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도화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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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병인
- 작성일 : 05-04-2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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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목요일에 시간이 났다.
사진을 찍으러 나선다.
전에 RFCclub에서 출사하는 날 근무시간 관계로 출석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도화동으로 정했다.
준비한 장비는 M바디 한개 50밀리, 35밀리, R바디에 50밀리 붙박이 하나.
흑백을 주로 하고 칼라는 M바디에 넣었다.
전철로 도화역에 도착하여 전철역 구내의 지도를 본다.
어디쯤일까...
푸짐한 계란말이를 무한리필해주는 식당은 못찾더라도 철거하고 있는 주택가는 찾아야 한다.
도화1,2동이 눈에 들어왔다. 철길과 나란히 하는 이곳이 분명할 것 같았다.
8번출구를 빠져나와 담배를 한개피 피워 물고 그냥 걸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일상이긴 하나 무척 한가해 보인다. 내눈에만 그럴 것이다.
예감은 적중. 드디어 찾았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그곳에 한두명씩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철거되고 있는 곳은 생각보다 그다지 크지 않았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뜯어가 볼썽 사납기 그지 없는 그곳은 구석 구석 인간적인 것들이 숨어 있었다.
대문도 없는 집에 무조건 들어가 '그림'이 될 만 한 것을 보면 셔터를 끊는다.
M으로 R로 ...
그러다가 어느 집이었는지 2층에 올라가니 사람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그 쪽도 당황했지만 답례를 한다.
'안녕하세요'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냥 계단을 내려오는 데 뒤통수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오셔서 한잔하고 가시죠'
그냥 내려오기도 머쓱해서 그러기로 했다.
권하는 술은 소주.
일회용 종이컵 한잔 그득이다.
나에게는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다... ㅡㅡ;
원샷하라는 것을 겨우 비우고 돌아섰다.
내려와 생각하니 그 두양반은 노숙자였던 것 같다.
노숙자에게 그러한 곳이라도 있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창문은 깨져나가 없지만 집은 집이니 말이다.
그들과의 만남 이후 다른 집안을 살펴보니 곳곳에 노숙자들이 자고 간 듯한 흔적이 많았다.
철거지역의 집들을 둘러보면서 집집마다 사연을 나름대로 상상을 해본다.
굴러다니는 잡지, 카세트 테이프, 버려진 네거티브, 사진, 벽에 걸린 지나버린 달력, 수첩, 교과서, 가방...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버려진 인형은 어느 여학생의 책상 머리에 있었을 것이고, 예쁘장한 얼굴의 여고생 졸업사진은 안방 어머니의 화장대 위에 놓였을 것이다.
게리무어의 카세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의 애장품이었을까...
아마도 하룻동안 이토록 많은 '남의 집'을 들락거린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남의 집을 훔쳐보면서 그 많고 많은 사연들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셔터 끊는 속도가 느려진다.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다 그들만의 비밀은 덮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혼자 나선 출사의 막바지에는 필름을 소모하기 위해 애꿎은 꽃사진만 찍었다.
이주하신 모든 분들이 보다 나은 생활 터전으로 옮기셨기를 바란다.
사진을 찍으러 나선다.
전에 RFCclub에서 출사하는 날 근무시간 관계로 출석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도화동으로 정했다.
준비한 장비는 M바디 한개 50밀리, 35밀리, R바디에 50밀리 붙박이 하나.
흑백을 주로 하고 칼라는 M바디에 넣었다.
전철로 도화역에 도착하여 전철역 구내의 지도를 본다.
어디쯤일까...
푸짐한 계란말이를 무한리필해주는 식당은 못찾더라도 철거하고 있는 주택가는 찾아야 한다.
도화1,2동이 눈에 들어왔다. 철길과 나란히 하는 이곳이 분명할 것 같았다.
8번출구를 빠져나와 담배를 한개피 피워 물고 그냥 걸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일상이긴 하나 무척 한가해 보인다. 내눈에만 그럴 것이다.
예감은 적중. 드디어 찾았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그곳에 한두명씩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철거되고 있는 곳은 생각보다 그다지 크지 않았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뜯어가 볼썽 사납기 그지 없는 그곳은 구석 구석 인간적인 것들이 숨어 있었다.
대문도 없는 집에 무조건 들어가 '그림'이 될 만 한 것을 보면 셔터를 끊는다.
M으로 R로 ...
그러다가 어느 집이었는지 2층에 올라가니 사람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그 쪽도 당황했지만 답례를 한다.
'안녕하세요'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냥 계단을 내려오는 데 뒤통수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오셔서 한잔하고 가시죠'
그냥 내려오기도 머쓱해서 그러기로 했다.
권하는 술은 소주.
일회용 종이컵 한잔 그득이다.
나에게는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다... ㅡㅡ;
원샷하라는 것을 겨우 비우고 돌아섰다.
내려와 생각하니 그 두양반은 노숙자였던 것 같다.
노숙자에게 그러한 곳이라도 있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창문은 깨져나가 없지만 집은 집이니 말이다.
그들과의 만남 이후 다른 집안을 살펴보니 곳곳에 노숙자들이 자고 간 듯한 흔적이 많았다.
철거지역의 집들을 둘러보면서 집집마다 사연을 나름대로 상상을 해본다.
굴러다니는 잡지, 카세트 테이프, 버려진 네거티브, 사진, 벽에 걸린 지나버린 달력, 수첩, 교과서, 가방...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버려진 인형은 어느 여학생의 책상 머리에 있었을 것이고, 예쁘장한 얼굴의 여고생 졸업사진은 안방 어머니의 화장대 위에 놓였을 것이다.
게리무어의 카세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의 애장품이었을까...
아마도 하룻동안 이토록 많은 '남의 집'을 들락거린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남의 집을 훔쳐보면서 그 많고 많은 사연들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셔터 끊는 속도가 느려진다.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다 그들만의 비밀은 덮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혼자 나선 출사의 막바지에는 필름을 소모하기 위해 애꿎은 꽃사진만 찍었다.
이주하신 모든 분들이 보다 나은 생활 터전으로 옮기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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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ungho park님의 댓글
sungho park
사진을 찍는 것 보다
그곳에서 만나는 문화와 사람들..
그것이 더 값진 것이 아닐가요..
부럽습니다. ^^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바쁘신 틈에도 모든 것에 우선하여 발걸음을 옮기셨다는 그 점만으로도 감동적입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참으로 값진 경험과 만남이 준비되어졌을 것입니다.
두드리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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