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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각3-방을 정리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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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노왕구
  • 작성일 : 04-04-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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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끝에 , 일하는중에도 촬영은 계속하기로 하였다. 햇볕이 풍부하지 않은 내방에 사진을 찍기란 쉽지않은 것이다. 밝은 방에서 느끼곤 하던 산만함과 피로를 줄이기 위하여 이사을 오면서 나의방은 exposure value10 이상이 되지 않는 곳을 택한 것이다. 나른한 몸위로 떨어지는 눈부신 햇살을 차단한데 따른 아쉬움이 역시 따른다. 결국 감도 400의 필름를 1600으로 push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느끼는 자유로움이 이루 말할수 없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수 없으며 자신의 확신없이는 할말도 없는 것이 사진일이다. 일과후나 실내 촬영이 많은 나에게 2스톱의 융퉁성은 실로 큰 것이 아닐수 없는 것를 비로소 깨닫는다. 다만 알고 있으되 불확실하고 용기가 없어 혹시 필름현상하다 망가뜨리지 않을까, 입자가 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시작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화질이 괞찮아 잘했다는 마음이 더욱 든다.

어제는 처음 개통된 고속전철을 타보았다. 하고싶은 말을 먼저하자면 내가 테러범으로 몰려 검문을 받았다는 점이다. 약간은 특이하다고할수 있는 나의 용모가 일으키는 오해를 한두번 겪은 것은 아니지만 바쁜 나를 붙잡고 꼬치 꼬치 따지는 무장경찰의 심문은 좀 짜증스러웠다. 이유는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었다는 것이다. 처음 타는 고속전철을 기념하기 위하여 기차안팎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것은 나의 당연한 욕망인데 어제 따라 2단계 증감시킨 필름의 힘을 믿고 더욱 분주하게 카메라를 들이대었나 보다. 이때 두명의 헬멧쓴 경찰을 찍게 되었는데 이점이 그들이 보기에는 매우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어제따라 그들을 약간 neglect한 결과가 함께 따라온 책임자의 심사를 틀어지게 하였던 것 같다. 약간 주눅이들고 말도 어눌한 말투가되어 그들의 기세를 등등하게 해주어야 되는데 나의 행동과 말투에 오히려 그들이 제압을 당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좀더 겸손하지 못한 내 과오가 크다. 왜 이런 사진을 찍느냐, 왜 총을 찍고 장비를 찍고 기차를 찍느냐, 무슨일을 하느냐, 어디 사느냐, 사진사라는데 어디서 일을 하나 등이었는데 이들은 사진가와 사진사를 구별하지 않았으며 내가 속한 사진관을 밝히지 못하는 것을 더욱 수상하게 여겼다

각설하고 그들을 잘 배려하지 못한 결과가 되어 지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제 찍은 필름은 잘 현상되었고 그들의 모습또한 잘 포착이 된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사진을 찍었으며 나로 인하여 그들이 당황하고 적지 않이 어려웠을 것이므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두단계 push하기로 하지 않았으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처음타는 고속열차를 기념하고자 하는 나의 바람은 결국 떠들썩하고 씁쓸한 것이었다.

어쨋든 내친김에 방의 액자 하나, 소품 하나를 떼어버렸다. 촬영때마다 앞에 앉은 분의 머리꼭대기를 올라타고 이리저리 나의 시선을 건드리고 하던 그 성가신 액자. 대신 건조하고 단순한 흰벽만이 화면을 대신할 것이다. 남아있는 못마저 없애버리고 그뒤에 드러날 흉터를 흰 왁스로 때우고 나면 말이다. 오랫동안 보아 정이든 단아한 액자 하나는 지금은 돌아가신 인사동의 민선생님의 글씨다. 독특하며 자유스러운 시지만 작은 크기에 불과하며 어느 방에서나 볼수 있는 십자가 하나를 떼어 낸 것이지만 허전해진 나의 마음과 휑한 흰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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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푸..하하...죄송합니다. 실없이..죄송하게도 노왕구 선생님 글을 먼저 읽지 못하고 사진을 본 순간 순식간의 반응이...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릴리즈를 들고 있는 사람(청년or 소년)의 범상치 않은 눈과 뒤의 아주머니의 표정과 마딱드리는 순간 알게 모르게 속절 없는 웃음이 났습니다.
한편의 블랙 코메디를 보는 듯한 기가막힌 순간의 감정의 흐름이란..
찬찬히 사진을 읽으며 왜? 저 사람 입가의 상처는 났을까?
눈빛은 왜 저럴까?
노왕구 선생님은 왜 찬조출연하셨을까..??
하는 질문이 순식간에 따라 나서는 군요.
세상을 이여주는 삶의 통로와 같은 릴리즈를 잡은 저 표정과 눈빛은 저를 한 없는 생각으로 빠뜨려 버리는 군요.
깊은사고와 성찰의 산물인 작품을 저의 옹졸한 글과 느낌이 펌하시켜버린 건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아무튼 좋은 사진, 느낌을 한없이 받고 갑니다.
최준석배상..

김종철.님의 댓글

김종철.

마치 단편영화의 한컷을 잡은 것 처럼...
철학적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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