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홈페이지에 실었던 글이라 경어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냥 우스개소리로 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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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proof 에서 밝혔듯이, 얼마전 나는 러시아제 '팬시'카메라 Lomo LC-A 를 구입했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카메라라, 굳이 설명 안해도 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기억하실게다.
가만있자, 어쩌면 나는 카메라 역사상 '가장 완성도높은 카메라'와, '가장 허술한 카메라'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명제는 참일까?
이를 한번 '참'으로 우겨 보기 위해, '가장 완성도높은 카메라는 M'이라는 명제와 '가장 허술한 카메라
는 로모 LC-A'라는 것을 증명해 보겠다.

1.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카메라는 라이카 M 이다?

일단 한가지는 분명하다. 단일 메커니즘으로 이렇게 장수하고있는 카메라는 M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M이 정말 튼튼해서 전혀 고장이 안난다거나, 메커니즘적으로 완벽하여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성능의 향상 없이 라이카 M은 50년 동안
계속 생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유저의 개선 요구도 (오히려 바뀌면 머라한다) 주목할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계식 RF로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하겠다.

물론 이렇게 내가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카메라는 M이다'를 참으로 인정해 버리면,
억울해할 카메라들이 너무나 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의 혜택은 이런 것이다.

2. 역사상 가장 허술한 카메라는 로모 LC-A이다?

일단 로모를 찬찬히 뜯어 보자. 일단 재질은 ABS틱한 플라스틱인듯 싶고.. 마빡 커버는 당기면
건들건들 한다. 마빡 커버 주위로 보이는 조작부들. 장난감 중에서도 가장 저급한 부류의 변신로봇
장난감 팔다리가 꼭 이런 느낌으로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필름 진행 톱니바퀴는 1회용 카메라의
그것보다 나을게 없고, 리와인드 크랭크 역시 '가장 싸게 만드는 법'이란 매뉴얼 따위를 참조한 듯 하다.

필름실을 한번 보자. 오, 감탄이 나온다. 아직 가구는 커녕 도배도 안한 방구석을 보는 듯 하다.
이 썰렁함의 미학은, '역사상 가장 허술한 카메라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카메라는 나뿐이오!'
라고 항변하는 듯 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거의 '가장 허술한 카메라'의 자리에 로모 LC-A를 앉혀도 될까 라는 망설임을
잠시 잃어버렸다.

그런데 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로모 LC-A의 타이틀 획득은, 피를 나눈 그 형제들에 의해
강력한 태클을 받게 되는 것이다. 뒤늦게 기억의 저편에서 달려온 로모 액션샘플러, 수퍼샘플러
라는 허접의 강자들은, 어찌 나를 빼놓고 최고의 허술을 논하느냐 하고 강하게 반박한다.
이 세 허접 트로이카의 논박이 갈수록 막하막하의 정점으로 치닫을 때, 홀연히 나타난
한 카메라가 있었으니, 그 카메라는 로모 삼형제를 가뿐히 물리치고 나에게 '역사상 가장 허술한 카메라'
타이틀을 받아 내고야 말았다.

나는 작년쯤에 만난 홀가120의 당당한 위용을 그제서야 떠올렸던 것이다.


결국, 나의 두 카메라에게 각각 최고의 칭호를 안겨 주고 싶었던 내 의도는 이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최고의 완성도'를 뽐낼 수 있는 자격이란 것은 물론 굉장히 어렵고 또 논란이 따르는 것이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최고의 허접함'을 자신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는 것 역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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