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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유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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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장충기
  • 작성일 : 06-05-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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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렇겠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조그만 어린이 놀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한겨울에 날이 추울 때는 텅텅 비어있던 놀이터가 요즈음 날씨가 포근하여지자 다시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저는 가끔 이곳에 들러,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때로는 그 아이들의 사진도 찍고는 하였습니다.
그날도 저는 밖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 놀이터에 들러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3~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혼자 우두커니 다른 아이들 노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혹시 보호자를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뺑뺑이를 타고 노는데 아무래도 아이가 부딪쳐 다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다가가 여기 있으면 다친다며 아이를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데려 가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멀리 갔어"
그러면서 신발에 잔뜩 들어 있는 모래를 털어내려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벤치에 앉히고는 신발을 벗겨 신발에 가득 들어 있는 모래를 털어 내어 주면서, 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비어 있는 그네를 보더니 그리로 달려가 그네를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아이가 잘 노는지 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저에게 그네를 밀어 달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아이와 저는 별일 없이 잘 놀고 있었는데, 언제 오셨는지 할머니 한분이 다른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저와 아이가 노는 앞을 지나 가더군요.
저는 아이의 눈길로 미루어 그 할머니가 아이의 보호자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집에서 전화가 와서 저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저는 그 할머니를 스쳐 지나가게 되었는데, 저를 보고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어디에 사느냐고 묻더군요.(저, 그아파트 최초 입주자 입니다)
그런데 그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혼자 있던 이야기를 하고, 저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이번에는 몇동 몇호에 사는지를 묻더군요.
약간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동호수를 말씀 드렸더니, 할머니 말씀이 요새 하도 세상이 험악하여 그런다며 해명을 하더군요.
거기까지는 그래도 좋았습니다.
집에와,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더니 집 사람이 기분 나빠하며 앞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더군요.
언쟁하고 싶지도 않고 하여 조용히 있었는데,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습니다.
어떤 할머니 한분이 놀이터에서 자기 손녀 사진을 찍는 수상한 사람이 있어서 확인하여 달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할머니 입장에서는 제가 말씀드린 동호수에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기분이 개운하였겠지만, 저는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렸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무척 언찮았습니다.

정말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들고...
앞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말도 걸지 말고 사진을 찍을 생각은 더더욱 말아야 할까요?
정말 그런 세상이 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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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파리에서 저도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동네마다 있는 공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멀리서
촬영하고 있었는데(난 특정 아이가 아닌 한 무리의 아이들의 실루엣을 촬영)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물었습니다. '왜 아이들을 촬영하는거냐?'고,
난 저녁 빛 속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내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생각나서 촬영했다고 하자, 이해를 한다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낮 선 외국인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진기를 든 동양인, 특히 일본과 한국인들의
마구잡이식 무례한 사진찍기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인지가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어느날 시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유럽 어느나라인지는 모르나 한 젊은이가 사진기로 카페 건너편에 마주앉아서 키스에
열중하던 커플에게로 계속 미소를 담은 시선을 집중시키다가 그들과 눈을 마주치자
그제야 손에 들 사진기를 들어보이며 무언의 승낙을 미소로 구하더군요.

비록 구두로 승낙을 구하거나 승낙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교감을 거친 후에
그 커플은 더욱 열정적으로 키스를 했고, 사진기를 든 젊은이는 약 10분 정도
집중적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의 모습을 훔치듯
촬영을 해 온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장충기님의 경우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접하는 우리들이 한번 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장충기님의 의도는 분명 순수하고, 오히려 인정이 넘치는 것이었지만
과연 상대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인지?

의미있는 경험의 글 나눔에 감사드리며...

박장필님의 댓글

박장필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한 번도 남에게 그런 일을 베풀어 보지 않았기에
그런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이겠죠.
나도 당신 생활에 끼어들지 않을테니,
당신도 나의 삶에 끼어들지 마라.
...
솔직히 별로 기분이 안 좋군요.

김영하님의 댓글

김영하

뭐, 입장이야 항상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만, 피사체가 되는 사람에게는 찍히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충분한 교감을 나눈 후에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의 경우, 이국적인 특성을 지닌 한 동네를 오랫동안 찍을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카메라도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여러번을 가면서 거기서 맥주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이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요.
아마 그 할머니도 멋진 인화물 한장을 선물해주시면 다음부터는 많이 고마워하고 좋아하실 듯 합니다.
결말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은 이야깃거리요, 추억이 되겠지요.

박대원님의 댓글

박대원

충기님 속상하신 것,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잊으셔죠.
세태도 세태이지만, 연세가 든 할머니와 연관되었으니까요. ^^
이유야 다르겠지만 할머니가 아닌 현대적 경영주와 관련된 사진얘기도 있답니다.
언젠가 광화문에 있는 동아일보 신사옥 로비에 아주 커다랗게 설치돼있는 조형물을 찍다가 저는 젊은 경비한테 쫒겨난 적이 있었죠. 사장님 지시라나요.
같은 날, 교보문고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명동요? 유수 의류 상점은 쇼윈도우 마네킹도 점원 알게는 못 찍지 않습니까? 역시 사장님 지시라고.
수 억, 수십 억씩 돈 들여 선전광고는 잘 하면서도..... 제게는 아직껏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들이랍니다. ^^

장충기님의 댓글

장충기

사실 사진은 곁다리로 끼어든 이야기이고,
요새 어린아이들이 유괴당하는 일이 많으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손주에게 친절히 대해 주는 것이 수상쩍게 보인 모양입니다.
사실 사진이라고 하여 보아야 한장 밖에 찍지 않았습니다.
평시에도 남의 사진을 찍을 때는 허락을 받고 찍지만, 그날도 만일 할머니가 곁에 계셨다면 당연히 보호자의 허락을 얻어 찍었겠지요.

차 리 호님의 댓글

차 리 호

몇년 전의 일 이였습니다.
제가 사는곳의 집들이 대부분 단독 주택이다 보니 집들도 다양 할 뿐만 아니라
그 집들에 속하는 우편통들도 무척이나 다양 합니다.
그래서 우편통 씨리즈를 찍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쁜 우편함을 찍던중 마침 집주인이 귀가 하다 마주 쳤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갑작이 화를 내면서 너 왜 우리집 사진을 찍느냐, 어디에서 사느냐, 등등
따져서 가지고 있던 디지탈 카메라를 넘겨 주면서 안되는 말로 열심이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장 찍힌것을 보고서야 비로서 이해를 했는지 얼글 표정이 조금 달라 지더군요.
아마도 주인 생각 으로는 어떤일을 하기전 사전 답사 쯤으로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그후 씨리즈 촬영을 중지 했습니다.
아므튼 촬영을 위한 사전 준비 만이 아니라 촬영 중에 일어 날 수 있는 상황이
어떤것들이 있을수 잇는지도 조금은 생각 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김준호7님의 댓글

김준호7

우리 주위에서도 이제 인물 찍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 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어느 때 인가부터 이런 문제에 봉착하는 일이 종종 주위에서 들립니다.
그래도 어린애들은 양해가 쉬운 편이지만 시골 장터에서도 가끔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때가 흔합니다.양해를 구했는데도.........
이름없는 이 사람은 사진 찍기가 점점 어러워집니다.

김경태/KT.Kim님의 댓글

김경태/KT.Kim

그래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사진은 계속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사진가 역시 과잉친절보단 살짝 무시또는 덜 친절해야 하지않나 생각합니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되듯이 말입니다.

김두일님의 댓글

김두일

어느날 밤에 집 베란다에서 앞에 보이는 공원을 스토로보를 터트리며 몇장의 사진을 담고
집에 있는데 경찰이 찿아 왔드군요,
신고를 받고 왔다면서 뭘 찍었냐고 묻길래 공원의 풍경을 담았다고 하니 미안 하다고 하며 가드군요,
저는 어두어서 보지 못하였는데 숲속에 젊은 커플이 있었어 신고를 받았다고 하드군요.
기분이 이상하여습니다.

조철현님의 댓글

조철현

얼마전 제주도에서 포구에서 등대로 가는 길 옆 바닷가에 해녀들이 있어 사진을 찍으려 다가 갔는데
몇명의 관광객들과 신랑이를 하고 있더군요 가까이 가봤더니 관광객 몇명이 해녀들이 뭍으로 올라오자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것 같았습니다
저는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뒤돌아 서는데 해녀 한분(약 60여세쯤 되어 보이는)이 한숨쉬며 한마디
내뱉은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남의 속도모르고"

살아가기위해 물속에서 힘들게 일하고 뭍으로 올라와 기진맥진한 해녀가 우리에게는 관광거리 였다는게
죄송하더군요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상에 대한 이해나 허락없이 사진찍기 자체가 목적이되서는
안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놀이터의 할머니도 인터폰까지 해서 확인 하시다니 상당히 집요하신 성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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