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고수와 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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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홍건영
- 작성일 : 06-05-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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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수들은 간혹 수평이 맞지 않는 사진을 찍는다. 그래도 자연스럽다. 아니,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나도 간혹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포토샵으로 맞춘다.
2. 고수들이 카메라를 쓱 들면 사물들은 알아서 황금 분할의 위치에 정렬한다.
내가 카메라를 들면 절대 황금 분할이 나올수 없는 이상한 위치에 가서 짱박힌다.
3. 고수들은 가끔 주제를 화면의 정 중앙에 놓기도 한다. 왠지 긴장감이 있고 위태해 보이기도 하고, 고독해 보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 그렇게 한다. 나중에 한쪽을 잘라낸다.
4. 고수들이 카메라를 들면 아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자신만이 가진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자랑한다.
내가 카메라를 들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5. 고수들은 간혹 초점이 전혀 맞지 않는 사진을 찍는다. 왠지 몽롱하고 우울하고 심오해 보인다.
나도 간혹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찍는다. 그냥 초점이 맞지 않았다.
6. 고수들은 가끔 노이즈로 가득한 거친 흑백사진을 찍는다. 그 노이즈는 마치 짖게 깔린 안개처럼 로맨틱해보인다.
나도 가끔 노이즈로 가득한 거친 사진을 찍는다. 현상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 고수들은 보통 사진에 치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인다.
나도 사진에 치장을 하지 않는다. 뭔가 허전해 보인다.
8. 고수들도 가끔 사진에 테두리를 넣고 사인을 박는다. 왠지 사진이 돋보인다.
나도 가끔 그렇게 한다. 유치해보인다.
9. 고수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갈매기들은 멋진 비상을 보여준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똥을 찍 싼다.
10. 고수들은 가끔 빨강, 노랑, 파랑 원색으로 가득찬 사진을 찍는다. 강렬해 보이기도 하고, 추상화처럼 고상해보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 그런 사진을 찍는다. 촌스러워보인다.
11. 고수들은 가끔 흔들린 사진을 찍는다. 어떤 작가는 달리는 버스안에서 창밖으로 거리를 찍었는데, 사진에서 어떤 기이한 울림이 느껴진다.
나도 가끔 흔들린 사진을 찍는다. 흔들렸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12. 고수들은 간혹 몸통을 마구 잘라내는 사진을 찍는다. 목, 팔, 가슴, 머리, 가리지 않는다. 왠지 더 강렬하고 돋보인다.
나도 가끔 그런 사진을 찍는다. 그냥 괴상해 보인다.
13. 고수들은 간혹 도무지 뭘 찍으려했는지 알수없는 모호한 사진을 찍는다. 왠지 모호해서 멋지게 느껴진다.
나도 간혹 그런 사진을 찍는다. 뭘 찍었는지 나도 알수가 없다.
14. 고수들이 내놓는 카메라는 장터에서도 인기가 좋다. 불티난다.
나는 꼭 두번이상 장터에 내놓아야 한다.
15. 고수들은 아이디도 멋지다. 대부분 고유명사나 아니면 의미를 알수없는 자기만 아는 단어를 쓴다.
나처럼 영어 사전에 나오는 단어를 아이디로 쓰는 고수는 거의 본적이 없다. 나는 아이디를 고르는 취향에서부터 이미 하수란 말인가?
16. 고수들도 간혹 자기 가족의 사진을 찍는다. 그냥 집안에서 얼굴만 덜렁 찍는다.
그래도 뭔가 있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17.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수들은 이런 글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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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수들은 가끔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덜렁 찍는다. 가령 좌회전 교통 표지판 같은 것 말이다. 그걸 보고 나는 왜 하필 우회전이나 유턴이 아니고 좌회전일까? 혹 어떤 정치적 사진일까? 사람의 좌뇌는 이성을 지배하고 우뇌는 감정을 지배한다는데 이성과 감성에 관한 어떤 철학적 사진일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가끔 아무 의미도 없어보이는 사물을 찍는다.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인다.
19. 고수들은 자기가 쓴 글에 이런식으로 덧달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날 때 마다 계속 덧달 생각이다.
20. 밑에 행복예감님이 지적하신것 처럼 고수들은 보통 이런 글에 리플을 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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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이 전혀 안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댓글목록
김기현님의 댓글

리플 달립니다.
전 고수가 아니므로 예의상 리플을 달아 드려야 할것 같군요..
누가 스스로를 고수로 자처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고수연하는 모습도 좀 보기는 그렇지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승진님의 댓글

보구 그냥나가면 돌맞을꺼 같은 불길한....
너무 재미있는 글이네요.
*^^*딱 접니다..ㅋㅋ
위말구 아래요.
김선근님의 댓글

재미 있게 다 읽긴 읽었는데...
저도 천둥소리가 무서워 ㅋㅋㅋ
번개 튀기전에 리플입니다.
이렇때 한수 배우는 거죠 뭐!
김상규님의 댓글

하수인 내게 딱맞는 글..절절하게 와닿는 글이네요.에휴 언제나 고수가되나? 그냥 고수님사진들만 더욱열심히 보고..느끼고 그러다보면 나아지겠죠?
이치환님의 댓글

하하하 재미난 글입니다. 글 표현이 고수입니다.
나도 저런 고수가 되고싶네요.
*그런데 내가 아는 고수는 끙끙대며 수평을 맞추고, 노출 꼼꼼히 따지고,
꼭 삼각대 세우고, 한 장면을 여러번 반복 노출을 달리해서 촬영하고,
인화도 골아프게 신경 써서 잔소리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주문한 후에, 나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인화물을 보고 또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탓하면서
폭음도 하고, 사진 때려치워야 겠다고 한숨을 쉬고,,,다시 촬영하고,,,그러던데...
가짜 고순가 봅니다...ㅎㅎㅎ
임규형님의 댓글

우리네 사진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종종 사진이 아니라 무공을 연마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내공, 고수, 포스등의 단어를 자주 보면 카메라가 아니라 칼을 가져 와야할 듯한 분위기입니다.
꼭이 그렇게 따진다면 저 자신도 하수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요즘 라클에선 추천과 댓글, 게다가 조회수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 같아서..ㅋㅋ)
걍, 저는 취권을 익히고 있노라 강변하렵니다. 힛!
그런데 글을 유심히 보면 하수의 자조가 아니라 고수에 대한 비아냥으로 읽히기도 하네요.
라영범님의 댓글

강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고수 그냥 말만 들어도 멋진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고수가 넘어지면 작전상 넘어지는것이고 하수가 넘어지만 실수로 넘어지는것 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늘 고수를 지향하는 영원한 하수가 되고자 합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최우석님의 댓글

좋은 유머는 항상 즐겁게 하는군요.
그런데,
고수와 하수의 명찰을 떼어 2장의 사진을 놓고 볼 경우에도 고수의 사진과 하수의 사진을 쉽게 분간할 수 있을가요 ?
안창일님의 댓글

재미있는 글입니다.
안창일님의 댓글

고수<->저수
상수<->하수
이렇게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구분없이 쓰는 것으로 일반화 되어 있더군요....
조철현님의 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백조가 호수위에 우아하게 떠 있지만 수면 아래서는 발을 죽어라 저어대듯이
고수들도 어쩌면 혼자 자기 사진을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지 모르죠^^
저는 사진을 보면서 렌즈를 바꾸거나 다른 필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은 편합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고수면 어떻고, 하수면 어떻습니까?
저는 사진을 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하수라 할지라도 정말 좋습니다.
박장필님의 댓글

읽고서 리플 안 달면 고수가 되는 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격지심에 역시 리플 달고 있습니다.
언젠가 리플 안 달 수 있는 날이 올런지... ㅎㅎㅎ
황중수님의 댓글

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김연순님의 댓글

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글 쓰신 분은 진정 고수의 반열에 오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만큼 반추하고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갈매기가 배설하는 것은 더 가볍게 비상하기 위한 몸부림일 겁니다.
김헌주님의 댓글

하하하
공감이 가는 글 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희상님의 댓글

참 재미있군요..ㅎㅎ
노상근님의 댓글

재미있으면서도 많은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글이네요.
저 역시 고수가 아니므로 리플을...
계광원님의 댓글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바로 나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언제 하수에서 벗어날까??
김두일님의 댓글

고수와 하수 사이는 없나요,
중수로 갈려고 해도 아득한데---- ㅎㅎㅎ
재미있습니다.
이성재Rol님의 댓글

어... 나도 모르게 자판을...ㅋㅋㅋ
고수이기를 포기한 만년 하수.... 저같은 하수도 있어야... 고수님들이
더욱 빛나보일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상에서의 즐거움을 찾으려구요...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얼러뤼요~ 가슴을 후벼파대로 절절한 말들인에요.... ㅡ,.ㅡ;;
최_정원님의 댓글

글 읽다말고 리플 답니다...허허
이번 연휴에 가족들(장인장모 결혼 30주년기념)과 일본으로 여행을 갔드랬습니다.
화밸필터에 SF-20에 2005년 공제가방에 Digilux2를 들쳐메고 갔습니다.
엊그제부터 포토샾으로 레벨에 콘트라스트에 샤픈 등등주고 있습니다.
수평이 맞지않아 회전에 트리밍에 크롭도 마다않고 있습죠...
300여장되네요....커흐흑...
하나 추가해주시죠.....
고수들 사진은 다 걸작이고 내맘에 들지만, 하수는 맘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보다
포로샾을 이용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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