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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 & Sell에서 벗어난 홀가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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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기현
  • 작성일 : 05-05-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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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Leica M을 사용하면서, 특히 렌즈의 선택으로 무척 방황이 많았다. 내가 갖은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남이 갖은 렌즈가 보여주는 좋은 사진에 눈을 빼앗겨, 나 역시 저 렌즈를 갖으면 사진을 좀 더 잘 찍어볼 수 있을까하는 얇팍한 욕심(?)으로 이 렌즈 저 렌즈를 기웃거리면서 꽤 많은 방황을 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럴 경우, 이 분야(?)에서는 그것을 수업료라고 이름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한다.

이제는 장터를 기웃거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나름대로 방황할 만큼 방황을 했다는 말일 수도 있다. 렌즈에 따라서는 같은 렌즈를 3번씩 사고 내놓고를 반복하기까지 했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 그리고 내가 배운 소중한 깨달음은, 역시 내가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고,또 찍으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설프게 사진기를 손에 쥔것이, 그러고 보니 나이에 비해 꽤 오래되었다.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사주신 간이 RF카메라(캐논 G-III QL)를 손에 쥔 이후, 지금까지 카메라가 없이 지냈던 적이 없었다. 그 기간이 어언30년이 넘는다. 한 때, 아내 몰래 빚을 내서 지녔던 카메라 장비들은 모두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어찌보면 가장 보잘것 없는(?) 최소한의 장비로 어느 정도 마무리가 지어졌다. MP, M4각 한 대, 50mm 렌즈 2개(DR, red elmar), 35mm 렌즈 2개(Summaron/3.5, Summicron asph)가 전부다.

이 라이카 클럽의 회원들이 갖은 장비의 수준으로 보면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내게는 지금의 장비가 가장 마음에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 물론, 아직도 갖고 싶고 쓰고 싶은 렌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 방황하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렌즈나마 최대한 본전을 뽑을 정도(?)로 사용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일전에 오디오에 미쳐서 지냈던 적도 있었다.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비를 교체하면서, 음악에 전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돈 들인 만큼의 소리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음반을 골랐을뿐 내가 즐겁게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고를 수 없었다. 지금은 오디오에 관한 한 가히 입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남의 호화찬란한 장비에 어떤 유혹도 느끼지 않는다. 돌고 돌아 결국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내가 갖은 조촐한 장비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가 듣고 싶은 때에 내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것에 만족한다. 음악을 소리로 듣던 때와 달리 이제는 반은 내 가슴에 기억된 음악과 소리를 버무려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사진도 그와 같아지기를 바란다. 새로 영입한 장비 테스트로 시간과 날을 지새기 보다는 내 가슴에 느껴지는 것을 기록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더 바랄것이 없다.

많이 가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은 것을 온전하게 쓰는것이 진정한 자유의 지름길을 왜 이제야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영리하지는 않아도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다고 생각해 온 나 자신에 대해서 느끼는 이 허망한 인간의 탐욕..... 어찌되었든 보통 인간은 씁쓸한 회한과 함께 깨달음을 하나씩 더 늘려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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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영환님의 댓글

임영환

아비타사진에 모짜르트관련 앨범이 있어 궁금했는데
오디오에도 일가견이 있으셨군요.

이제 방황의 시작인 저는 언제쯤 되어야 김기현님의 마음처럼 될까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알면서도
눈은 계속 돌아가고..

저도 빠른시일내에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

sungho park님의 댓글

sungho park

오디오도 여러가지 음질을 내는 다양한 장비 속에서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직을 내는 장비를 선택하고 그것에 만족하며 음악을 즐기듯..
카메라도 자신이 만족하는 장비로 이제는 충실히 좋은 사진에 전념하는 것이
지름신을 물리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차태석님의 댓글

차태석

소유욕에서 벗어나신 듯 합니다. 경의를 표 합니다.

'내가 기뻐야 세상이 즐겁다.'

내면의 평화가 있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소리 조차에도 흥겹고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도 탄복을 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제넘은 리플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박종효님의 댓글

박종효

마음속 깊은곳을 찡하게 울려주는 글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규헌님의 댓글

김규헌

요즈음 제가 절실히 느끼는 점입니다.
장비에 욕심을 가지다 보니 사진을 처음 배우던 그때의 초심이 사라지더군요. 생각끝에 장비를 좀 정리하고 나면 또 다른 장비를 사고~~~
저는 마음정리를 이렇게 했습니다. 찍는 카메라 몇대와 만지작거리는 카메라와는 구별하여 항상 꼭 필요한 장비만 한두대로 사진을 찍자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군요.
그리고 사용기,장터와 이베이를 멀리하면 필요없는 중복되는 카메라사는것은 좀 피할수가 있을것 같아 좀 멀리하고 있습니다. 요사이 남들이 찍은 사진에서 나와는 다른 시각의 사진을 볼때는 이제는 제대로 길을 걸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웅기님의 댓글

전웅기

좋은글 써 주신 김기현님 께 감사의 마음 전함니다...

김선근님의 댓글

김선근

부럽습니다.
아직도 저는 B/S 주의를 서성이다 보니 좋은 사진이 나올리 없겠지요.
공감되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김주오님의 댓글

김주오

전.. 장터를 떠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왜 좋은 사진이 안 나올까요? ㅠ.ㅠ

이대기님의 댓글

이대기

전 제가 갖고있는 렌즈가 ...?크론..엘마?....?세대?
이런걸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ㅎㅎ
그냥 24mm, 50mm, 90mm 이렇게 밖에 기억을 못하니...
.
연장 탓을 아니할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얽매여서도 안될 듯하더라구요.
제 경우는 직장 취미 밴드에 뽕짝 스타일이지만,
악기 탓을 아니할 수 없더군요.
나의 음악성 한계와 기계의 품질 레벨을 맞추는게 힘들지만....
실력은 없어도 듣는 귀에 울리는 음질은 미치도록 하니깐요...ㅎㅎ
.
저는 사진은 아직 멀었나 봅니다.
라이카를 접한지 4년? 좀 되는데요.
기묘하다는 생각 밖에는 못하고 있습니다.
작은 렌즈에서 표현해 주는 화면의 맛이 항상 감탄이 들더군요.
어느정도 시기에 가면 또 연장 탓을 할런지모르지만,
.
장비의 욕심은 없다해도
B/S는 왜 관심이 제일 큰지....쯥!

김하나님의 댓글

김하나

음... 그런데 그 '조촐한' 오디오가 어떻게 꾸며졌는지 왜 이렇게 궁금하지요?

혹, 가르쳐 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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