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엠3와 함께 거리를 헤매이고 있다...

이 녀석도 나도 지금 헤매이고 있는 이 곳이 어딘지는 전혀 모른다...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더 정확히 얘기하면 좀 더 그림이 될만한 곳을 찾아 그저 발길을 옮기고 있다...

처음 집을 나설때와 같은 들뜸과 흥분은 온대간대 사라지고 지친 다리와 흐트러진 정신력만이 나와 엠3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혹 몇컷은 건졌겠지라고 자위하지만 전혀 자신할 수가 없다... 역시나 지난 컷들을 돌이켜보면 이렇다할만한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다...

망했다...

오늘도 이렇게 그냥 돌아가야한단 말인가???

오기로 한장이라도 좋은 컷을 얻고 말리라...

또 다시 거리를 배회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간째 이러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좋은 장면을 만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우리동네에 상주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가 옆집 지붕을 고양이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으로 가뿐히 넘는 중이었다...그러나 그때는 아직 나의 엠3는 가방속에서 대기중이었다... 재빨리 엠3를 꺼냈을때는 벌써 고양이는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또 있었다...

건물들의 모양을 보며 어떤 구도로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바로 그런 마음에 드는 구도를 가진 터널을 발견!!!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옆을 지나가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명의 맑고 투명한 웃음과 터널 사이에서 나와 그 웃음위로 비껴서 비추고 있는 정렬적인 빛을 발견!!! 또 놓쳤다... 젠장...

그래도 거기에서는 카르티에 브레송을 기억하며 그 자리에서 한20분정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신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겨우 20분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겠지만 나한테는 20분도 엄청 길게 느껴졌었다...

아!!! 이제 진짜 지친다...

벌써 4시간째다...

찍어야 한다... 찍어야 한다... 찍어야 한다...

초조한 마음에 몇컷 찍어보지만 역시 아니다...

다리가 풀린다... 더 이상 걸을 수 없다...

백화점앞 벤치에 앉아서 나의 한계를 원망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 온 백화점 쇼윈도우...

생각할 시간이 없다...

엠3의 와인더를 재빨리 감자... 이녀석이 깜짝 놀랐는지 바짝 긴장을 하며 깨어나 준비를 한다...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는 준비가 되어있다... 프레임을 구성하고 쇼원도우의 남자가 날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필름은 빛을 받았다...

이제 됐다...

긴장하고 있던 몸과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는다...

이걸로 됐다... 이걸로 된거다...

수고했다 엠3...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