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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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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삼정
  • 작성일 : 11-01-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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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명(待天命)

내가 H상사 홍콩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 가족과 함께 부임해보니,
외국이라 언어, 기후와 지리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낯설었다.
거기다 나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었을 뿐 우리 가족들은 모두 벙어리 아닌 벙어리였기에,
나의 퇴근시각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일요일 한인교회에서 동포들을 만나 우리말을 하는게 큰 낙이 되었다.
이중에서도 매일 아침마다 홍콩 해안로의 조깅코스에서 만나는 M해운의 이차장은 사무실도 같은 빌딩이어서, 종종 점심도 같이하면서 일요일은 교회에서 또 만나므로 우리 가족들 까지도 금새 친해 질 수 있었다.
나보다도 나이는 다섯살, 홍콩에는 1년 먼저 부임해왔기에 지역의 사정도 밝았고,
매우 친절하여 우리가족들 까지도 이차장네 가족에게 여러가지로 신세를 많이 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홍콩에 정착한지 20개월 되었을 무렵,
임기 3년을 다 채운 이차장은 본사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여기 저기서 송별회를 한다고 술자리가 벌여 졌고,
이차장은 그때마다 소중한 존재로 이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 때문에 술을 과하게 마셨다.

그런데도 다음날 새벽에는 평소때 처럼 뛰고 있었다.
이날도 이차장과 나는 숨을 헐떡이며 해안로를 따라 쉬지 않고 뛰고 있는데,
매일아침 반대편에서 오시는 홍콩의 포워딩업체 왕사장과 마주쳤다.
오늘은 이차장을 부르시면서 애기를 좀 하자고 하신다.
평소 성실근면 하면서 매사에 열성적인 박차장을 눈여겨 보아오던 왕사장은 이차장에게
"홍콩에서 같이 사업을 합시다. 급여와 사업성과에 따른 이익도 나누어 드릴테니 저를 좀 도와 주십시요" 라고 제안 하셨다.
이차장도 갑자기이어서 가족과 의논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곁에서 이말을 들은 나는 당연히 그 제의를 수락하여 홍콩에 정착하시길 권유하였다.
내가 아는 이차장은 서울에서의 박봉에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부터 부족한 생활비를 메꾼다며 부인께서도 미용기술을 배워 맞벌이를 하셨고,
또 내집마련을 위하여 더 근검절약하면서 서울변두리의 반지하 전세집에서 어렵게 사셨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차장은 물론 그 부인께서도 부지런히 일요일마다의 자원봉사와 평상시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많이 도우셨기에 한인사회 뿐만아니라 홍콩현지인에게도 매우 친절하고 인정이 많은 소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이차장은 M해운을 사직하고 홍콩에 그대로 눌러 앉아 우리가족들과 계속하여 친하게 지내다가, 나역시 임기 3년 만료의 인사발령을 받고,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떠나면서 홍콩의 이차장네 가족들과도 헤어졌다.

그리고 한 8년여만에 서울에서 그 이차장을 다시 만났는데,
밝은 얼굴표정에 당당한 말투하며 내미는 명함도 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더니,
이차장은 지난날의 아픔이 생각나는듯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를 낮추어서 홍콩에서 나와 헤어진 후에 일어날 일들을 설명하셨다.

"내가 왕사장님을 모시고 '이사' 직책으로 매출과 수익증대를 위하여 고심하면서
불철주야 365일 출근하면서 열심히 일하던것은 자네도 잘 아시는 바 아닌가?
한 2년 고생끝에 매출과 수익을 약2배 증대시킬 수 있었다네.
이제 회사를 더 확충시키기위해서는 물류시설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휴일은 홍콩 외곽의 물류시설들을 돌아 보던중,
1만3천평의 공장 시설을 놀리고 있는 한국의 화학회사 간판을 발견하였다네.
아까운 시설을 놀리고 있는사정이 못내 궁금하여 그 회사의 담당자를 찾아 사정을 들었더니, 홍콩의 중국반환 시점에 맞추어 중국남부지역의 생산거점으로 공장을 만들었으나
중국 본토와의 높은 관세율 때문에 생산을 중단한채 무용지물로 전락하였고,
본사에서도 이 애물덩어리를 방치하고 있느니 헐값에라도 빨리 처분하려는 움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네.
나는 며칠을 두고 고민하던 끝에 왕사장에게 이시설 매입과 사업확장안을 제안하였고,
부지매입비와 토목공사비로 투입된 원가의 50% 이하 선에서 헐값으로 매입을 합의하게 되었다네,

그런데 정작 왕사장 자신은 나이도 많으시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사업확장을 거부 하시면서 날더러 별도법인을 설립하여 이 시설인수를 제안 하셨다네.
내가 겁을 먹고는 난색을 표명하자,
왕사장께서는 내게 은행보증과 운영자금을 적극 지원하시겠다며 용기를 주셨다네.
나는 뜻밖에 독립할 기회를 얻었기에,
길게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항공 및 해상화물과 임대컨테이너회사의 공컨테이너를 유치하여 지급이자를 낼 만큼의 수입원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하였으나,
목표의 30% 밖에 물량을 채우지 못하여,
날이 지날수록 적자가 불어나기 시작하였으며,
왕회장님에게 돈을 융통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면서 차마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밤에는 누워서도 은행이자 납부와 종업원들의 급여지급을 할 자금마련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을 정도였다네,
집에서는 노모와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철저히 숨겼으나 속타는 내심경은 말이 아니었다네.
늘어가는 빚과 앞날이 더 불안한 나는 M해운을 사직하고 홍콩에 남은 걸 후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네,
나로서는 최선을 다 하였으나 과잉투자로 홍콩항에 물류시설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는 뾰죽한 해결책이 없기에 모든걸 포기하고,
빚만 남긴채 홍콩을 그냥 떠나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하루하루가 악몽같았고,
어둠이 걷히는 새벽이 오면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의 심신은 더 웅크려지면서 숨쉬는 것 조차도 멈추고 싶었다네,

"오! 하나님, 저에게 어찌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주시나이까?"
이러한 아들의 속내를 알아차린 어머님께서는 밤낮으로 교회엘 나가셔서 간절히 기도를 드리는 것 같았다네, 그리고 낮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길눈도 어두우신 노인께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 주면서 주예수를 믿으라는 전도활동을 하시는걸 우연히 발견하고는,
내가 집으로 모실려고 하였으나 노모께서는 집에 까지 걸어 가시면서 남은 전단을 다 나누어 주고 싶다며 이 아들의 청을 거절하셨다네.
저희 어머님도 말씀은 안하셨지만, 이 아들의 사업성공을 어느 누구보다 더 많이 빌고
또 빌었을 것 이네.

그런데 어느날 아침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는지,
중국본토와의 관세장벽이 제거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네.
즉, 관세 0%로 통관절차는 남아 있었으나 교역은 활성화되어 내 창고와 컨테이너야적장도 물량이 넘쳐나면서 나를 그토록 궁지로 몰아넣던 그 시설이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 하였다네"

나는 여기까지 듣고는 성공의 법칙을 말하게 되었다.
"형님처럼 성실과 검소하신 생활태도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면서
매사에 적극적인 처세가 오늘날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네요"
그렇다 대천명(待天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열과 성을 다 하다보면은 하늘이 스스로 도운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법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제는 신분상승으로 돈 많은 사장이 되신 예전의 그 이차장 오른손을 힘껏 잡았다.

2009년 3월19일
박 삼정 씀

(삭제하였다가 어느 분의 청이 있어 다시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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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옥광익님의 댓글

옥광익

항상 귀감이 되는 좋은 글을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삼국지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되었지요!
주어진 상황에 겸허히 생각하고 대처하면 그리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물론 모두가 그리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라는 좋은 말귀입니다.

유인환님의 댓글

유인환

돈이라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흘러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맘에 드는 사람에게만 골라서 찾아 다니는 존재라는 생각.
하긴,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그와 같아서
내릴 때는 그래도 다행히 온 땅을 다 고루 적시는 것 같지만
그 것도 잠깐,
그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면
강물은 흐르는 골을 따라서만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것.

그게 하늘의 이치 -

마루/이영주님의 댓글

마루/이영주

감동입니다,,,
저도 요즘 사소한 고민에 빠져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좋은 말씀과 내용이 큰 희망을 줍니다.
그분의 성실한 삶도 귀감이 되고, 이런 글을 올려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홍경표님의 댓글

홍경표

가끔 올려주시는 감명 깊은 글 감사히 보고있습니다.
저도 타향에서 살아보니 타향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공감이 갑니다.
성실,근면... 요즘 저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전이안님의 댓글

전이안

제가 꼭 잃어야 하는 내용이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인구님의 댓글

진인구

하늘이 저버리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고 봅니다...

진인사 대천명은.. 실은.. 운명에 맡긴다는 뜻과 다를바 없다고 봐요..

그렇게 해석하면.. 모든 일이 팔자소관이라는 뜻과도 다를 바 없어지구요.. ㅎㅎ

박삼정님의 댓글

박삼정

감사합니다. 졸필을 읽어 주시고,
표현이 미진한 부분을 잘 해석하셔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시니 더더욱 고맙습니다.
이글은 실화로서 홍콩의 동종업계에서는 공공연히 말씀을 하시는 내용을 제가 듣고,
옮겼을 뿐 입니다. 하오니 진인사 대천명이 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허석도님의 댓글

허석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세상은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그런 곳이라 여깁니다. 건투를 빕니다.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저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글입니다.
내 자신을 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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