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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obiaflex, My old 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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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성호
  • 작성일 : 04-04-08 20:39

본문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부터 입니다...

http://www.leicaclub.net/forums/showthread.php?t=4352

제 선친께서 남기신 몇 대 카메라 중에 TLR이 두대 있었습니다. 그 중 한대는 Rolleiflex 인데 족보를 보니 1940년대 경 생산된 제품이더군요. 그런데 케이스도 없이 Singer 미싱박스에 담아서 보관하다 수차례 이사하면서 충격을 받다 보니 작동이 안되는군요.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수리센타에 들고 가니 사장님 曰 “ 주인을 잘못 만났군. 수리비가 더 들겠는데 … ” 입니다. 해서 포기하고 다시 미싱박스 속으로 永眠에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한대는 Zenobiaflex입니다. 이 카메라는 생각도 않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작년에 생각이 나서 한번 보니 “ 정품 종이박스 + 정품 Ever Ready Case “ 까지 포함되었군요. 케이스에서 꺼내보니 곰팡이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나더군요. 위쪽 파인더를 열어보니 곰팡이가 너무 심해 Focusing Screen이 잘 안보일 정도 입니다. 어쨌던 slrclub에 신상조회를 했더니, 한 회원님께서 아래와 같이 정보를 주시더군요.

“ 제노비아플렉스.군요. 과거 40~60년대에 걸쳐서 일본에서는 무수한 롤라이플렉스/코드의 아류품 들이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제노비아플렉스도 그중 하나로 네오헤스파 75mm 3.5 렌즈를 달고있는데... 사진은 뭐 역광에서는 그렇지만..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면적이 6x6 이니깐.. 크기값은 하는편이죠. 물론 윗분말씀대로 만일 문제가 있다면, 정상작동..시키기에는 꽤나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참고로.. 그당시 일본에서 TLR들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는것을 반증하는것은..A-Z 알파벳순으로 거진 모든단어로 시작하는 제품들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중 제노비아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품이겠죠 “

언젠가 제 모친 말씀에 의하면 제 백일사진도 이 카메라로 찍었고,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인 1960년대 중반까지 낙동강으로, 태종대로, 또 용두산 공원에서 선친께서 열심히 사용하셨던 걸로 기억이 나더군요.

어쨌던 한번 시도해볼 생각에 리얼라 120mm 를 구입해 장착하고 니콘 F100을 노출계 삼아 첫 롤을 찍어보았습니다. 안되면 버린다 생각하고 내부의 먼지만 대충 입으로 불고 찍었습니다만 셔터도 작동이 제법 되더군요. 새삼, 사진기란 렌즈와 어두운 통과 필름만 있으면 되는군 하고 느꼈습니다.

첫 롤 12장 중 10장은 망쳤습니다만, 초점이 안 맞는 사진이 태반이고, 그 중 2장은 이중노출입니다. 뭐 제가 Technic 을 부린게 아니고 와인딩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안나 다시 찍었기 때문입니다. 1번부터 필름에 주욱 Scratch가 나 있던데, 아마 롤러에 잔뜩 피어있는 곰팡이 때문인 것 같으나, 필름번호가 뒤로 갈수록 상태가 나아지면 11번과 12번 2장을 건졌습니다.

용기백배 하여 지난 식목일 연휴 때 열심히 청소를 하고, 다시 1롤을 물려 금주 말 쯤 다시 테스트를 할 생각입니다. 사실 제가 이 카메라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약 40년전에 제 선친께서 사용했던 카메라를 이제 와서 제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더군요. 2장 건진 사진 중 1장은 갤러리에 올려봤고 나머지 한 장은 이곳에 올립니다.

40년 전 여름에 같이 사진촬영 하셨던 제 모친께서 오는 6월말이면 귀국하시니 그때쯤 모시고 이 카메라로 다시 찍어볼까 즐거운 想像 중입니다. 이번에는 제 처가 여동생 대신 옆에 서고, 제 딸아이가 Shutter 를 눌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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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메라....

잘보았습니다.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저번 추억의 사진에 이여서 이번 사연도 너무 감동적입니다.
단순한 기계덩어리도 마음을 주고 정이 드니 사람냄새가 나는군요.
사연을 읽으며 곳곳에 묻어나는 최성호님의 따듯한 마음을 한아름 느끼고 갑니다.
저도 제가 사용하던 카메라를 두아들녀석에게 나누어 주는 꿈을 꾸어 봅니다.

임형택님의 댓글

임형택

진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어머님과 함께 어린시절 그때의 추억속에 빛바랜 사진속의 장소에 서서

그때와 똑같은 구도와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떠올라 흐뭇해 집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감성적인 부분 때문에 아직도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을

사용하게 되나 봅니다.

저의 두 아들 녀석들도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에 관심을 가져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진석님의 댓글

전진석

으음.. 예전에 덥썩 그냥 대충 답글달았던걸 고스란히 재인용해주시니..조금 부끄럽군요.
그런 사연이 있는 카메라인줄은 몰랐습니다 워낙 장롱표 카메라라 라는것들이 정체가 모호한게
많으니깐 말이죠 뭐 심지어는 가족들중 아무도 '도대체 왜 그게 거기에' 정도로 기억을 못하시는 경우도 가끔 있더군요 그런 심정적 가치를 지니는 물건은 적어도 (비록 엄청나게 많이들겠으나) '돈만있으면' 사는 M3블랙뼁끼보다 더 소중할테지요 ..글 잘봤습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최선생님의 古寫眞機에 얽힌 사연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모든 제품이란게 객관적인 효용가치에 따라 판단되고
또 그에 따라 오래 사용되기도 하고 폐기처분 되기도 하지만
그 제품에 얽혀있는 개인적은 사연은 그 어떤 객관적인 잣대
로도 가늠할 수 잆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제 기억에 저희 아버지의 카메라는 70년대 독일에서 구해 온
Zeiss icon SLR카메라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집안 앨범에 꽂혀있는 그 때의 사진은 탄성을 나게 만듭니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부산 남포동 모 카메라샵에
가서 처분했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우울했던 집안 분위기..
요즘 본가에 백을 들고 가서 부모님께 카메라를 구경시켜 드
리면서 그 때의 자이스이콘 얘기를 가끔 합니다.
제 소유의 분에 넘치는 많은 카메라들은 아직 그런 애틋한
사연들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감정인게 사실입니다.
제가 라이카를 선호했던 이유중 하나가 두 딸에게 물려줄
카메라를 원했던 때문입니다.
제사연들을 한올한올 만들어서 곱게 엮고 그 사연이 담겨진
카메라들을 주위사람에게 물려준다는 것, 생각만 해도 참
흐뭇한 일입니다.
이런 제 사연만 주절주절 늘어 놓았네요. 각설하고
소중한 카메라 잘 간직하시고 좋은 사진 많이 보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최선생님.

송춘광님의 댓글

송춘광

보도 듣도 못 하던 카메라를 소장 하고 계신 최선생님에 정성에 경의를 보냄니다.
물론 저도 선친으로 부터 물려주신 거라면 그리애지중지 하겠지만 그래도 어디 그리쉬운 일 입니까.
몇번에 이사와 바다건너 이민 보따리를 끌고 다니다 보니 집안에 가치 있다는 모든 것들이 다 그렇게
없어지곤 했나봄니다.
사진 보다는 사진기계에 관심을 갔이고 많은 기계를 만저 보았지만 최선생님에 오래된 후랙스는
정말 가치를 논 하기보다는 그 휴귀성에 더 무게를 심어야 할것 같읍니다.
그리고 잘 키우신 따님에 사진도 잘 보았읍니다
잘 설명해주신 지노비아 후렉스 감사 합니다.

송지섭님의 댓글

송지섭

저도 아들에게 사진기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요즘은 전자식 카메라라서 세월이 흐른 뒤에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데 저는 제 아이가 커서 (지금은 너무 어리거든요)
지금 쓰는 제 카메라로 저와 제 집사람을 찍어줘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녀석에게 카메라 한대쯤은 선물할 용의도 있고요.
세월이 흐른 뒤에 아들놈이 '아버지가 주신 카메라'라고
간직해 주면 고맙겠지요.

선친께서 제가 학업을 다 마치면 쓰라고 주신 만년필이 있는데
혹 잃어버릴까, 혹 펜촉을 망가뜨리지나 않을 까 해서
책상서랍속에 그냥 있습니다.
선친의 뜻과는 다르지만 자식된 마음은 그렇더군요.
학업을 다 마치기전에 돌아가셨으니...

이런 날은 영화 '트루맨쇼'를 보다가 울게 됩니다.

최주영님의 댓글

최주영

대하소설을 읽고난 기분입니다.
라.클. 들락거린지 얼마안돼서, 빛바랜 사진들도 이제 보게됐네요...
사진들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63년의 부산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중반에 접어들었네요...
또, 따님에게로 귀한 Zenobiaflex 가 대물림하여 Never ending story 가 되길 기원드립니다.
롤라이도 묻어두지마시고, 껍데기라도 꺼내놓으시지요.
롤라이의 클래식한 외관이 멋지지않습니까...

사실 저도 얼마전에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Since 1960 사진 시리즈중에 하나로,
아버님의 유품을 모아 찍었었습니다.
그중에 정말 허접한 코닥카메라, 8미리 무비카메라도 있었습니다.
사진이 허접하여 올리지못했는데...최선생님 스토리에 자극을 받아,
다시 한번 찍어봐야 겠습니다.

사진으로 이어지는 복된 가문이 되시길... 기원하면서

최성호님의 댓글

최성호

회원님들 제 허접한 글에 관심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금 전 교보문고에 가서 임재천님 만나뵙고 얘기하다 왔습니다.
TLR을 빨리 수리하라고 하시더군요.
조만간 완전히 살아난 카메라로 다시 인사드리겟습니다 ^^

좋은 주말되세요 !

이성우님의 댓글

이성우

사진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추억이 넘 진한 이야기로군요.
아직 라이카를 갖지 못하고 있어,예비 유저라고나 할 수 있겠네요 허허허허허,요즘 카메라도 님의 말씀처럼 몇십년이 지나도 작동되는 녀석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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