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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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태영
- 작성일 : 06-11-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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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의 보호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서 언급을 하곤 하는 말인데, 위의 이상구 박사 이야기를 하며,
"만일 우리몸에 무언가 병이 생겨서 엔돌핀을 분비하는 기관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기쁜일을 경험해도 엔돌핀이 부족하니깐 우습지도 않겠죠? 그럼 어떻게 되요? 당연히 세상만사가 우울해지는거에요."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소중하고 고귀한 감정들을 이렇게 해체해버리면 참으로 허망하다는 느낌도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안타까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이러한 인지과학이 정신분석의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천적으로 양심이 없고 자기 멋대로지내는 사람들은 선척적으로 대뇌의 A 라는 특정 신경전달경로가 과대증식? 되어있어서 과도한 활동을 하게 되고 이 기관이 뿜어내는 많은 생체내 신경전달물질이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식이다. 반대로 과도하게 자기양심적이고 법을 지키길 좋아하고 매사에 깔끔한걸 좋아하는 사람은 대뇌의 어느 부분의 B라는 신경전달경로가 과대활성화 되어 있고 그 기관에서 내뿜어내는 신경전달물질들이 우리가 원초적인 욕망대로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A라는 기관을 통제하게 된다는 식. 잔인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 인격이라는 것이 결국 대뇌의 신경기관의 배열과 그것이 분출해내는 신경전달물질의 합이라는 것이 되어버린다.
..
A: 슈퍼앵글론 21미리 렌즈를 사용해봤는데 왠 올드렌즈가 현행에 비해 컨트라스트도 떨어지지 않고 샤프니스도 아주 좋더라. 색도 아주 매력적이야.
B : 슈퍼앵글론 21미리 렌즈는 현행에 비해서 아무래도 컨트라스트도 떨어지고 샤프니스도 떨어지더라. 색도 우중충해..
둘중의 누구 하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어디서 줏어들은 말을 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둘중의 누구하나는 객관적인 말을 하고 다른 하나는 막눈인걸까?
사실 위의 두말이 맞을수도 있고 또한 틀릴수도 있다.
분명 객관적 차이라는건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한 인간의 감각의 구조 또한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사실 -> 감각 -> 신경 -> (변연계:Limbic System) -> 대뇌반구
우리는 많은 판단을 우리의 대뇌가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대뇌반구는 변연계라고 하는 조직이 떠주는 숫가락을 받아먹기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왜 일생에 있어 어떤 순간의 어떤 장면은 단 한번 보았을뿐인데도 죽을때까지 잊혀지지가 않고, 명절때마다 찾아가는 어느 친척의 집을 가는 길은 해마다 갈때마다 헷갈리고 안외어지는걸까?
이걸 난 emotional coloring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른바 하나의 경험에 하나의 감정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인 것이다. 하나의 경험을 해도 총천연색의 화려한 색깔을 입혀놓으면 그것은 죽을때까지 까먹지 않고 선명하게 각인이 되고 또 우중충한 어떤 색을 그려놓으면 잘 외어지지도 않고 금방 금방 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떤 경험을 할때, 순간 순간의 느낌들, 감정들이 바로 그러한 색깔을 결정하게 된다.
처음 라이카라는 카메라를 한대 구입하여 처음으로 필름을 집어놓고는 처음으로 인화를 해서 받아들때의 그 느낌. 그 설레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일상의 남루한 하나의 일일 뿐이지만 그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일생의 잊을 수 없는 기억들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렌즈를 사용하면서 받는 느낌이 사람들마다 천양지차로 다른 이유는 뭘까?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사실 객관적이라는건 우리의 감각기를 통하는 과정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똑같은 사진을 보여줘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고 판단또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포럼의 글들을 통해서 누군가 어느 렌즈를 사용하면서 어떻더라라는 말을 남기고, 거기에 무수한 댓글이 달리는 광경을 목도하다보면 이건 렌즈에 대한 토론의 장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각자가 경험했던 그 감정을 서로 나누는 감정교류의 장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렌즈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렌즈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어찌보면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명력을 이어갈수 있는 원동력이라는것이 거기서 나오는건 아닐까? 싶다. 우리의 마음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
ps.
아래 첨부한 사진을 찍던 그 때는, 아마도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않을 안타까운 순간이고 또한 아련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난 이 렌즈를 사용할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렌즈의 성격은 그런거라고.
아마도 우리가 렌즈에서 받는 느낌이 이런게 아닐까?
..
댓글목록
Jeanie님의 댓글
아주 유용한 분석입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뿐만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항상 겸손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지만....
이내...^^
홍건영님의 댓글

어쩌면 사람은 주관과 객관, 들은 것과 고안해낸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존재 아닐까요?
저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었을 때라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동호회는 그런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준용님의 댓글

결국 사람들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느낌에 비추어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물이든 객관적으로 완벽하게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무거운 사진을 좋아하는데
마지막 사진이 가슴 깊숙히 파고 듭니다...
손영대s님의 댓글

그게 A나 B 혹은 C가 발달되어서 그런 성격이 되어진게 아니라..
뇌의 발달과정이나 성격이 결정지어질 시기 혹은 성격이 생성되는 기간동안의 행동으로 인해 발달이 진행되는게 아닐까요?
마치 근육처럼요..^^
양정훈님의 댓글

올리신 사진,
감성의 심연에서 꺼집어 낸듯한,
묵직한 그러면서도 세밀한....
오래 보았습니다.
신용승님의 댓글

사진 처음 배울때 '적정노출'이란 개념은 빛, 조리개, 셧터스피드의 조건을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알았었는데,
이태영님 사진을 보고나서 여기에 하나 더 '감성의 조건'이 추가돼어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됩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우동석님의 댓글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다른 분께도 소개하고픈 맘이 듭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가끔은 궁금하던 어떤 문제들을 잘 정리해 주셔서 머리에 쏙 ^^ 들어옵니다.
렌즈의 사용이나, 또한 결과물을 분석하면서 보면 괜찮다는 생각을 갖기 어렵더군요.
딸아이가 예쁘네 하고 보아주는 사진들은 렌즈의 분석에 따른 어떤 결과보다는 쉽게 눈으로 보여지는 아주 단순한 것이더군요.
예시로 보여지는 사진에서는 왠지 고통같은게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장지나c님의 댓글

오래전에 온라인으로만 알던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어요. 절 보고 그녀가 의외란 듯 말하길 제 색이 붉은줄 알았는데 붉은 기운은 있지만 파스텔에 가깝다,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온라인에서의 제 모습을 저도 모르게 꾸몄던 적이 있었나 덜컹 했었지요. 당황해서 한참 말도 못하다가 왈칵 거리며 '붉은 색도 나고 파스텔도 나다'라는 이야길 했죠. 그리고는 우리가 덤 앤 더머처럼 느껴져 같이 웃어버렸어요. 그런데 헤어질 때쯤 그녀가 제게 물었어요. 자신은 어떤 색으로 보이냐고요. 조금은 심술기 섞인 맘으로 대답 안 해줬었답니다. 제가 어떤 한 색으로 결정 지어지기 원하지 않는 만큼 그녀도 한 색으로 맞춰 판단하여 보거나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요. ^^
지금 이 글을 읽으니 얼마 전 다시 만난 그녀의 얘기가 기억나네요.(여전히 색에 집착하고 있더라구요. 아하하하) 우리가 처음 만나고 또 몇년이 지난 지금의 그녀에게 전, 진한 초록색으로 느껴진다네요. 그녀의 마음과 눈엔 어떤 렌즈를 끼고 절 바라봤을까, 보고 있을까. 또 전 어떤 렌즈로 세상을, 사람을 보고 있는 중일까. 새삼 궁금해집니다. 자주 들여다 봐야겠어요.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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