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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결혼식 축의금 1만 3천원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이상제
  • 작성일 : 05-11-28 17:24

본문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실화라고 하네요.
'연탄길', '행복한 고물상'의 저자 이철환 님의 글이었습니다...
http://cyworld.nate.com/happygomul
추천 0

댓글목록

양진이님의 댓글

양진이

가심이 찡~ 하네요. 그래도 친구가 열심히 사는모습에 기쁨을 느낄수 있기를...

오정훈님의 댓글

오정훈

참으로 귀한 선물과 축의금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아름답읍니다

강지연님의 댓글

강지연

눈물이 저절로 났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서언하군요.

김종민님의 댓글

김종민

찡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우정이기에...

박종만님의 댓글

박종만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나도 모르게 눈자위도 시리어집니다
무엇과도 견줄수없는 사과에 담긴 우정과 사랑----
추위를 살며시 녹일수있는 마음과 마음이 부럽습니다.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사람 마음이 중요한건데..
너무 자주 잊고 사네요.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류호중님의 댓글

류호중

이런글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하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소재민님의 댓글

소재민

동막골 영화르 보면서 펑펑 울던 아저씨가 있었다는데....
이 글을 읽고 눈물이 핑~ 돕니다.
갑자기 돈 떼먹고 달아난 친구가 생각 납니다. 잘 살고는 있을런지....

최_정원님의 댓글

최_정원

아...보지말걸 하네요..업무중에 눈물이 나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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