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어느 노숙자의 사모곡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05-06-22 01:47

본문

(그날)
노숙자사진은 애써 피해 온 터이다.
"한 장 찍어 주슈."
"예?"
"내 사진 한 장 ......"
"아~! 예, 찍어 드리죠."
엉겁결에 대답은 했지만 막막했다. 그냥 막스냅이라면 몰라도...
"한 장에 얼마요?"
"돈은 안 받습니다."
"...... 고맙소."
해서 찍었다.
잘 찍는다고 찍은 게 고작 이거다.
핀잔먹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 다음 날)
고맙다고 그는 손까지 흔들어 주었었다.
그런데, 약속했던 오늘 오후 내내 그를 볼 수 없었다.
내일 다시 나가 봐야겠다

(그 다음 다음 날)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이거 얼마요?" 사진 몇 장을 받아 들고서 그는 또 묻는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요즘 벌이는 잘 되나요?" 여기다 대고 사진이 어떻고 취미가 저떻다고 말하기가 죄짓는 것 같아 그냥 얼버무렸다.
김**할아버지, 75세, 2남 2녀 모두 출가, 고향 서울 만리동, 아프기 전까진 이것저것 다 했단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죠." 주면 고맙게 받아 먹지만 절대로 빌어 먹긴 싫다고도 했다.
"하루하루가 힘들어요." 소주를 거푸 마신다.
"마누라가 오면 내가 따지죠.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그러면 가긴 어디 갔냐고, 여기 있었지 않냐고 대꾸해요. 그래서 내가 손으로 잡으면...... 없어요!" 간밤의 꿈 얘긴가 보다. 5년 전에 세상떠난 할머니 얘기로 눈물을 글썽인다.
요즘들어 자꾸만 눈물이 난단다. 16살 나이에, 두 살 더 먹은 할버지한테 시집와서 호강 한 번 못 해보고 지지리 고생만 하다 저세상 가버렸다고 할머니를 그렇게 불쌍해 한다.
"또한번만 와봐라, 내 다시 놔주나......!" 혼잣말하며 먼 곳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한번 간 사람 다시 올 리 있나...... 내가 가야지......" 하면서 고개를 떨군다. 웬만하면 옛날이 잊혀지련만 해가 갈수록 오히려 또렷해진다고 할머니를 그렇게 그리워한다.
시간이 꽤 지났다. 나는 마지막 소줏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여름 저녁, 바람 한 점 없다.
추천 0

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삶이란 이럴수도 있구나'하며, 가슴이 뭉클해 지는 글 잘읽었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진이 아닐까도 생각해보며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합니다.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모두가 이 땅 나그네 길을 가고 있을 진데, 노인 분이 홀로 너무 외로운 여정 속에 있어 안타까워 보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분에게 '소망'이 없다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그리고 남은 삶에 대한 소망없음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잠깐이나마 시간을 내어 말동무가 되어 주시고 애써 찾아가 사진을 전하여 주신 박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에 참으로 아름 다운 정신을 가진 분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글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김봉섭님의 댓글

김봉섭

박선배님의 교훈같은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어울려서 사랑으로 감싸주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아내한테 더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동혁님의 댓글

고동혁

잠시만이라도 삶이 뭔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과 사진입니다.

주변의 가족과 이웃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과 사진 감사 드립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일전에 올리신 소주마시는 노인의 모습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했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좋은 것은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와 함께 인생의 한 순간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역시 최근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더군요.
비록 사진 한 장 찍지 못해고 말만 나누고 돌아서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한 가지씩은 갖고 오는 셈이지요.
그러면서 "인생 별것 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믿음이라는 사실을 왜 이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인지....
갖은 것이 많고 적고는 결코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왜 이제야 느끼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사람의 행복과 기쁨은 가슴 가득 사랑을 품었을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위에 올리신 모든 분들의 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사랑, 대화, 만남, 상실, 인생...

아주 짧은 인생 길을 가면서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과 깊은 교제는 신(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임에도 이러한 가치를 모르고 귀한 인생을 덧 없이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전우현님의 댓글

전우현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박대원 선생님. 언제 한번 만나 뵙고 인사 드릴 날이 오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일전에 참 감사했습니다. 주신 물품은 아주 긴요하게 매일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박종만님의 댓글

박종만

범사에 감사하며 -----

좋은글과 사진을 잘보았습니다

이경면님의 댓글

이경면

감사한 글과 감사한 사진에 감사드립니다.

정진석님의 댓글

정진석

아홉시 좀 못돼 이글을 보고... 지금까지 네번을 보았는데 글을, 사진을 볼때마다
찬란하고 고결한 그들의 사랑에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오정훈님의 댓글

오정훈

박대원 선생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 주셨어 감사함니다

안승국님의 댓글

안승국

이제사 글을 보게 됩니다. 그간 더우신데 여기저기 다니신듯합니다. 삶에대한 깊은 느낌을 받게합니다. 잠시라도 말동무하신 박선생님 감사드리고 싶읍니다.
사진속의 저분 찐한 표정에 모던것이 다 표현된듯합니다. 가슴 뭉클한 사진과글 잘 보았읍니다.

윤종현님의 댓글

윤종현

뭐가 바쁜지 이제서야 봤습니다.
사진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박대원선생님의 글과 사진 모두 감사합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도웅회님의 댓글

도웅회

좋은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김규혁님의 댓글

김규혁

사진과 글이있어 참으로 고귀한 삶의 한켠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심정섭님의 댓글

심정섭

가슴 저미는 閭巷 匹夫의 亡婦歌, 잘 읽었습니다. 떨림이 깊은 글, 감사 드립니다.

이동현(offramp)님의 댓글

이동현(offramp)

가슴 한 켠이 저려옵니다. 진정한 다큐로군요. 피사체를 이해하고, 사랑할 때 진짜 사진이 나오는 것이겠죠. 사진, 글 모두 잘 봤습니다.

전웅기님의 댓글

전웅기

라클에 가입한지 몇개월 돼지는않았지만 .....
박대원 선생님 의 가슴을 뭉클개하는 좋은 글과 사진 접하게되어 진정고마운 마음입니다.....

이명섭님의 댓글

이명섭

좋은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송 준우님의 댓글

송 준우

회사에출근해 라클을 하릴없이 배회하다
박대원 선생님의 묵은 글을 다시 봅니다.
체온이 느껴지는 사진은 무엇인가? 라며
다시 곱씹어봅니다 ^_^;;

윤세영님의 댓글

윤세영

박대원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읽혀지는 글입니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고통 가운데서 헤어나지 못하는 믾은 분들을 보면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하여 마음 아픕니다.

손현님의 댓글

손현

6월22일이라서.. 엇. 왜 이걸 못 읽었지? 했더니 2년 전 글이군요.
아. 정말 한낮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오네요..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한 편의 시를 올리셨군요. 아니, 마치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그것도 아주 감동적인 얘기를 너무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노숙자분의 눈매와 꾹 다문 입술과 헝클어지고 쉰 머리칼과 아무렇게나 눌러쓴 모자와 허공을 멤도는 시선이 구도자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이훈태님의 댓글

이훈태

2년전의 할아버지는 지금은 어떤날을 보내고 있으실지..
좋은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홍주식님의 댓글

홍주식

사진 속 할아버님 건강하시고 희망의 근을 놓지 마시길 빌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해룡님의 댓글

조해룡

잘 읽고 갑니다.
댓글을 어찌 달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적었다 지웠다. 반복만 하네요.

김희태님의 댓글

김희태

아,..!! 선배님~~ 가슴에 비가 내립니다.

장선익님의 댓글

장선익

가슴찡한 사진과 사연입니다~~~

저는 언제쯤 가능이나 할지 ^^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아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강인하님의 댓글

강인하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2년 전 글이었군요. 감사합니다.

이영준님의 댓글

이영준

선배님의 따듯한 마음 씀씀이가 배여있습니다.
글과 사진에...

김용택님의 댓글

김용택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M3와 김병인 선배님이 빌려주신 리지드로 3주간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라이카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 알게 되었구요..
다시 한번 두 분께 너무나도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아름다우신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사진은 카메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선생님의 마음으로 보시는 세상인 거 같습니다.
선생님의 아름다운 사진과 글에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인국님의 댓글

이인국

힘든 인생을 견디고 버티어 오신 분을

선배님께서 사진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계시는 느낌입니다.

사진과 글 감사 합니다.

오기동님의 댓글

오기동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깅에 힘든 그 무었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김정원7님의 댓글

김정원7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