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꽤 오랫동안 이 클럽을 기웃거렸는데...그동안은 그냥 갤러리나 보고
가끔 요즘 이 비싸기로 유명한 카메라의 시세는 어떻게 되나 장터를 드나들던
유령 회원입니다. 이런 저런 글들이나 정보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제 주력 기종은 소형은 Nikon과 중형으로 Bronica입니다만,
RF 기종을 따로 선택하려고 마음 먹은건 얼마전입니다. 항상 RF는
기능상 작업용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콘탁스의 오토 포커스
카메라인 G 타입의 카메라나, 코시나 헥사 류의 카메라들도 역시,
주로 망원 계열 렌즈를 사용하는 제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여름내내 독일에 파견나가서 사용했던 독일제 구형 RF 카메라(사실은
가져갔던 소형 카메라가 갑자기 고장나서 현지에서 급히 구입한 완전 수동 카메라)
의 사진을 보면서 함께 촬영한 중형 카메라(SLR)와 다른 컨셉의 사진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분에게 드렸지만, 작고 컴팩트한
RF 카메라(50미리/2.8 표준 렌즈)의 사진들은 아무래도 SLR의 사진과
다른 느낌을 주네요.

귀국해서 여러가지 생각 중에 베사 R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M 마운트의 렌즈들이
구형 L 마운트에 비해서 뛰어난 품질을 만들어 준다는 말은 여러번 들었습니만
지금도 생산되는 푹트렌다(Voigtlaender 국내에서 보이그란드로 읽더군요) 렌즈들이
아직까지는 스크류마운트의 L 마운트라서 Bessa R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저한테 RF 카메라는 광각 렌즈와 75미리 렌즈 정도의 인터뷰용과 거리에서의
특정한 정물 촬영용으로 밖에는 기능 못할테니까요. 아직도 최종 결과를 생각한다면
풍경에 소형 카메라를 사용한다는게 특별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소형으로 촬영한 풍경사진도 작게 인화한다면 다른 문제겠지만요.
위의 용도로는 한번 써볼만한 조합이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지금 가지게 된 구형 라이카 IIIc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독일에 살 때 M3를 짧게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만 그 때도
라이카란 카메라는 가격에 비해 거품이 너무 많은 카메라라고 생각했죠.
작업을 위해선 빠른 포커싱과 다양한 망원 렌즈가 필요했기 때문에 짧은 기간만
같이 있었습니다.

번거롭게 필름을 끼고 기본 렌즈를 물려서 촬영해 보니 금새 왜 라이카였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견고함, 신뢰성, 결과에 대한 기대감 등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칩니다. 작은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구도는 SLR이 주지 못하는 심리적인
긴장감을 주기도 하죠. 사실 SLR은 보이는대로 찍히지만, RF는
보이는 것은 결과를 암시할 뿐 그대로를 재현해주지는 못하죠. 그게 오히려
더 자극적인 기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아직은 제대로 정리를 못하고 있지만
일단은 역사를 찍는다는 기분으로 구형 렌즈들을 좀 더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렌즈 종류가 의외로 다양해서 제 라이카 IIIc는 조금 바빠지게 생겼습니다.
이제 은퇴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종종 들러서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프모임이 있으면
한 번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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