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삶과 죽음의 문제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이상제
  • 작성일 : 05-05-31 11:04

본문

지난 일요일, 5월 29일에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별세했다.
루게릭 병으로 어렵게 작품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몇달 전에 김영갑선생의
사진전에 다녀온 나로선 기분이 묘했다. 한번도 얼굴을 마주친 적 없지만 사진으로
그의 정신세계를 일별할 수 있었기에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과 고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시 멍해있었던 일요일 오후였다.

어제, 월요일 저녁엔 옛 팀장의 모친상이 있어 서울대 병원 영안실에 다녀왔다.
그는 야위어있었다. 영정을 보니 고인과 상주가 많이 닮았다. 역시 친근감이 들었다.

...

누구나 죽는다. 다만 그 사실을 잊고 살 뿐이다.

...

집에 돌아와서는 문전에서 굵은 소금을 뿌리고, 종이에 불을 붙여 뛰어넘어 들어왔다.
상갓집에 다녀와서는 의례히 하는 행사다. 그래야 악귀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한다. 미신이라지만,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지키고 있다.

집에 들어와서는 우선 화장실부터 들어갔다. 그리고 씻고, 갓난아이를 잠깐 본 뒤
컴퓨터를 켰다.



Kids라는 곳이 있다. 한국 최초의 인터넷 BBS이다.
그곳에서 활동한지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다. 거기서 한 때 논쟁을 벌였던 한 분이
어제 새벽에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코골이 때문에 자다가 숨졌다고 한다. 나이는 41세.
충격이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어이없는 이유로(호흡곤란) 세상을 뜨다니...

내 기억으로 그 양반은 냉철하고 굳건한 사람이었다.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한 논객의 죽음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과
죽음의 간극을 떠올리게 하였다.

요 몇일 이어진 죽음의 소식들로 인해 나의 정신은 탈진하였고, 몹시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죽음은 과연 무엇일까? 죽으면 나의 정신도 사라지는 것일까? 육신은 사라진다하여도
과연 나의 영혼마저 없어지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

사실 나도 코골이가 좀 있는 편이다.
요즘은 살도 쪄서 더 심한데, 와이프가 자다가 숨안쉬는 것을 보고 놀라 요즘은 일부러
낮은 베개를 베고 잔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긴 마찬가지이나 그나마 코골이가
많이 줄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삶이란 것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심리적인 것도 있겠지만 실은 몸을 이루는 세포의 진동이 점차 느려지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느껴지는 것이라 들었다.

어릴 적에는 세포가 젊기 때문에 진동수가 세상보다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면 세포가 노화되면서 세상이 갑자기 빠르게 변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내 나이 어느덧 34세.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지금, 주변에서 죽음을 접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과연 나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지금은 건강하다고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생명보험이야 들어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불교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는 一大事라고 하여, 대장부가 태어나 풀어야할 큰 숙제로
말한다. 그래, 어쩌면 다른 문제들은 이 生死의 문제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시한 문제들로 골머리를 썩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지만, 결국 한순간의 호흡 정지로
허무한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이었던가?
조금 허무한 생각도 드는 하루였다.

친하지 않았지만 면식이 있었던 사람의 어이없는 죽음, 일면식도 없었지만 사진작품을
통해 교류를 하였던 사람의 죽음, 옛 직장상사의 모친상...죽음은 삶을 한순간에 정지
시키는 힘을 가진다. 그런 면에서 죽음은 생명의 한 단면을 잘라내는 사진과 닮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불완전한 시점에서 불시에 전면적인 종말을 고한다는 점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죽음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삶도 완성된 채로 죽음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주 운이 좋아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미련을 갖고 불시에
죽음의 습격을 당하곤 하는데,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빨리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걱정하고, 소망하는 것들은 이 문제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에 지나지 않음
을 다시 한번 remind하게 된다. 나는 지식욕이 강한 인간이다. 명예욕도 많고, 돈 욕심
도 강한 편이다. 그런데, 그런 욕심들이 시시하게 느껴지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일
이다.

옛말에 기쁜 일에는 빠져도 상갓집에는 빠지지 말라고 했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경계를 주는 깊은 뜻이 숨어있는 듯 하다.

과연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젊었을 적 한번쯤 누구나 심각하게 고민해봤을 법한 주제들이지만
30대, 40대가 되면서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살거나, 뒤로 미루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추천 0

댓글목록

현재덕님의 댓글

현재덕

제게도 오래된 깊은 주제입니다.
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거나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분들이 이해 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그런 무심함이나 초연, 혹은 초월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죽음에 대한 성찰이 내 삶을 더 진지하게 만드는 것을 느낍니다. 정색을 하고 내 삶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요.

이동근i님의 댓글

이동근i

지엽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코골이가 있으시면 옆으로 누워서 주무십시오. 좀더 자세한 검사나 치료를 원하시면 근처의 신경과에서 상담받으세요.

안승국님의 댓글

안승국

사실 누구나 죽음에대한 공포로 긴장해본 경험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땐 꿈속에서 느꼈고...
자라면서 심각하게 친구들과 토론도 해보았고 몸속에 이상한 현상이 느끼면 무슨 큰병이나 있지않을까하고 종교에 심각하게 빠져보기도하고 심지어 귀신에 대해서도 토론도 해보고 한밤중에 공동묘지에서 일부러 지세워 보기도헀읍니다.

이래저래 세월은 가고 결국에는 그곳을향해 가고 있읍니다.

죽음은 의식이없는그무엇과 두려움의 차이가 없겠지요.
공포는 정신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낮엔 아무렇치도 않는길이 밤엔 괜히무서워 하기도하고 하지요.

............

모던 욕심에서 두려움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버리면 죽음을 잘 맞이할수있고 늙으면서 욕심을 같이 키우면 더욱 두려워지겠지요.
욕심을버리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 잘 보았읍니다.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전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하는 편입니다.
출근할 때 운전대를 잡으며, 집에서 잠들기 전....그리고 시시 때때로....
어느 때에는 비극적인 죽음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느 때는 행복한 죽음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예컨대 낚시터 양지 바른 곳에서 햇빛을 받으며 낚시하다 졸다....그러다가 홀연히 떠나는 장면부터...안데스 산맥을 타고넘다 일부러 죽음의 자리로 들어서는 모습에 이르기 까지말입니다.
정말 아파서 죽고나 사고로 죽는것은 싫은데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면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죽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언제 부터인가는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든다 함은 삶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정진해서 산다는 의미입니다. 투철한 삶은 죽음도 자연스럽게 생의 연장으로 만들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들은 얘기지만 선조께서는 죽음의 날도 미리아시고 준비하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 것이지요. 모자란 놈의 지나친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이 삶을 투철하게 살고 싶다는 또 다른 바램이기도 합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