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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날,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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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민향
  • 작성일 : 06-03-2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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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를 구하고, 흑백 필름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직접 현상을 시작한 지가 일 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처음에 책을 보면서 따라했는데 많이들 쓰는 코닥 D-76 현상액을 이용했었어요. 그리고 photo.net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현상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아 서핑하는 취미가 생겼지요. 3200 같은 고감도 필름을 쓰면 마이크로돌 같은 입자가 고운 현상액을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 필름에 따라 현상액도 다르게 쓰고, 익숙한 요리사가 자기만의 특제 소스를 개발하듯이 현상액 몇 가지를 자기만의 비율로 섞어서 쓰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로디날이라는 아그파에서 생산하는 필름 현상액 이야기를 읽었는데, 자세한 건 더이상 기억이 나지 않지만,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가장 오래된 현상액 제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photo.net의 라이카 포럼 고정 멤버이신 어른들께서 이런 저런 실험을 많이 하시고 또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으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로디날을 쓰게 되었는데, 눈오는 밤에 찍었던 롤들을 로디날로 현상해 본 이후로는 한번도 한눈팔지 않고 로디날만 쓰게 되었습니다. 워낙 농도가 진한 현상액이라서 대개는 1:50, 그리고 입자가 더 곱게 하려면 1:100까지도 희석시켜서 씁니다. 오래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기 직전에 직접 희석을 시켜서 만들어야 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D-76와는 달리, 한 번 밖에 쓸 수 없습니다. 현상액을 버릴 때 흘러나오는 그 어두운 보라색 물이 저에게는 현상이라는 행위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지요. 제일 처음에 롤 하나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깨끗하고 맑은 투명 필름처럼 나온 이후 (아직도 그때 뭘 잘못했던 건지 모릅니다), 저에게 "투명 필름 공포증"이 생겼는데, 필름 워셔에서 필름을 꺼내서 말리려고 롤을 풀면서 또 투명 필름이 된 건 아닐까, 하면서 뭐라도 그림자가 찍혀 있으면 안심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투명 필름 사건 때 탱크의 현상액을 따라버릴 때 현상액이 맑았던 기억이 있어서, 어두운 보라색 물이 흘러나오면 그때부터 좀 마음이 놓이기 시작합니다. D-76였다면 이런 보라색 현상 경험이란 게 없었겠지요.

무엇보다도 제 짧은 경험으로 보면, 로디날은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D-76는 좀더 강하고, 뚜렷하고, 뭔가 공식 석상에 참석한 듯한 기분이 든다면, 로디날은 흐르는 듯하고 꿈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전해 줍니다. 주위의 현상소에서는 모두 D-76나 T-Max 현상액만 쓰더군요. 그리고 다른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제가 현상한 필름들처럼 베이스가 맑은 보라색(Tri-X)이나 청색(T-Max)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집 근처의 K&M이라는 사진 가게에서 구식 약품들과 인화지를 몽땅 안보이는 창고로 옮기고 디지털 프린트 용지들을 진열장에 깔아버리는 일대 혁신을 단행한 지 얼마 안되어, 일포드 래피드 픽서도 떨어지고, 코닥 가루 약품들만 보여주더니, 며칠 전에는 이제 아그파가 완전히 망해서 로디날도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하네요. Adorama나 B&H에 가서 남아있는 재고라도 사들여야 하는 건지...다른 약품들을 사용하기 시작해야 하는 건지...아니면 포토그래퍼즈 포뮬러리에서 제조하는 로디날 유사 제품을 주문해야 하는 건지...이제 로디날에 대해서 좀 알 것도 같은데, 약품을 바꾸자니 서먹하기도 하고...인화 약품들이야말로 진짜 아는 게 없어서 갈 길이 먼데...

참고로, 포토그래퍼즈 포뮬러리(http://www.photoformulary.com)는 아주 구식 방법에서부터 여러 대안적인 방법까지 광범위한 종류의 약품들을 제조 판매하는 좀 장인적이고 가내수공업적인 회사입니다.

어쨌든 이제 멸종되고 있는 부족의 일원이구나 라는 실감이 납니다. 살던 집 계약도 거의 끝나가고 땅도 점점 좁아지고...그런 부족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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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좋은 경험을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멀지 않는 곳에 계시네요.
뉴욕에 조금 아는 동생이 있어서 맨날 한번 오라고 하는데,
올여름엔 맨하탄을 걸어볼 수 있을련지?

조효제님의 댓글

조효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학생시절에 로디날로 현상하여 이를 통한 입자 비교 수업을 미국에서 받은 적이 있어 가끔 쓰기도 하였습니다. 코닥에 비해 절때 떨어지지 않은 부드러운 현상 능력은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코댁 H-110 현상약을 한번 테스트해보시길...
Dilution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나름대로 데이터를 만들면 Rodinal 못지 않습니다.

http://www.covingtoninnovations.com/hc110/

아래 현상 결과물 참고...

저는 Dilution B & H Type을 주로 사용
-콘트라스트 강한 날씨=H, 낮은 날씨=B
-30% 현상+5분 수세+30% 현상 + 5분 수세 + 40% 현상 + 후 처리과정 + 건조

http://photopoem.com/2004/bw/04320/04320.htm
http://photopoem.com/2004/bw/4.16/04416.htm

김민향님의 댓글

김민향

답글 감사합니다. 강웅천 선생님, 맨하탄에 오시게 되면 연락주세요. (올 여름엔 한국에 있게 될 수도 있지만...) 조효제 선생님, 모든 것이 독학이라 그냥 감만 따라 가는데 여유가 좀 생기면 사진 수업을 듣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R09과 H-110을 알려주신 두 분 감사드립니다. 오리지날 로디날 포뮬라라니 꼭 사용해 보고 싶습니다. 이치환 선생님, 현상 데이터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러주신 대로 꼭 해보겠습니다. 서대문 형무소 사진들의 빛과 어둠이 인상적입니다.

최환익님의 댓글

최환익

HC110은 다 좋은데, 점도가 너무 높아서 희석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ㅠㅠ

조효제님의 댓글

조효제

인용:
원 작성회원 : 최환익
HC110은 다 좋은데, 점도가 너무 높아서 희석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ㅠㅠ



사실 희석비에 따라 호불호라서 현상하기에 상당히 까다롭긴 합니다만 많이 써 보신 분들은 HC-110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혹시나 여유가 생기신다면 꼭 한번 써 보시길 바랍니다. 단, 현상 시 온도에 상당히 민감하니 온도 유지에 각별히 신경 쓰시면서 희석비(Dirution Type)를 잘 감안하여 사용하시다면 아주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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