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놓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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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선경
- 작성일 : 06-10-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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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맨날 컴퓨터에만 있고
엄마는 맨날 사진 찍는다고 나가고
어느 순간 부터
내 아이에게서 이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겐 엄마가 "늘" "맨날"이였나 봅니다.ㅡ.ㅡ;;
(아이의 사진일지라도) 카메라를 놓고 내 아이와 눈을 맞추며
얘기를 나누어야 하고
현상해온 필름 스캔하고 웹에 올리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같이 tv를 볼지라도 낄낄거리며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사진 찍는다고 나갈 것이 아니라
이젠 내 손에서 카메라를 놓고 셋이 같이 손잡고 걸어야 합니다..
아이의 혼자 노는 모습을 찍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게 아니라
내가 같이 놀며 보이지 않는 사진을 찍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의 장비로
최소한의 여력으로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요 며칠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어제 잠시 제부도엘 다녀왔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전.
바위틈의 소라를 내려다 보며 아이와 아주 충분히 조잘거리며 얘길 나눴습니다..^^
댓글목록
김기현님의 댓글

저도 같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몇 년전 구례 화엄사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좀 늦은 시간에 화엄사 경내로 들어섰습니다.
독경소리와 향내, 그리고 서늘한 가을 바람이 제 목을 스쳐지나가는 당시의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 때 문득 손에 사진기를 쥐고 무언가를 찍어볼라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제 자신이 조금 안스럽게 생각되더군요.
정말 좋은 장면은 가슴에 담는것이란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사진으로 밥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사진 한 장 찍는데 안달할 필요는 없는것이겠죠.
하석준님의 댓글

어쩌다 나들이를 가거나 공원에 나갈때
작정하고 카메라가방을 안 메고 나가면 잠깐동안 불안하기도 하지만,
아이와 노는 시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나는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종종 안 들고 나갑니다
조효제님의 댓글

저는 그 반대군요. "아빤 맨날 라이카만 봐!"
인터넷 기반의 회사라 집에서는 별로 컴퓨터에 앉아 있지는 않지만 가끔 앉아 있을 때 딸아이가와서 화면을 보고서는 늘 하는 말이었습니다.
맨날 못놀아주지만 한번 놀아줄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다보니 아이의 생각과 그리고 커가는 모습을 볼 때 카메라는 잠시 잊곤 합니다.
김기현 선배님의 말씀처럼 업이 아닌 이상에야 안달할 필요는 없는데, 때로는 안달하는 제 자신이 어떤때는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그럼,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읽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
감사합니다.
김형진님의 댓글

조효제님의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네요.
따님의 입에서 라이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려면 얼마나 보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동석님의 댓글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ㅎㅎㅎ
오빠로만 불릴때가 그립습니다.. ㅜ ㅜ
김대석님의 댓글

이선경님 처럼 저도 어제 제부도에 다녀왔습니다... 조금 기분 상한일(음식점과의...)
이 있어서 가져갔던 카메라는 한 컷도 찍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사진에 열중하는 시간 보다 가족들과 기분을 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가끔은 빈 손으로 홀가분하게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준석님의 댓글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딱~~ 저로군요. ㅋㅋ
아직은 편하게 사진기 놓고 다니는 질 못하고...
카메라 하나라도 들고 나갑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그래야 할 것 같더군요.
언젠간 저도 허허롭게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 둘 날이 오겠지요...
M신정섭님의 댓글

카메라 없이 외출해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선경님의 글과 그 뒤로 달린 댓글들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언제나 가슴으로 사진을 담아볼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경태/KT.Kim님의 댓글

어찌되었든 아이들에겐 사진가보다 아빠나 엄마가 최고직업임엔 틀림없죠,,,
저는 요즘 저녁산책땐 작은 디지탈 카메라만 들고 나갑니다.
이제 두돌 지난 아들 찍어줍니다.
스냅과 동영상까지,,
그런데 그와중에도 좋은 앵글찾으려는 제가 보이더군요.
허허,, 참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최고의 시간인걸 느낄때 행복을 끌어안은 기분이더군요.
까짖거 못찍으면 어떻습니까?
하면서도 M8 나오면 고놈으로 찍어야지 하니
허허,,참
사진이란게 뭔지..
가슴으로도 찍고 공카메라로도 찍고
라이카로도,, 찍긴 찍어야죠.^^
이상훈님의 댓글

대부분 비슷한 경험들을 해 보셨을 듯 합니다. 저도 애들 보고 놀러 가자고 하면 애들이 질겁을 해 합니다, 또 놀지 못하게 하고 포즈 취하라고 할까 봐.
사진이 뭔지....
이제 이선경님은 장비 정리 대충 되셨나 보네요? ^^
백용해님의 댓글

아이들이 한참 자라날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다 자라면 그저 본능적으로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로 인해 언제나 내 마음은 푸근해 진답니다.ㅎㅎㅎ
이영호님의 댓글

음,,,,동감합니다.....와이프는 제가 컴퓨터 앞에 앉거나 카메라를 매만지면 그냥 자러 갑니다.....하다 하다 안되니 이제 포기한 모양입니다....
사실 와이프와 애 사진을 찍어 준다는 핑계지만,,,,,카메라를 놓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듯 합니다.....
오늘도 동네에 나가 롤라이플렉스를 하나 들고 왔는데,,,,,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젠 카메라를 놓고 마음의 여유를 가끔 찾아야 겠습니다~
이재정님의 댓글

전 사진기 때문에 외려 가족과 함께 하고픈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모터싸이클 타고 전국 유람하고, 엠티비 끌고 산에 가버리는 바람에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지를 않았거든요.
아이들은 아빠가 사진을 다시하며 가정으로 돌아 온것을 좋아 합니다.^^.
장영국님의 댓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사진을 계속 생각하게 하는 에너지라고 믿고 있는 저는 이글을 읽고 혼란이 시작 되네요.^^.
반드시 사진 때문은 아니었지만 지난날 애들에게 소홀 했던 부분이 반성 되고...
그래도 강박 관념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억지로 변명한다면 가족이 제의하는 야외나들이가 귀찮을때도
사진 찍는 가외 소득을 바라고 떨쳐 일어나게 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한기훈님의 댓글

사진이라는 취미로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나가는 것이
즐거워진 면도 있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가족을 억지로 카메라안 속에서만
가둬두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함께 지내며 마음 속으로 찍는 사진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 일겁니다.
이무송님의 댓글

가족들, 특히 부모로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준다는 것 또는 아이들의 사진을 남겨준다는 것 만큼 이기적인 변명이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저 자기 혼자 즐기면서 그 틀에다 가족 또는 아이들을 가두려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진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시선 보다는, 사진기가 없더라도 어깨를 나란히 대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걸 훨씬 더 좋아하더군요.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만..
본문 글의 마지막 문장이 참 다행스럽고 따뜻하게 와 닿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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