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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도움을 얻어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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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종철.
  • 작성일 : 04-03-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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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의 사진들을 보면서 찍을게 없다는 건 변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갤러리의 좋은사진에 댓글조차 달기 어려운 안목이니
좋은 피사체를 찾기 어려운건 당연지사겠지요.

그중 언제봐도 아름답고, 조석변개로 희노애락이 바뀌고, 세월따라 인고가 점철되는
사람들 사진이야말로 정말 찍어도 찍어도 질리지 않는 새로운 피사체 임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문밖만 나서면 이 신비스런 피사체가 얼마든지 있으니 그 자리에 마냥 서서도
평생을 새롭게 찍을 수 있는 피사체는 사람뿐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랫동안 저를 고민하게 합니다.
상대방을 찍을 당위성이나 명분을 제게 주지 못합니다.
무방비상태의 상대방을 사진을 한답시고 내가 과연 찍을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한때 이런고민을 하다가 "취미생활 좀 하는건데 뭘 이런 고민을 해" 하고는
지나쳤습니다만 요즘 또 어떤 명분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진은 모두 찜찜한 마음으로 찍을 수 밖에
없으니 그러기 싫어서 아예 포기하고 맙니다.

제가 이런 고민에 빠진 동기는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제 딸아이 사진을 찍을 때 느꼈습니다.
주말에만 집에 와 있으니 그때 자연스런 모습을 찍어 놓으려고 하면
무엇으로 가리거나 싫어할 때가 많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 싫어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 가족도 이런데 우리가 길에서 지나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그것도 자신도 모르는 적나라한 모습을 찍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때만 해도 별로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갤러리에 올라온 어느 노숙자의 사진을 보았을 때 입니다.
한 때는 소중한 누구의 아버지이고 남편이었을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을 그 모습이 인물도 선명하게
인터넷에 올라 왔을 때는 내 자신의 일인냥 분노마져 느껴졌습니다.
이제 그 모습은 타의에 의해서 영원히 인터넷에 떠돌게 되겠죠.

그때부터 술취한 모습이든 삶의 치열한 모습이든 사람을 찍는데는 명분을 잃었습니다.
용기도 나지 않구요

이제는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취미생활을 하는 우리가 찍은 인터넷의 노숙자 사진과
작가라는 예술적 명분을 갖고 찍은 사진집의 노숙자 사진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작가는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은 것인가?
만일 아니라면 작가이고 예술이란 명분이 사진집에 올릴만큼 당당하고 명분있게
만든 것인가?

여러분들의 도움을 얻어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풀리지 않는 숙제인지, 아니면 어떤 결론을 얻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어느쪽으로든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이런 문제가 이미 정리가 돼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나
사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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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낙일님의 댓글

김낙일

지난 일요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었습니다.
토요일과는 달리 적은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서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집회에 참석한 숫자의 1/10 정도되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거대한 카메라들을 들고 몰려와서는 나름대로 대견한 얼굴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서 샷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기자로 보이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바로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한동안 사진을 찍더니 한순간 모두 사라져버리더군요

사람을 찍는다는것은 분명히 인권의 문제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않고 마음대로 찍어서 마음대로 배포하는 행위는 분명히 인권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의미있는 집회를 담아보고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목적과 명분이 있는 기자의 신분이 아니기에 빈손으로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기자로서의 참여가 안되니 동참하는 대중의 하나로 말이죠

개인적으로 제 모습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찍혀져서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거나 더 나아가 인터넷같은 열린공간에서 전시된다는 것은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도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찍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예술로 가장된 인권침해라는 범죄행위가 아무런 죄의식없이 행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사진찍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정면으로 그 사람의 모습이 들어나는 사진의 경우,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인간적인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상황은 그것이 어떤 이유로든
(심지어는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할 경우조차도) 사진으로 찍기가 어렵습니다.
찍히는 사람 못지 않게,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불쾌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뒷모습, 또는 옆모습, 또는 누가 보더라도 인간적인 삶의 일상적인 면을
편하게 들어낼 수 있는 사진이라면 그런 사진을 찍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사진을 무엇이라고 보는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소위 사진을
예술로 보지 않고 드라이하게 기록으로 보는 저같은 사람으로서는
인간이 빠진 사진의 허허로움을 극복하기 힘들더군요.

결국,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는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의 상식과 양식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저는 찍히는 분에게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령 상대방이 동의한다해도
불특정 다수가 그 사진을 보고 인간적인 수치심을 느낄 사진이라면 그런 사진은
찍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영원히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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