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06-10-16 18:24
관련링크
본문
기약조차 못할 말도 많았습니다.
화사한 얼굴빛으로 다듬고선
상대에게 다가가 걸었던 말들,
이루지 못할 줄을 염려하면서도
용납되지 못할 것을 짐작하면서도
욕심을 앞세운 말들도 많았습니다.
명분없이 남을 할퀴던 말들,
실속없이 시간을 축내던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정작 해야했던 말들은
고스란히 먼지처럼 쌓였습니다.
소중했던 사람들이 듣고팠던 말들도
결국은 남고 말았습니다.
뜻을 만들고 일을 이루고
선을 짓는 말들도
마음속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서로의 입들을 쇠창살에 꿰고서야
무거웠던 말들이
허공으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햇살속으로 사라지는 사연들을 바라보는
퀭한 눈알들도 말라갑니다.
댓글목록
박유영님의 댓글

저의 홈페이지 글을 읽고 아내가 올린 글입니다.(아! 선배님들이 이런 형식, 다시 올리면 퇴출시킨다셨는데...^^)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산다. 천성이 말이 많지도 않거니와 서로 말을 하는 직업이라 말을 더 하기에 몸이 부대낄 때가 많다. 그와 나는 말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약간은 다르다. 그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이며 포괄적이다. 나는, 직선적이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이다. 원래는 그랬다. 20년 가까이 함께 하면서 이런 성향도 조금은 변해간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 때문에 오해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서운해 하기도 하며 많은 나날을 보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말수는 적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삼키는 일이 많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귀찮기도 하고 또다른 오해가 생길까 우려되기도 하며 그저 벽에 부딪힐까 두려워함이 아닐까. 말은 많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듣고 싶은 말은 내가 먼저 해야하는 말이기도 하다. 듣고 싶은 말이 들리지 않으면 우선 나의 말을 돌아보아야한다. 나의 '말'은 냉랭하고 독선적이며 건조하다. 사랑한다,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고 말하려는 혀는 언제나 다른 길로 굽어버리고 독설을 남발하고 차가운 표정을 짓는다.
말을 하는 것은 혀만이 아니다. 눈도 말하고 손도 말하고 몸이 말한다. 몸이 하는 말이 중요함을 늦게야 깨달았다. 혀는 거짓을 고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것들이 하는 말은 솔직담백하다. 배우가 아닌 다음에야 훌륭한 연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이제사, 몸이 하는 말도 듣고 싶다. 듣고 싶다는 것은 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을 하는 또 한가지, 글이다. 더러는 자신의 용렬함을 감추고 잔잔히 구사해낼 수 있는 심층의 이야기. 글이 하는 말에 이제 귀기울인다. 우리의 천성이 그런 것이기에, 무거워서 무거워서 가라앉혀두었던 말들을 축복 같은 햇살 속으로 날려보내 무지개로 번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 있으면 우리의 말들이라 여긴다. 말, 말, 말, 잡으려하면 달아나는 덧없는 이름이 아니고 무엇이더냐.
연연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어쩌면 끝까지 하지 않을 그런 말이..."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970291
강웅천님의 댓글

오랫만에 홈피에 찾아가 멋진 글들과 사진들 즐겨 보았습니다.
그렇잖아도 겔러리에서 흠모하는 마음으로 감상하던 차입니다.
정무용님의 댓글

올리신 사진 너무 시사하는 점이 많아요.
말?
그냥 허공에 사라지는데, 말때문에 위안과 상처를 입지요.
송준용님의 댓글

저는 참..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
중학교 때 "빨강" 영문법 책(기억나세요? ^^)에 있던 명언 중에..
'Silence is a gold, speech is a silver.' 라는 말이 너무도 가슴 깊이 와 닿았기 때문이 듯 싶네요.
근데 주위에 말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 왠지 부러워 보였습니다.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받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묵묵히 마음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던 제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근데.. 그 말이라는 게....
갑자기 많아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
한 때는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나.. 유심히 듣기도 하고..
나름데로 이러저런 얘기들을 많이 하려다 보니깐...
기분 좋아지는 말,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 보다는..
상처가 되는 말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되더군요.
그래서 다시 말이 없어졌어요... ^^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말이라는 제일 어려운 거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배님들에게 죄송하지만..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들이 세상에서 가장 힘듬을 깨달아 갑니다...
신재성님의 댓글

사진이며 글이며 읽고 또읽고 보고 또보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진은님의 댓글

사진 한장을 두고 주고 받은 부부간의 대화에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몸이 하는 말과 글이 하는 말'..표현하는 글이 참으로 좋군요
감사합니다'
박대원님의 댓글

<말>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싸우는 덴 두 주먹이면 충분하지, 굳이 <말>까지는 필요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말>은 지극히 불완전한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말>은 너무 없으면 답답하고, 너무 많으면 폭폭하다.
그마만큼 조심스러운 게 <말>이다.
이렇게 저는 늘 생각한답니다.
<말>로써 상처 주고, <말>로써 상처 받는 일이 우리들에게 없었으면 참 좋겠다 싶군요.
오늘 아침, <말>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은 마음을 괴로워하는 쪽지가 하나 와 있어, 제 마음이 아주 안타까운 참인데...... 박유영님과 부인님의 아주 좋은 <말>의 에세이를 고맙게 읽었습니다. ^^
임규형님의 댓글

사람에게 가장 힘을 주는 것이 자기를 알아주는 말이랍니다.
참 이기적이지요.
끝까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느낌이거나 말하지 않아도 자기 속을 알아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 가장 상처주는 것이 되겠네요.
때로는 어려운 문자로 자신을 숨기고 타인이 알아주기를 바라기도 하지요.
권위까지 덧씨워, 선이라고도 하고, 시라고도 하며 철학이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어려운 언어의 유희도 즐겁고 사랑스럽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좀 더 쉽고 솔직하며 겸손한 언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땐 침묵도 좋은 방법인듯 싶습니다.
적어도 생각할 여유는 나니까요.
좋은 글 읽고 생각나는 바가 있어 적어봅니다.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