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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30일 낮 12시. - 라클 회원이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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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20-03-31 21:11

본문

제목의 년월은 라이카클럽에 최초 가입한 날이다. 

아마도 가입 신청을 하기 전에 최소 6개월은 유령처럼 들락거렸을 것이다.

 

2003년 당시, 아니 정확히 2002년 당시에 나는 5여년의 병 치례로 즐겨찍던 사진을 못찍고 지내다가 병이 다 나아 다시 사진기를 잡았을 때 살아났다는 희열에 그 동안 소요하듯이 했던 사진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결심하고 당시 난무했던 온라인 사진클럽을 찾아가서 사진을 보며 가입한다면 탈퇴하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가름했다. 쉬이 탈퇴하려면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던, 어떤 조직이던 그런 마음으로 접근한다.

 

가입 당시 라이카 카메라도 없었다. 당시 새로 발매된 보잌 L 바디에 25mm와 화인더를 장착해서 지금은 사라진 청계천 고가 아래 삶을 스냅했었다. 라이카 카메라는 당시의 내 형편으로는 가질 수 없는 넘사벽. 그래서 6개월 정도 갤러리 사진만 매일 구경했다.

 

라이카클럽에 포스팅되는 사진은 거의 브레송류의 사람들 사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풍경사진이라고 해봐야 농촌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있는 들녘사진. 그런 사람 사는 사진이 너무 좋았다. 올드 랜즈로 찍어내는 흑백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던 고향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온라인 사진클럽은 대부분 풍경사진 일색이었다. 라이카클럽처럼 삶의 모습과 사람을 보여주는 곳은 드물었다. 사진이 너무 좋아서, 아무런 도움도 안되지만 사진 구경값을 하기 위해서 가입신청을 했다. 가입 전 6개월 동안 라이카 바디와 랜즈를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저축을 해서, 가입 후 라이카 더블스트록 M3와 50mm DR, 최근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은 4세대 35mm를 샀다.

 

고등학생 때, 음악선생님이 애지중지하던 M3. 

몰래 살짝 만졌다가 '망가지면 니네 집 팔아야 해'라는 엄포에 겁을 잔득 먹었던 그 카메라를 목에 걸고 한강 고수부지를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브레송같은 사진가가 곧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 몇년 후 사모았던 라이카와 롤라이플렉스를 몽땅 끌어안고 프랑스로 날아갔다. 더 늙기 전에 사진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10년 파리를 헤메다가 나이드신 부모님 부양을 위해 귀국. 오자마자 사진을 찍어서 류가헌에서 개인전을 했다.

 

그게 나름 10년 공부 귀국 보고였다. 그리고 이듬해 10장의 한지 옻칠 사진을 만들어 삼청동 한벽원 갤러리 4인전에 걸었다. 사실 그 10장의 한지 옻칠 사진이 10년 동안 파리에서 방황하며, 내 자신의 참모습을 바로보게 된 후에 만들고 싶어했던 사진들이다. 지금 뉴욕 재민님 갤러리에 가있다. 귀국 후, 개인전 3번, 단체전 2번 전시를 하며 전시비용을 마련하려고 값 나가는 라이카 바디와 랜즈를 다 팔았다. 라이카도 없이 라이카클럽에 사진을 포스팅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또한 라이카클럽 전통인 사람(사는) 모습이 아닌 사진으로 포스팅하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 사진 포스팅은 접어두고 원하는 사진톤을 만들기 위한 랜즈 연구에 몰입했다.

 

연구라 해봤자 주먹구구식, 100년 이상된 무코팅 형석랜즈를 가지고 이런 저런 테스트도 하고, 직접 해체하고 재조립해서 원하는 랜즈를 조립하기도 했다. 디지탈 소스에 궁합이 맞는 랜즈가 어떤 것인지? 어떤 랜즈가 되어야 하이라이트는 눈송이처럼 포근하고 볼륨과 디테일이 표현되고, 칠흑같은 암부는 깊이와 존재감이 느껴지게 표현될까? 등등 빛과 사진 이미지표현 결과에 대한 분석에 오랜 시간과 노력과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다가 이제서야 다시 라이카 M3와 랜즈 3개, 라이카플렉스와 R 랜즈 3개를 다시 장만하고, 틈틈히 포스팅을 하고 있다. 아쉽지만 풍경사진류로. 

 

내가 사진을 깊이 배운 유일한 스승이신 유호석님(전한국일보사진국장)의 단호한 말씀이 늘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예술사진? 사진이 왜 예술인지 아세요? 풍경을 담아서? 소위 자신도 알지못하는 미술흉내를 내는 화인아트 사진을 찍어서? 그런거 아녜요. 사람의 삶,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기록해서 예술이라고 하는 겁니다. 사람 중에 사진가 자신도 해당되죠.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하고요. 자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야 다른 사람 삶도 보입니다. 그래야 감동적인 사진이 되고, 그런 사진이 바로 예술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

 

이만 줄입니다. 언젠가 신이나면 다시 쓰겠습니다.

즐거운 사진 삶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진 나쁜 사진은 없어요. 표현이 조금 미숙하고,

혹은 기교가 남다르게 뛰어나다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좋은 사진은 

'내 감동이 진솔하게 그대로 담겨 전해지는 그런 사진이 아닐까?'

자문자답합니다. 라클에 좋은 사진이 넘쳐나길 기원하며......

 

**첨부 사진은 몇년 간 몰입하고 있는 4x5 필름 작업사진입니다.

아직 미완성의......지금 랜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하는 톤의 사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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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우종원님의 댓글

우종원

자기 고백서와 같은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충무로 아미고스에서 가끔 뵙다가 프랑스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단하시다고 

그 용기와 추진력에 놀라며 부러움도 함께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귀국하신 이후의 사진 활동도 당연히 포함해서요.

 

-“좋은 사진 나쁜 사진은 없어요. 표현이 조금 미숙하고,

혹은 기교가 남다르게 뛰어나다는 건 있을 수 있지만“-  공감 백배입니다.

그 열정 그대로 꾸준한 활동 기대하며 좋은 성과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박영욱님의 댓글

박영욱

백배 공감합니다

즐기면서 마음에 와닿으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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