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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하이쿠(排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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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안영상
  • 작성일 : 06-10-23 21:47

본문

사진은 하이쿠(排句)다

한 낮의 정적 / 매미 소리가 / 바위를 뚫는다. (바쇼)

번개에 / 한순간 드러나는 / 마른 강바닥 (이싸)


하이쿠에서 중요한 것은 위의 시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을 표현하는 가장 분명하고 깨어있는 언어일 것이다.

너무 울어 / 텅 비어 버렸는가 / 이 매미 허물은 (바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숙명적인 환경이라든지, 영원과 순간의 대비에서
오는 공간을 상상력을 통해 메우는 찰나적 감수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진에서의 순간 포착이 중요한 것과 같다. 마음을 먼저 드러내기 보다는
현실의 모습을 통하여 인식의 깊이와 의식의 지평을 짧은 순간에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진의 의미와 서로 통한다.

가을 깊은데 / 옆 방은 / 무엇하는 사람인가. (바쇼)

여름 소나기 / 잉어 머리를 때리는 / 빗방울 (시키)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 난 잠이나 잘련다 / 이 시끄러운 새들아 (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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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지난주 티브이를 보니까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하이쿠를 지어서 즐기는 동호회가 잠깐 나오더군요. 일본 사람들은 지네들 국어책에서 몇 편 접하고 때려치울지도 모르는 하이쿠가 프랑스에서 인기가 있는 것을 보니 참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소네트 대신에 우리 시조를 흉내내서 3행시를 지을 때도 올까요?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저는 개인적으로 홍건영님의 시니컬한 댓글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문학을 깊이 있게 접해보면 그 하이쿠라는 것이 교과서에서 배우고 지나치는 단순한 언어의 유희는 아닌 것으로 압니다.
하이쿠라는 것 역시 시의 일종이고 그 표현법에 있어 대단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실제 고어(古語)내지는 사어(死語)들이 종종 등장하는 옛것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하이쿠에서 느낄수 있는 예리한 표현과 절제는 우리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릎은 치게 만드는 (나루호도...라고 표현되는) 무엇이 분명히 있습니다.
글 쓰신 분의 의도 역시 사진이라는 매체와 하이쿠라는 매체의 문학, 예술적인 공통점을 말씀하신 듯 합니다.
저 역시 글 쓰신분의 의도에 공감합니다.
왜색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저 역시도 뭐라 답할 길은 없습니다.
저를 흔히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친일파"라고 말씀하셔도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문학이나 예술적인 면에서는 설사 그 대상이 일본이라 하더라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현주님의 댓글

이현주

앗 그런가요?
전 일본사람들 사이에선 아직도 하이쿠에대한 애정이 퐁퐁 샘솟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하이쿠 인구가 얼마고, 조/석간 신문에도 그날의 하이쿠 코너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하기에 말이죠..^^ 일어는 전혀 모르기때문에 그 느낌을 알 수 없으나, 근간 영어로 된 하이쿠들을 좀 봤는데,,,뭐랄까,,,굉장히 귀여웠어요.ㅋㅋ
일본사람들에게 하이쿠가 시조같은 느낌이라면, 외국인에게는 한줄짜리 동시 혹은 생활 감상시 (약간의 운율로 장난을 곁든) 로 여겨지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에게있어서 사진은... 분명히 하이쿠는 아닌것 같아요.
하이쿠로 설명을 할 순 있겠지만,, 하이쿠로 비교 하기엔 너무 많은 /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많다는 양의 많은과, 길다는 길이의 길음은..마치 우주적인 크기만큼이나 큰 것이여서요...^^

그저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이세완님의 댓글

이세완

사진...하이쿠...함축적의미와 표현의 절제.

"In a Statio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zra Pound)

Paris subway의 군중들을 빗물에 젖은 나뭇가지의 꽃잎에 비유했던
축축한 검은색이 묻어나는 한 장의 사진 같은 시가 생각납니다.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한 장의 사진.
그리고 하이쿠.
시인Pound는 정작 "장시쓰기"를 벗어나기 어려웠지만 표현의 절제를 열망했죠.

"함축적인 의미와 표현의 절제"라는 예술적 의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군요.
사진을 보면서 말이죠...안영상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하이쿠는 일본 황실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양과목 입니다.
오죽하면 황실 부녀자들이 이 하이쿠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일본은 취미도 각종 세분화되어서..비롯 많은 사람이 즐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구가 반듯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도 하이쿠에 관한 책이 100만-200만정도는 팔리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하이쿠가 가지는 의미은 아직도 크다고 할수 있습니다.그리고 일본어 자체가 한문에 의존하고 있는 관계로 한글 보다는 이러한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에는 매우 친숙한 언어로서의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하이쿠 대회에 매년 100만통 이상의 응모가 있다고 합니다...이걸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여러분의 판단이겠지요.....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하이쿠에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숙명적인 환경이라든지, 영원과 순간의 대비에서
오는 공간을 상상력을 통해 메우는 찰나적 감수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진에서의 순간 포착이 중요한 것과 같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잘 됩니다. 그런데....

마음은 먼저 드러내기 보다는 현실의 모습을 통하여 인식의 깊이와 의식의 지평을 짧은 순간에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진의 의미와 서로 통한다.

마음은...이 부분이 주어라면 문맥상 하이쿠를 사진과 비유하는 것이 되지 않아서 의미가 모호하군요. 마음을...이라고 고쳐 읽어보면 무엇인가 이해가 될 듯도 합니다.

이 글은 봄 전시회 때에 읽은 글인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써 봅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제 댓글이 최대한 애매하게, 정중하게 보이도록 썼다고 생각했는데 김병인님께서 제 댓글이 시니컬하다고 지적하신 것을 보니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

사실 일본의 예술, 일본의 감성이 그 지평을 넓혀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타고난 혐일파라고나 할까요. (일제 카메라를 대여섯개나 가지고 있는 주제에 떳떳하지는 않습니다만...)
예를 들면 톰 크루즈가 라스트 사무라이를 찍고 나서 열렬한 사무라이 예찬론자가 되었다는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속에서 뭔가 심사가 뒤틀리는 것은 피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언급했던 티브이 프로그램은 KBS의 "문화의 질주 - 문화강국의 조건 국가 이미지를 디자인하라"라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하이쿠를 짓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 사무라이 무기와 서적을 수집하는 유럽인들, Gogh와 유키요에 이야기, 네오 재패네스크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Gogh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나머지 것들은 처음 보는 내용이었죠.
이 프로그램을 보니 국력에 걸맞게 여러발 앞서 있는 일본의 문화 전파와 국가 이미지 제고 상황을 보면서 배가 아팠던 차에 하이쿠에 대한 글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시니컬해졌는 모양입니다.

사족을 달고 있네요... ^^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홍건영님의 댓글을 보고 저역시 좀 조심한다고 했지만 역시 저도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내심 죄송스럽기도 하고 했지만 댓글이 계속 이어져 느닷없이 삭제하기도 어색하여 그냥 두었는데 홍건영님이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톰군이 사무라이 예찬을 하건 말건 사실 낯 간지럽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서양사람들에게 동양의 문화라는 것은 사실 흥미와 신비의 대상일 뿐이죠.
제가 아무리 하이쿠가 그렇다고 해도 우리말로 지은 시보다 더 마음에 와닿을 리 없듯 말입니다.
일본사람들의 포장기술이라고 해야 할 까요? 문화에서도 그들의 특성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김병인님 말씀 그데로 일본의 포장기술(상품력)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화를 줄기고 지킬줄 압니다.
일본의 카메라 수리 장인과 사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만..
그 분 하시는 말씀이 우리는 모든 명품을 단지 빌려쓸분이다..
언젠가는 다음세대를 위해서 잘 물려주어야 하신다는 말씀을 하십니다.그리고 그 들은 상거래와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비싸게 사주기도 합니다.그리고 장인도 키워내지요...
일본말 자체가 가볍게 들릴수 있을줄 모릅니다만 그 나름데로 함축적이고 간결합니다.
그래서 하이쿠가 발달하고 그런지도 모르지요.이렇게 말하면 정말 친일파에 쪽발이라는 말을 듣습니다만 그러기에 우리 보다 더 문화적인 삶을 영위한다고는 생각이 듭니다.적어도 정신적으로.....그리고 많은 사진 문화가 있습니다.

이무송님의 댓글

이무송

글과 댓글들을 보면서 새롭게 하나 배웠습니다만, 참으로 현학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군요.. 어렵습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사진은 하이쿠와 같다는 느낌을 저도 느끼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하이쿠도 배워 보았습니다.
하이쿠가 전세계에서 하이소사이티에서 즐기는 문화적 도구가 되어있고, 미국에서도 사립 중학교에서는 정식 교과목입니다. 많은 선진국에서 하이쿠협회가 결설되어있으나, 우린 불편한 한일관계로 인하여 하이쿠를 무시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비록 하이쿠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하이쿠적인 시를 즐겨 쓰는 유명시인도 여럿 있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대표적이고, 조선닷컴에 하이쿠 전문 카페가 미국교포에 의해 수년전부터 개설되어있습니다. 이 분은 하이쿠란 말 대신 '주먹시' 또는 '줌시'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하이쿠에는 여러 장르가 있습니다. 해학적인 것도 있구요...

하이쿠를 처음 보는 분들은 다소 생소하실 줄로 압니다. '그게 뭐람?' 같은 반응이 보편적이라는 것이지요.

하이쿠에는 원래 제목이 없습니다. 이 또한 사진작품과 비슷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에는 굳이 제목을 붙이지 않아도 사진이 모든 걸 말해준다는 것이지요.

하이쿠는, 기본적으로, 형식을 넘어서 설명드리자면,
두가지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 보통 두가지 임)의 사물이나 현상을 연결시켜 또 다른 그 어떤 것을 연상케 하는 게 그 기법입니다.

제가 외우고 있는 영문 하이쿠 (영어로도 HAIKU 라고 씁니다)를 하나 적어봅니다:

Morning chill ....
Shining on each cranberry...
a tiny Sun.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인용:
원 작성회원 : 이무송
글과 댓글들을 보면서 새롭게 하나 배웠습니다만, 참으로 현학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군요.. 어렵습니다..



발문에서부터 그에 달린 댓글에 이르기까지....

정말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댓글의 꼬리물림 현상이 그 자체로 하이쿠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안영상님의 댓글

안영상

내가 하이쿠를 사진에 비유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이쿠의 형식에 글자수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17자로 순간적 감흥이나 인생,경험철학,미학을 표현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사진(흑백)에서 10개의 톤으로 모든 것을 나타낸다는 점 또한 닮아 있습니다.

하나의 톤이 한글자를 의미한다고 할까요?

글자에서의 의미는 확실하지만 사진에서 하나의 톤의 값을 어떻게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을까요? 촬영의 순간에 스팟노출계를 사용하여 각각의 농도값을 잡기도 하지만,문제는 사진의 재현(프린터)에 있어서 필림에 담긴 농도값을 잡아내는게 관건이겠죠. 작업자에 따라 테스트인화를 함으로서 근사치의 농도를 잡아 유사하게 이미지 재현을 하기도 합니다. 하이쿠에서 적확한 단어 하나하나를 구사하듯이 사진에서는 각기 계조가 가진 농도값을 정확히,0.1초까지 측정해야할 것입니다.

필림이 가진 농도를 10개 혹은 20개까지 읽어들이고(하이쿠에서의 제한된 자수처럼) 재현함으로써 촬영시에 가졌던 미학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까요?

시어에서 운,율과 이미지 그리고 의미가 있듯이 사진에서의 농도가 바로 그러하지요.

金成洙님의 댓글

金成洙

제가 '놀라면서' 읽었던, 하이꾸에 관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하이꾸문학의 연구/이어령 저/218쪽/1986, 홍성사 간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총 17글자, 5,7,5로 구성됩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사진이 하이쿠던, 하이쿠가 짧은 형식의 우수한 감정표현 수단이던, 뭐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겐 안영상님이 라클에 존재를 들어내셨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철저히 아날로그스런 분이 어찌 디지탈스런 커뮤니티에?^^
암튼 반갑습니다. 이렇게 글로만 만나도...

아프리카 여행은 다녀오셨는지?
(전 아직도 고행 중이구요... 그 놈의 사진이 뭔지...)

안영상님의 댓글

안영상

방가,방가. 치환님. 갈수록 어려지네염. 지금 어디 계삼?

충무로에 새작업실을 내었으니 한번 오시지요.대진월드 맞은편 중국집 2층입니다. 아날이든 디지든 뭐 차이 있겠어요? 취향과 지향점과 환경에 맞춰 선택하겠지요.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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