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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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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경면
  • 작성일 : 04-07-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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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느림'이 중요한 화두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빠름'은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인간이 소외되는" 모순을 낳습니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모모라는 동화에서 시간도둑인 회색도당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시간을 아껴서 좀더 빨리 빨리 일을 하라고, 그러면 그만큼 많은 시간이 남을테고 당신은 더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을거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발사는 한 사람의 머리를 깎을 동안 두 세 사람의 머리를 깎으려고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 빨리 움직이면 그만큼 시간이 남아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점덤 더 시간에 쫒기게 됩니다. 결국은 시간이 사람을 통제하기 시작한거죠.
카페의 글들을 읽어보면 "라이카의 불편함...그러함에도" 라는 글들이 많네요. 이 카메라를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카메라에서 느림의 미학을 읽게됩니다. 이 카메라는 충분한 시간을 줍니다. 그만큼 나의 생각과 나의 느낌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셔터찬스'에 대한 한계를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순간을 다 잡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차라리 24시간 web-cam이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셔터찬스를 놓치면 또 천천히 기다리면 됩니다. 원고 마감시간에 쫒기는 직업적인 사진가가 아니라면 그 아쉬움과 기다림의 공백은 오히려 풍부한 상상과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설레임으로 채우기에 좋습니다.
느림이 절대적인 가치일 수 없습니다만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빠름을 강요당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나의 일상을, 나의 주변을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 한층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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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병준님의 댓글

윤병준

동감입니다....
덧붙이자면, RF는 욕심도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화면에 집어넣고 싶은 욕심,
RF를 잡으면서 많이 사라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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