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50미리 식구와 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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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05-12-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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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용” 의 견지에서 제가 사용하는 50미리 식구가 제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 하는 변덕스러운 마음을 말씀드려
보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극히 개인적 제 식구 평가이오니 태클 사양 ^^)
(1) 엘마양 : 사용자적 측면에서 볼 때 작지도, 그렇게 편리하지도 않은 렌즈. 촬영시 빼었다가 촬영 후 다시
집어 넣는 방식이 처음 잠깐은 재미도 있고 편리합니다. 그러나 이 아가씨와 친해져서, “음, 이제부터 이 녀석과 정말
친한 친구가 한 번 되어 볼까?” 마음먹고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래서 만나고 헤어지는지 모르지만..^^
조리개가 다른 식구들보다 불리하다는 것 말고도, 촬영 때마다 넣다 뺏다 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고, 또 급한 마음에
경통 끝이 홈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어느 분 말씀마따나 소위 “후핀” 이 맞아 희미 몽롱한 사진을 뱉어 냅니다.
경통을 넣으면 콤팩트해지는데, 이 경우 “후드”가 애매합니다. 후드 부착 상태로 경통을 집어 넣으면,
엘마의 콤팩트한 이득이 많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후드를 탈착하여 주머니에 가방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거 자주하다 보면 급한 캔디드 데이트에서 타이밍도 가끔 놓치고, 땅에 떨치기도 하고 그럽니다. ^^
급한 장면이 펼쳐지는데, 경통빼고, 후드 장착하고, 필름 콕킹하고, 노출보고, 거리 맞추고, 셔터 누르려고
하다 보면 장면은 어느새. 물론 항상 경통빼고, 후드 장착하고, 노출 조절해 놓는 임전태세 모드로 다니면
좋겠습니다만, 저라면 그런 자리에 절대 엘마양 안 데리고 갑니다. 크론 오빠 데리고 나가지요.
그러나 엘마양, 좋은 점도 많습니다. 롱 스커트의 클래식한 멋, Asph 아저씨나 크론 오빠가 선사하기 어려운
클래식한 사진표현, 짐없이 홀홀히 떠나는 여행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깜찍한 크기, 실버 엘마언니의 경우
M3군과의 굿매치, 길이가 긴 아이토이 (아이 쉐도우?) 후드 사용시 플레어와 잡빛이 억제된 플라토닉 사진 결과.
경쾌한 댄스 파티에 꼭 동반하고 싶은 렌즈, 그 댄스 파티에서 클래식한 멋을 지닌 준수한 데이트 상대를 잡아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필요한 렌즈.
(2) 크론 오빠 : 50미리 식구 중 최고로 마음에 드는 렌즈. 에스페리칼이 부가된다면 더 더욱 마음에 들 준수한 렌즈.
크기 단단하고, 체중 가볍고 (특히 블랙렌즈), 사진 정말 똑똑 영특하고, 후드 내장되어 있고, 값도 착하고,
이 오빠에게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집안 좋고, 직장 좋은데, 결정적 “티 궁합” 딱 하나 빼 놓고. 들락거리는 정말 짜증나는 “내장 후드” .
본체와 후드에 구멍을 뚫어 고정시키고도 싶지만, 후드 내장과 침동 장점이 꽝이 되고.
별도의 탈착식 후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가 봅니다만, 이 경우 내장후드의 편리함도 꽝이 되겠지요.
상쾌한 봄 날 피크닉가는 경쾌한 기분으로 사용하고 싶은 예쁜 렌즈입니다. 블랙 바디에 실버오빠를 물려 쓸 때는
“뭐, 아니다” 싶었는데, 블랙 바디에 블랙 크론오빠를 물리니 “아!! 바로 이거다!!” 찰떡매치 싶었습니다.
(3) Asph 아저씨 : 크론군이 제일 마음에 들지만, “음…오늘은 정말 정색을 하고 여러 가지 빛의 상황에서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어..” 라는 마음이 들 때는 50미리 중 이 아저씨 가장 든든하고, 마음에 듭니다.
마치 BMW M3나 M5를 몰고 와인딩 로드를 나서는 드라이버 마음처럼.
무엇보다 이 아저씨, 속사 상황에서 후드가 들어가는 걱정을 붙들어 매준다는 사실. 또 어떤 조리개를 쓰더라도
내 사진 실력이 모자라면 모자랐지 렌즈 실력이 모자라서 사진이 요렇게 밖에 안나왔다는 변명을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이빙 렌즈 토크감이 빵빵하다는 것.
^^ 단점, 우등생이나 값이 고약하고, 가방끈 길듯 렌즈가 크고 무겁고 (물론 크론군 체중 대비^^),
초점 조절시 경통 회전이 고지식 아저씨답게 좀 뻑뻑하다는 점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 세 식구 중 어느 녀석이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물으신다면…글쎄요, 여러분 손가락 세 개를 하나 하나씩 깨물어
보시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군요. ^^ 이 세 녀석 각각이 패밀리에서 제 쓰임새를 훌륭히 보여주고 있으니,
제 좁은 생각으로는 50미리를 주포로 삼으신다면 이 세 식구 모두를 예뻐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이효성님의 댓글

읽으면서 재미도 있고, 또 공감하는 부분들, 그리고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덧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글을 참 재밌게 잘 쓰십니다. 오늘 2005년 마지막 하루 의미있는 날이 되시고 알찬 새해 맞이 하시길 소망합니다.
이상제님의 댓글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잘 보았습니다.
50미리 즈미룩스 ASPH.....참 든든한 렌즈죠.
최대 개방에서 보여주는 샤프하면서도 정갈한 표현력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50 즈미크론도 흠잡을 데 없는 렌즈입니다만
아무래도 즈미룩스ASPH.이 새로 나오면서 라이카 대표렌즈 자리를
넘겨준 듯 싶습니다. ^^
하효명님의 댓글

ㅎㅎ 재미 있어 단숨에 읽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엘마 경통 넣은 채 찍는 횟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창희님의 댓글

50미리 스미룩스asph 저도 써보앗읍니다... 정말 좋은 렌즈 더 군요..
정말로.. 너무나 쌰프하게 ..좋았읍니다.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김기현님의 댓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50mm에 대한 감회를 정리하셨군요.^^
저는 이제까지 이런 저런 렌즈를 사용해 보니 그냥 렌즈는 렌즈이고,
사진은 또 별개라는 생각에 안착한듯 합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새로운 물건을 보면 욕심과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있다가 내 보낸 물건으로 남이 좋은 사진을 잘 찍으면 또 후회도 생기는것은
아마도 보통사람의 다 같은 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망하여 사진을 찍는 일이 희미한 요즘은 물론이고,
좀 짬이 나서 사진을 찍을 기회가 더 생긴다해도 이제는 렌즈나 바디에
크게 구애받고 싶지 않아집니다.
마치 전세값 정도의 오디오를 사용해 보다가
낡은 쿼드 진공관 앰프 수준에서 오디오 욕구가 정리된것과 같은 이치인듯 싶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행복한 고민인거 같아 질투가 납니다만..
저는 단 한개의 렌즈를 가졌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습니다.
한때.. 메인 시스템을 두고.. 서브로 평판에 붙인 사바 풀레인지를 잘 만든 6V6을 진공관을 바꿔가며 겨울 내내를 알콩달콩 보낸적 있습니다.
거기에 질리의 노래나 시게티의 바이얼린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이 모노이고.. 퇴색한 흑백 사진처럼 흠잡을데가 많았어도..
그렇게 가슴을 후비듯 가슴을 채우는 음악들도 드물었다는 생각입니다.
낡은 m3를 손에 들고.. 단 한개 뿐인 50밀리 스미크론 침동식을 최고의 렌즈인냥 어루만져가며 자족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무서운 스미룩스를 껴볼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