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그렇게 불어 오는가...(제주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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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전우현
- 작성일 : 05-04-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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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31일부터 2박 3일동안 춘계 학회가 있어 아름다운 섬
제주도로 갔습니다. 숙소는 스위트호텔. 주 행사는 제주 제일의 신라호텔에서 행해졌고
비행기를 타고 40여분만에 도착한 제주도에는 이미 유채꽃이 반발했더군요.
춘계 학회라는 것이 의례 그렇듯이 다양한 학술대회와 함께 회원 친목을 도모하는 장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신라호텔의 바다로 향한 아름다운 공원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조용한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찰랑 거리는 유채꽃들... 너무나도 몽환적인 분위기에
따뜻한 봄 기운까지... 아름다운 이 곳은 분명 지상낙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참을 혼자서 흐뭇한 기분에 젖어 공원을 걷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눈에 띄었던 것입니다.
미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굉장히 늘씬한 여자도 아니었습니다.
나이는 한 30대 후반정도? 저 보다는 분명 조금 위로 보이더군요.
하얀 피붓결에 정갈하게 입은 청바지와 흰색 스웨터. 짤은 단발머리지만, 부드럽고
왠지 향기가 그윽할 것 같은 검은 머릿결.
눈에는 진하지는 않지만, 수줍은 듯 속쌍꺼풀이 참 예쁘고
입술이 작으면서도 윗입술 아랫입술 모두 도톰하면서도 화장기 없는 그 입술은 마치
만발한 유채꽃과 대비라도 이루는 듯, 참꽃처럼 붉었습니다.
한번씩 입을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얕은 보조개가 오른쪽으로 보이고
콧날은 높지도 낫지도 않은 체, 뽀안 얼굴과 너무 잘 어울리더군요.
목은 길고 가느렸으며, 목에서 양쪽 어깨로 내려오는 선은 마치 도자기의 그것처럼
참 부드럽고 적당하게 곡선을 이루어 좁은 어깨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봉긋한 가슴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적당한 볼륨과 약간은 올라간 듯한 힙 라인은 참 매혹적이었습니다.
발목이 살짝 보일랑 말랑 하도록 내려온 청바지 아래로
하얀 발목이 보이는 작은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비가 올 것을 알았는 지, 햇볕에 그을릴 것을 염려했어 인지
이쁜 양산이 하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책을 하나 들고 있네요. 하하... 학회 책자입니다. 이 분은 아마도 저와 같은
의사이신가 봅니다.
어어어어...혼자 이런 저런 생각하는데 그녀가 벌써 멀어져 갑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런 건지 그녀가 그렇게 보이는 건지
그녀는 왠지 굉장히 걸음이 빠릅니다. 아련한 무언가가 더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조용히 따라갑니다. 걷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팔자 걸음도 아니네요.
두 발이 하나의 선을 이루면서 곡선을 따라 걸어 가는 것이 마치 조용한 강물에 떠 가는
낙엽처럼 소리없이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멀어져 갑니다. 발걸음 소리라도 나면 좋으련만.....
여전히 제주도는 아름답고, 호텔은 화려했으며
날씨는 더 없이 맑은 석양지는 오후입니다. 곧 밤이 올 것 같습니다.
어둠속으로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녀도 내 앞에서 사라질 것 같습니다.
걸음을 좀 빨리 했습니다. 일몰과 함께 그녀의 발걸음과 함께 나도 마음이 조급해 지네요.
불안하면서도 뭔가 모를 아쉬움에 발걸음이 빨리 지면서 내 눈앞의 잔상이 흐트러집니다.
지름길을 알기에 먼저 빨리 가서 도착해서 먼 풍경을 찍는 듯 그녀를 미리 기다립니다.
그리고 풍경을 찍습니다. 이것 저것 많이 담아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풍경을 찍고 찍고 또 찍었습니다. 그녀가 가득한 풍경....
그녀는 저와 같은 호텔에 묵고 있네요.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도 그녀가 다시 지나갑니다. 저를 눈치챈 걸까요?
아니면 수줍은 듯 저의 마음을 점쳐 보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녀는 눈길 한 번 보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갑니다. 생각할 것 도 없이 뷰파인더를 볼 것도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찰칵~ 그녀는 그 소리가 들리는 지 들리지 않는지..들어도 모른척 하는 건지...
그녀를 향한 렌즈가,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이 들리는 지 들리지 않는지, 들리면서도 들리지 않는 듯 하는지...
제주도는 아름답고, 싱그럽고, 또한 설레는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촬영정보]
M3 / 50mm Summilux ASPH / 400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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