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극장 62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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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06-11-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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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의 한 장면으로 1980년대 '삼거리극장'의 대명사가 된 부산 동구 삼일극장이 62년의 역사를 접고 오는 16일 철거된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최근 진행 중인 동구 범일동 철길건널목 입체교차로 진입로 공사를 위해 인근 삼일극장을 철거키로 하고 16일부터
철거작업에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일본인에 의해 문을 연 삼일극장은 광복 후 조일극장,제일극장 등으로 개명해 극장을 운영해 오다 1950년대
다시 제 이름을 찾았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수용소로 쓰이면서 현대사 질곡의 현장이기도 했던 이곳은 1970년대 극장쇼가 유행하면서 부흥기를 맞
았다. 당시 코미디언 구봉서,배삼룡,가수 하춘화 등 당대 일류스타들의 공연으로 부산 공연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1980년대 부산지역에 대형극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재개봉관으로,다시 2편 동시관으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겐 문화공간이자 쉼터였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에 이르러서 대형 복합상영관에 떠밀려 하루 30명도 찾지 않는
곳으로 빛이 바래버린 것.
그러나 최근 '이곳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이곳을 보는' 경우가 더 잦아지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빛 바랜 영화관이 스크린 속에서 다시 부활한 셈이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의 장면에 이곳이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23일 개봉예정인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극
장' 대부분의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는 게 한국전쟁 이후부터 50여년간 이곳을 지켜온 영사기사 최상도(71)
씨의 말이다.
최씨는 "한창때는 표가 매진돼 손님들이 화장실을 타고 넘어올 정도로 북적거렸다"며 "요즘이야 영화를 보러 오는 손님보다 극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은데 폐관이 아니라 철거를 한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소회를 말했다.
그런 삼일극장이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 전체 외벽을 새롭게 칠하고 그 위에 오는 12월 인근 삼성극장에서
열릴 전국 춤꾼들의 댄스경연대회 홍보 그림을 그리기로 한 것. 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삼일극장은 모처럼 분주해졌다.
김종열기자 bell10@busanilbo.com"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희미한 그림자로 남게 되나 봅니다.
댓글목록
권대권님의 댓글

사진 찍기 좋은 소재인데..삼일극장..아쉽네요..
신대기님의 댓글

'안녕, 용문객잔' 생각이 나는군요.
조병호님의 댓글

70년대 청춘이 고스란히 머물던 곳입니다.
그 옆의 삼성극장은 어떻게 되었나요?
삼성으로 갈까 삼일로 갈까 고민할 때도 있었죠.
한쪽은 스팔타카스에 다른 한쪽은 포사이돈 어드벤츠를 할 때 말입니다.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서울의 단성사도 오랜역사와 추억이 서린곳이지만, 지금은 보석상과 멀티플랙스극장이 공존하는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극장이 헐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헐리기 전에 부산에 갈 수 있다면, 꼭 한번 찾아가 필름에 담고 싶습니다.
이무송님의 댓글

사라진 것들의 기억이 희미해져 갈 수록 그리움도 더 애틋해 지는것 같습니다.
글과 사진을 보고 나니 괜스레 브랜디 한잔이 생각나네요..
박경주님의 댓글

아쉽네요...또하나의 장소가 기억속으로 묻혀지는 것이..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때, 단체관람장으로 몇번 갔었는데..
(근교의 삼일, 삼성, 보림극장...번갈아서 갔었죠)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본 기억..
좀더 큰 중/고교시절에는 2본동시사영으로 홍콩영화를 봤던 기억...
이젠 이런 기억은 저너머로 묻혀지는 것이 아쉽니다.
Seo Sung woo님의 댓글
아쉽습니다.
제 유년의 많은 기억들이 묻힌 곳인데...
삼일, 삼성극장 길 건너 편 데레사여고 뒤쪽이 집이라
이 극장에서 이소룡 영화의 대부분을 마스터(?)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내일이라도 서둘러 한 번 내려가봐야겠습니다.
좋은 사진, 빠른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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