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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피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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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득상
  • 작성일 : 04-04-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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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으면 그 어떤 피사체도 보이지 않고 볼 수도 없으며 당연히 사진에 담을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
피사체가 없으면 아무리 빛이 강하거나 약하더라도 그저 단순한 백색광의 공간만이 눈에 보일 것이며, 이것은 결코 사진에 담을 만한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진은 빛을 담는 것인가? 아니면 피사체를 담는 것인가?

사진을 찍는 것은, 결국 디테일한 기술의 문제와 렌즈의 조건을 제하고 나면 전적으로 행위를 수행하는 작가의 시선과 판단에 의존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항상 이 점은 스스로에게 궁금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즉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순간의 빛에 사진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아니면 그 피사체에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이 문제는 그저 단순하게, 둘다 중요하다고만 생각하기에는 조금 거리끼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장소에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즐거운 나들이를 갔을 때 그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을 추억하고자 하는 사진을 담는다면 이것은 매우 피사체에 의존적인 사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사진은 매우 많은 경우에 대중적으로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생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사진들은 그 작가와, 사진에 담긴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에게만 추억의 매개체로, 따듯한 마음의 전달제로서의 역할을 할 뿐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 된다. 단적으로 플래시를 정면에서 쳐서 인물의 윤곽과 표정만이 남은 사진일지라도 그 사진속의 주인공들은 너무나 행복해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이 구도가 어색하네, 동굴사진이네, 플래시 광량이 어쩌네 바운스가 어쩌네 하고 말하더라도...

빛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는 아침의 따스한 햇살이지만 출근시간에 쫓겨 졸린 눈을 부비면서 도로의 정체 속에 몸을 맡긴 사람에게는 이러한 햇살은 자신의 단잠을 깨운 지긋지긋한 일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순간 어디에선가는 이 따듯한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미화해 보려고 온갖 렌즈와 필터들의 조합을 찾고 있는 사진가도 있을 테고... 이렇게 보면 이 사진가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루한 아침 일상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빛이든 피사체이든, 또는 그 둘의 절묘한 조합이든 간에 이것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고, 또 그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도 전적으로 그 작품을 보는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지 절대적 선이나 절대적 미와 같은 개념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빛에 마음이 움직이든 피사체에 마음이 움직이든, 그 순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느낀 것은 분명히 작가 개인이고, 그 작품을 멋지다거나 아름답다 또는 답답하다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분명히 보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면, 작가의 입장에서 사진의 진실은 작가의 마음 속에 내재된 어떤 감정을 보는 사람에게 그저 말하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닐까...

지금은... 사진의 진실은 다만 스스로의 마음에만 의존하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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