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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순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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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상지
  • 작성일 : 19-04-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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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집'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남중빌딩 지하에 있는 오래 된 밥집이다. 그저께 그 빌딩에 있는 국민일보 사우회에 들렀다가 소주 한잔 한 집이다. 좀 허름해도 맛은 있다. 선배님은 그런 말로 앞장을 섰고, 나는 따랐다. 메뉴고 뭐고 볼 필요도 없단다. '시골돼지 김치찌게' 하나면 족하다. 같이 간 이 국장이 하나를 더 추가한다. 생두부 김치.
왜 시골돼지인가. 돼지가 도시 것도 있는가. 주인 아주머니 왈, 시골돼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있다는데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다. 맛이 말해 줄 것이다. 구수하다. 찌게가 구수한 데서 촌 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인가. 돼지고기도 두툼하다. 시골돼지라서 그런지 육질감도 좀 부드럽다. 아무튼 구수하고 고기가 두툼하고 부드러우니 소주 안주로서는 안성맞춤이다.
밥집 풍경도 눈에 익은 분위기다. 아무렇게나 써붙여 놓은 메뉴를 보니 웃음이 난다. 그 보다 더 시골적인 것은 주인 아주머니다. 아무렇게나 말을 받아주곤 또 아무렇게나 대꾸를 한다. 별 생각없이 말을 듣고 한다. 표정도 무표정이다. 대신 일을 멈추지는 않는다. 일을 하면서 말을 받고 하니 그럴 것이다.
좀 유심히 보다 한마디 했다.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일만 하요? 그 일 좀 멈추고 말 좀 하소. 쳐다보지도 않고 하는 대꾸. 뭐 할일이 따로 있는 감. 그저 묵고 사려면 하는 짓이나 해야지. 다른 짓 하면 씰데없는 잡생각만 생기고. 언뜻보니 무우를 썰고 있다. 아줌마, 그 무우 밑둥 좀 썰어주소. 안주로 하게. 그 말에 언뜻 눈길을 준다. 왠일인가. 무우를 안주로요? 속 쓰릴 것인데..괜찮다고 했더니, 먹기 좋게 썰어다 내놓는다. 무우를 안주삼아 소주 한병을 마셨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장을 찍었다. 아줌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일만 한다. 아줌마, 사진 한장 찍었소. 허락도 안 받았는데, 괜찮지요. 아줌마가 웃었다. 두어시간 앉아있으면서 처음 보는 웃음이다. 괜찮소. 내가 뭐 대단한 것이라도 돼요? 찍어주니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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