅니다.) 그냥 돌아왔답니다.

말도 서로 잘 안통하는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해나 폭력사태도 생기기 쉽죠..
스피드 티켓 끈으러 새운 경찰한테 차에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을 못알아듣고 행동하다 수갑채우고 연행되는 일도 있고...한국처럼 함부로 차에서 내려 얘기하거나 하면 골치아픕니다.

카파는 지뢰를 밟아 사망한걸로 알고있는데요??

심종원님의 댓글

심종원

정말 황당하셨겠습니다...

그러나 뭐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저도 아파트 경비원에게 쫓겨난 적도 있고(제가 사는 아파트 였습니다.. ) 한번은 흥XX명 빌딩 안에 로비장식이 멋지길래 그 앞에서 사진찍으려다 야단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박물관도 아니였는데 왜 그렇게들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아파트 경비원은 저에게 도둑이 사전답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더군요.. 허.. RF로 침입로를 계산하는 도둑이라...

성연창님의 댓글

성연창

크게 다치시지 않고, 또 카메라도 무사한게 다행이네요.

안그래도 조만간 인도 여행을 계획중인데, 이런 글 보면 겁이 납니다. 낙타 사파리 중에 사막에 버린다는 얘기도 있고 카메라 도난도 심심찮에 들리고, 그래도 멋진 사진들 많이 남기셨겠지요.

박경주님의 댓글

박경주

크게 안 다친 것이 다행이네요 또 카메라도 무사히 찾으시구요..

심종원님 말처럼 한국도 비슷합니다.

어느 건물의 외벽면에 비친 빛을 찍으려다 한소리 들었습니다.
찍으면 안된다고 하더군요..이유는 묻지말라고 하면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처럼 사진 찍어서 침입하려는 것으로 생각한건지...^^;;;

M3 장은석님의 댓글

M3 장은석

정말 다행이시군요...하지만 글은 참 재미있내요...박진감도 있고 좋아요

박계용님의 댓글

박계용

일단 다치지 않으신게 ...

다행입니다.. ^^





......

카파는 평소에 콘탁스를 즐겨썼고..
지뢰를 밟고 사망한걸로 알고있습니다만...
흠흠;;;

송호석님의 댓글

송호석

정말 다행이시네요~~
가이드라도 해결을 해주셨으니 다행입니다...
배낭여행이나 개인여행이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 ^^

조영만님의 댓글

조영만

카메라를 무사히 찾아 정말 다행입니다.
거리 사진 찍다 보면 행인들과 시비도 자주 붙고 혼나기도 하고ㅠㅠ
그럴땐 정말 카메라를 인체에 내장하고 싶어요. 눈 한번 깜빡이면 찍히도록..

정재식님의 댓글

정재식

카파가 지뢰 폭발로 죽었군요. 풍문으로 알다 보니... ^^
위로해 주셔서 금세 나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배경락님의 댓글

배경락

카메라 가지고 외국 나갈 때는 이런 비상시 대처법을 배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준호龍님의 댓글

박준호龍

소심한 사람은 점점 사진찍기 힘든 세상이라는....
요즘은 카메라 보고 웃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ㅡㅡ.; 몰래몰래~

안영상님의 댓글

안영상

흠..그순간은 굉장히 난처한 경험인데, 한참 지나고 나면 왠지 꽤 재미있는 추억이 될거 같네요....아무튼 별탈 없이 잘 해결돼서 다행입니다.

politica(정국헌)님의 댓글

politica(정국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로버트 카파는 원래 콘탁스 IIa(?)와 롤라이플렉스를 즐겨쓰던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지뢰를 밟아서 사망하고...

황승현님의 댓글

황승현

지뢰를 밟아서 사망한것으로 본거 같아요^^
어쨌거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성기석님의 댓글

성기석

그럴수도 있겠군요
내의지와 생각과는 다른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을 우린 헤아리기 어렵겠죠!
암튼 그렇게 해결되었으니 다행이라 얘기해야 되겠네요`~

이훈태님의 댓글

이훈태

잘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당황스러우셨겠습니다. M3와 함께 잊을수 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돌아오시겠습니다.

조영범님의 댓글

조영범

모습이 생생하게 제 머릿속을 스치네요...어찌보면 등골이 오싹하군요..여튼 무사하시다니....아프셨겠어요..

이현탁님의 댓글

이현탁

정말 큰 고생하셨군요. 카메라를 되찾으셨고, 건강도 회복되셨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항주(또 하나의 도시는 소주)에서 그런 일을 당하시는 바람에, 정작 아름다운 도시를 찬찬히 돌아보실 여유가 없으셨을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기만 하면 거의 원만히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되신다면, 다시 한번 항주를 찾으셔서 찬찬히 아름다운 도시를 둘러보실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백제훈님의 댓글

백제훈

아이쿠 너무 무섭네요,,, 저도 한때 중국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드랬죠,,

갑자기 일이 생겨 인청항을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정말 가까운 먼나라 중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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