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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가 향하는 사람: 흰우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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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인규
  • 작성일 : 05-05-30 16:38

본문

우리 아버지는
주안역 지하상가 고려예식장출구에서 15년동안 ‘주안교회 전도지’를 나누어 주셨다.
젊을적에 찾아온 장애 때문에 복음을 전하고 싶어도 언변이 잘 안되어서,
하나님을 너무 사랑하는데
전도를 제대로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어느날 교회에서 전도하라고 전도지를 구역마다 10장, 20장 나누어 주는데,
아버지는 한주에 1000장이 넘는 것을 받아서
집에서 일일이 밤새 빗으로 접어서
하루종일 주안역에서 서서 돌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니는 교회의 어떤 분은
지하상가 청소하시는 분들에게서 교회로 항의전화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절제를 부탁했고,
집에 가서 다른데 쓰는거 아니냐며 추긍하기도 했고
지나가던 아들뻘 되는 청년들에게 삿대질과 욕설
‘너나 예수 잘믿어! 예수 믿고 복받았는데 왜 여기있어!’
라는 민망한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어느날, 중학교 때였나,
예수님도 부끄럽고, 가난한 우리집이 창피해죽겠던 예민한 사춘기의 어느날,
나는 주안역을 지나가야 했다.
주안교회로 가는길은 입구가 여러개가 있었는데, 크게 두군데였다.
아마도 13번 출구와 14번 출구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14번에서 매일 돌리셨다. 청소 아주머니가 구박하는날만 살짝 자리를 바꾸셨을뿐이다.
나는 13번과 14번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14번 아버지 앞을 지나가기로 했다.
13번은 길건너였는데, 길건너에서 아버지가 전도하는 뒷모습을 보는 것이 민망했다.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가는데,
지상의 햇볕이 머리를 쬐는것과 동시에 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바짝 고개를 숙이면서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라고 조용히 말씀하시면서 전도지를 건네셨다.
내가 지나갈때, 아버지는 나에게도
‘예수 믿고 천국가세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전도지를 건넬려는 찰나에 나는 아버지의 어깨를 잡고
‘이봐요!’ 라고 장난치려고 소리를 쳤는데,
아버지는 ‘어어...어...예!’
라고 하면서 잔뜩 긴장하셨다.
지나가던 건달인줄 알아서 그랬는지,
너무 전도에 집중하다보니 아들을 못알아본것인지
모르겠다.
잠시후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곤 활짝 웃으시면서,
아버지 등뒤 벽에 기대어 놓은 가방에서 흰우유를 꺼내어 주셨다.
지나가다가 어느 집사님이 수고하신다며 주신거란다.

너무 자랑스러워 하시면서 나누어 먹자고 하셨다.
나는 이제는 미지근하다못해 여름날씨로 뜨듯해진 흰우유를 마셨다.

오래전일이라 무슨맛으로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난 그전까지 초코우유만 마셨는데,
그 다음부터는 흰우유를 먹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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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석진/PIX님의 댓글

이석진/PIX

^_^ 좋은글에 따뜻한 사진입니다. 언제 뵈야죠~

임동수님의 댓글

임동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는데,,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저 자신에게 냉철해 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버님의 하시는 일이 결코 작거나 사소한 일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도 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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