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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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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03-12-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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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3일) 오후에 전시작품믈 철수했다.
일년 동안 양재문 선생과 함께 하면서 만들었던 사진을 내렸다.

오랫 동안 가르침을 받았기에 내 의식 속에 수학 공식처럼 고착화되어 있던
유 호석선생님의 시각에서 탈피하기 위해 2002년 일년 동안 몸부림을 쳤었고,
올 한해는 양재문 선생의 도움을 받아 탈피를 시도했었다.

어제 매그넘 사진가들의 풍경 사진전을 다시 보며 문득 든 생각은,
내 의식에 붙박혀 있는 시각 - 사물을 보는 눈 혹은 느낌 - 은 누가 내게
강요한 것이 아닌, 내 삶처럼 내 스스로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은, 강요받지 않는 환경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 보게 되고,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그 정도만큼만 이해하며 감동을 갖는다고 하는 말이 옳다면,
유호석 선생의 시각이라고 여겼던 바로 그것이 내 스스로 내 안에 쌓아왔던
삶에 대한 인식이며, 내 감성적 시각이 아닐까?


내 사진이 변했다는 말을 누구에게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솔직히 스스로 나를 평한다면 변화된 것은 단지 물리적인,
촬영 기기의 변화뿐이다.--------SLR에서 RF로의 변화.

예나 지금이나 나는 사진으로 잘라내는 모든 사물 혹은 환경을
설명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물 또는 환경이나 상황 --
내가 사진 앵글을 들이대는 피사체를 내 의식 속에 스며들게 하고,
그것들을 통해 내 잠재의식 속에 녹아있는 어떤 느낌을 유발시켜 그 느낌을
형상화하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반복해서 보면서,
어떤 류의 이미지에 마음이 달라붙을까 나를 시험해보았다.
결론은, 심상 풍경 쪽의 이미지였다. 사람을 주제로 한 이미지가 아닌......

사진은, 느낌이 가든 가지 않든, 인간 삶의 기록이 가장 값지다.
그러나 이런 사진은 이런 기록에 소명을 가진 사진가만이 만들 수 있는 사진이다.

나는, 사진으로 인생공부를 하고 있는 소위 아마추어일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내 마음이 감동하는 피사체만 바라볼 뿐이고,
그런 사진만 좋아할 뿐이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비사회적인 행태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실생활에서 이루지 못한 '명예로운 삶, 존경받는 삶'을
사진으로 이루고자 애를 쓰고 있는 것도 같다. 이것은 욕심이다.

내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것은,
이런 욕심을 버리고, 본능적인 직관과 열정만으로,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은
자유로운 느낌과 가벼운 마음으로 내 시선에 달라붙는 모든 실존에 애정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그러한 나의 애정을 표현해내는 것이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끝내며......2003.12.24.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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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오중님의 댓글

권오중

나를 찾는 여행에 관한 진솔한 글 감사드립니다.
사진이 나에게 무언가 생각함을 이끌게 하는 글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틀 잡혀져 있는 삶의 가운데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놓는
여가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고
사진이 나를 바람으로 만들어 세상 구경을 자유롭게 해주고
기록으로 남겨줄거라 믿고 있습니다만
막상 자유를 조금 더 얻으니 그렇지 않더군요.

자유는 그리움 속에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보다는 조금은 더 열린 시간 속에서 새로운 그리움이
자리하겠고 또 그 그리움을 향해 꿈틀되겠지요.

이치환선생님의 멈추지 않는 열정을 새해에도 곁에서 보고
배움을 얻어가고 싶네요.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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