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더 앞서 간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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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선경
- 작성일 : 06-06-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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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라이카" 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때가
아마 그때 였을 겁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종로 YMCA에 두달 정도의 짧은 사진 강좌가 있었습니다.
허름한 교실과 교실보다 더 허름했던
작은 암실이 있던 그곳.
그때 전 4학년 졸업반이였고
2월부터 직장을 다녀야했기에
약간의 여유와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시기였지요.
열 두살. 초등학교 6학년.
사진을 찍으시던 저희 선생님을 보며
그저 막연히 동경을 품고 살았나 봅니다.
그때 전
집 장롱카메라 였던 캐논 QL을 아주 부끄러워하며
들고 갔었고 결국엔 너무 창피해 형부의 F501을 빌려 갔었지요.
그렇게 두 달이 끝나갈 무렵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마침 막 나온 캐논의 EOS1을 사시기도 했고
어떤 몇몇 사람은 모여 일명 "라이카 계"를 하더군요.
'라이카? 그게 뭐지?'
카메라에 너무나 무지 했던 난 또 부끄러워 물어보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들이 말하던 "200만원 모으기" 라는 말에 그저
입이 떡~ 벌어졌지요.
그리고 전 곧 사회초년생 월급 45만의 인생을 사느라
그 거액의 카메라를 곧 잊고 살았습니다.^^
97년 아이를 낳으면서 다시 캐논으로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97년 이제 200만원짜리 라이카를 살 수 있는 여력이 된
나이였지만
왠지 전 라이카를 자꾸 미루고 싶었습니다.
글쎄..왠지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 할 취미인데 너무 앞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라이카를 들고 있으면 어울릴 나이. 마흔쯤엔 하나 사야지..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기에 2년 전 부터 라이카 렌즈를 구해 쓰면서도 바디는 미뤘나 봅니다.
요즘엔 라이카가 너무 흔하게 보이고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의 한 트랜드로 보일 만큼 일반화 된 지금이지만
아직도 제겐 라이카는 미루고, 미루고 싶은 꿈일지도 모르지요..ㅡ.ㅡ
이제 제 나이 서른 여덟입니다.
마흔이 되려면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전 오늘 라이카 바디를 구했습니다.
지인에게 MP도 빌려 써 보며
맘을 MP로 먹었고 이제 그 정도의 여력은 있어도
지금 제 손에 좀 더 낡고 좀 더 저렴한 M6가 들려 있습니다.
2년 먼저
전 마흔이 되었습니다.^^
긴 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voru. 이선경.
댓글목록
류중래님의 댓글

라이카의 M형중에서 M6는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믿을 만한 바디입니다.
또 라이카는 낡고 스크래치가 많고 손때가 묻을수록 가치있는 카메라입니다.
금액의 고하를 떠나 돈만주면 살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신형 또는 기념바디를 가지고 열심히 "기변"하는 세태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라이카는 "여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신적 만족감"의 문제이므로 사용자의 나이와는 무관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라이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젊다고 라이카를 쓸 수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단지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라이카라는 하나의 독특한 "문화"에 발을 담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래 참다가 좋은 카메라를 장만하셨으니 함께 평생간다고 생각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남기시면 좋겠습니다. ...
최_정원님의 댓글

부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전 R로 시작하려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금전적인 부분이야 어떻게 되겠는데...
문제는 실력인지라.....아마 전 40을 넘기지 않을까합니다...
내 나이 마흔살에는.... 꼭 제가 원하는 걸 다룰만한 능력이 되길 빌어봅니다...^^
거듭~축하드립니다~~~~
김봉섭님의 댓글

먼저 좋은 카메라 구하신걸 축하드립니다.
함께 2년이란 시간도 앞서 얻으셨으니 추억속 아름다운 사진 많이 담으십시요.
비오는 수요일 유난히 커피가 맛있는 아침입니다.
유필재님의 댓글

멋 부리지 않은 담담한 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원하시던 것을 얻으셨네요. 축하 드립니다.
손지훈님의 댓글

담담한 글... 가슴에 와 닿습니다.
M6 구입하신것 축하 드리구요...^^
2년 빠르셨으니 2년은 그 기쁨을 더 누리실 수 있겠습니다.
거듭... 감축 드립니다. ^^
전덕영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온 라클에서도 voru님을 만납니다~
처음의 기억을 잊지마시고 더욱 발전하시길 기도합니다.
김종오님의 댓글

저도 대학생일때 대구 동성로 지하도 카메라점에서 보았던 M4-P를,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에도 제 마음 한쪽 구석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다 천천히, 오랜기간 그리고 충분히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심재명님의 댓글

글을 참 잘 쓰시네요..
그리고 글 쓰시는 걸 보니, 사진도 아주 잘 찍으실 것 같습니다.
즐사 하시구요.. 나중에 사진도 보여주세요..
이 기 성님의 댓글

진솔한 이야기 잘보았습니다..
저도,여기저기 헤메이다가 40대에 들어서서야 라이카로 입문했습니다만
평생을 같이할 라이카가 늘제곁에있으니 가슴이뿌듯합니다..
아무쪼록 좋은작품 많이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이선경님의 댓글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이 부족한 글로 15년 전에 제게 처음 암실작업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을
웹상에서 만났습니다..
YMCA 그 선생님..
이런 신기하고 기쁜 만남이 있다니..^^
전덕영님...아니 전덕영 선생님..
사진은 이렇게 제 인생의 긴 중심을 이루며
다른이와의 인연을 길게 이어 주나 봅니다..ㅎㅎ
김기현님의 댓글

m6마련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더 좋은 사진기, 아니 더 비싼 사진기는 많겠지만,
진정 좋은 사진기는 내 손안에서 편안하게 머물면서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는 사진기일것입니다.
저도 지금은 m6를 아주 애틋한 마음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아름다운 글타래군요...
그 마음 저도 닮고 싶네요.
박남호님의 댓글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사야겠다 맘을 먹고도 지난 일년을 라이카클럽에서
여러 선배님들 글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한 달 전에야 M6를 구입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유성우님의 댓글

M6에 렌즈 1~2개이면 정말 평생토록 다른 카메라에 눈이 가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것입니다. 사실 저도 장비병이 심하고 예산상 사정이 있어서 카메라를 20대는 바꾸고 이제는 M3와 50미리 리지드 35미리 스미크론에 정착해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98년에 아이가 생기면서 라이카(바르낙)을 알게되었고 R과 바르낙, M형, 롤라이플렉스 중형 보이클란트 등 많이 거친것 같지만 이제는 캐논 똑딱이 디카와 자의반 타의반으로 M3에 정착하게 되엇습니다. 즉 M3는 이제 팔아도 구입가격의 반이하로서 이제 어쩔수 없이 평생가야될 것 같습니다. 다만 똑딱이 디카는 조금 바뀌겠지요. 부담없는 행사사진은 디카로 찍어 이메일로 돌리는게 경제적으로도 좋더군요. 다만, 결혼식 부탁이나 기타 특별한 날에는 M3를 들고 가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현채님의 댓글

글 너무 좋네요
쓰신 분이 차를 즐기시며 독서 하고 계시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오바한건가요? ^^;;;
민병규님의 댓글

다들 참 빠른 시절에 라이카를 구입하셨네요. 저는 50이 넘어서 M으로 왔습니다.
니콘, 캐논, 미놀타, 콘탁스, 등등을 거치며 라이카는 감히 내가 만질 카메라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제곁에 있네요....
이제는 이것 가지고 평생 간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