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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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하효명
- 작성일 : 05-11-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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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양식이 없어 굶기 시작하면 살찐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약 열흘 더 산다고 한다. 식량 공급이 끊어지면 몸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 생명을 이어 가므로 살찐 사람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 움직임이 줄어들면, 정신이 “몸이 양식 구할 능력이 떨이졌다”고 판단하고 언제 굶을지 모르므로 몸에 지방을 저장시키는 시스템을 가동시켜 배가 나오게 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몸이 아직 양식 구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지방 저장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배도 나오지 않게 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사람이 운동을 열심히 하면 정신은 몸이 양식 구하러 다니는 줄 알고 안심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정신이 “몸이 양식 구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쓸 데 없는 짓 하는 줄 알면 즉시 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박(bivouac, biwak)이란 간단한 취침 도구를 준비해서 야외에서 자는 것이다. 야외에서 잘려면 취침 도구뿐 만아니라 취사도구에 옷까지 더 준비를 해야 하므로 배낭 무게가 최소15kg은 넘게 된다.
비박을 위해서 15kg이 넘는 배낭을 매주 이틀씩 메고 다니면 정신은 몸이 양식 구해서 메고 다니는 줄 알고 매우 기분 좋아 할 것이며 몸에 지방을 저장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주 맑은 공기로 폐까지 깨끗이 씻어 주니 더 좋을 바가 없을 것이다.
몸이 무조건 생명 연장을 추구하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가 세상에 별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면, 또 우리의 유전자가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푸른 숲에 쌓여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일주일에 한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숲 속에서 자고 오는 것은 그 어떤 레포츠보다 우리 몸에 좋을 것이다.
댓글목록
하효명님의 댓글

비박 사진 첨부합니다.
맨 뒤에 스틱 안 들고 배 나오신 아저씨는 비박 처음 오신 분이십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30대 중반에 제 정신은 몸이 양식 구할 능력이 떨어지는 줄 아나 봅니다.....
비박에 대한 글을 이전에 봤었지요...매우 흥미로왔지만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용기나 매우 강한 주위의 부추김이 있어야 하겠더군요.....
우영재님의 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30대에 이미 '몸이 양식 구할 능력이 떨어졌는 줄 알았다'가 몇년 전서부터 거의 매일 6킬로씩 걸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비박은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 비박을 잠안자고 여행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양정훈님의 댓글

지난 달 인제 방태산 비박때 계곡 물소리와 텐트 위로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 신경이 쭈빗 곤두서^^ 잠 못이루던
생각이 납니다. 그 큰 산에서 혼자 비박을 하는데 눈을 뜨고 텐트 밖을 보니 거무투투 시꺼먼 산능선과
그 위로 서슬 푸르둥둥 떠있는 달...흐흐흐..머리풀은 여인네가 계곡물 울음을 울면서, 부스락 바스락 떨어지는
가을밤 낙옆 소리에 걸음 맞추어 치마끌고 제게 오는 것 같아,^^ 에구..무시라...라이카 꼬옥 움켜쥐고
밤을 지새던 생각이 납니다.
사진과 음악 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비박 여행이라 틈만나면 산으로 들로 쏘다닙니다. 비좁은 비박텐트 안에 엎디어
작은 불켜고 책을 읽다가 문득 침낭 속 몸을 뒤척여 밑도 끝도 없는 광활한 하늘에 박힌 수없이 반짝이는 별을 볼 때,
수 만 귀뚜라미들이 비발디의 마니피캇을 합창하듯 온 땅에서 쏘르륵 쏘르륵 화음맞추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때 느껴보는 행복은 비박 야영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봉섭님의 댓글

선배님 덕분에 저도 山과 비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하나되어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승국님의 댓글

아이들 데리고 텐트치고 야영할때가 생각 납니다...땅 바닥에 방수피 깔고 자는 기분을 조금은 알것 같읍니다...땅과 가까워지면 지기를 많이 받아 건강해 질것 같읍니다...
그래서 침대보다 온돌방이 좋듯이...그런데 침낭만 깔고 바닥에 자면 습기가 올라오지 않는지요...습기는 몸에 좋지 않을듯 합니다...
사진에 초보 비박하시는분 걱정이 됩니다...
하선생님 양정훈님 대단한 건강입니다.....부럽읍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바닥에 방수천을 깔고, 비비색이라는 방수 주머니에 침낭을 넣고 잡니다.
우천시는 그냥 비비색만으로도 방수가 되지만 배낭 때문에 후라이를 치고 자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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