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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답답하게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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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기현
  • 작성일 : 02-05-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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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흑백 현상으로 늦게 잠을 이룬 후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뜨니,
일요일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마루에 앉아 하릴없이 사진기를 죽 늘어놓고 먼지를 털고 손때를 닦아내다 보니 문득 사진기마다 다 나름의 사연과 추억이 있다.

문득 잘 쓰지 않는 니콘 기종에 이르러 유난히 먼지가 많이 쌓인 FM2가 무척 안쓰럽게 느겨졌다. 아무 개성도 없기에 언제나 최고의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또 언제나 부담없이 들고 다니던 놈이다. 즉, 이런 저런 사유로 험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으면 라이카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F3또한 전자식이라는 이유로 대피시키고, 오직 FM2만이 쉴틈없이 동원되곤 했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반항(?)하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었던 놈이다.

특히 비오는 날 빗발에 노출되어도 수건으로 쓱 한 번 물기를 닦아주고 가방에 다시 집어넣는 등 정말 사진기로는 가장 학대를 받았던 기종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놈에 맞물려있던 표준렌즈 한 개는 정말 가혹한 사용조건 때문에 그 명을 달리하기도 했었다. (내가 가졌던 사긴기기 중 순수한 사용상의 이유로 그 명을 다한 것은 이것이 유일한 케이스였다)

말쑥했던 검은 정장은 이리저리 모서리가 벗겨지고 약간씩 얼킨 자국도 보여 이제는 다소 남루해 보이지만, 그 사이로 언뜻 언뜻 비치는 누런 모습이 백전노장의 상처난 투박함을 연상시킨다.

F2 시절부터 항상 대표주자는 아니면서 굳은 일에는 항상 앞장을 서야했던 놈.
문득 못난자식이 효자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떠오르면서 어제 하루는 FM2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보내야 했다.
어느덧 FM2도 그 생산이 중지되고, 클래식 카메라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듯하다. 몇 개 남지 않은 니콘의 MF렌즈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두어야 겠다고 생각해봤다.
(아 라이카 클럽에서 헛소리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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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기동님의 댓글

오기동

인용:
김기현 님께서 작성하신 글
토요일 흑백 현상으로 늦게 잠을 이룬 후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뜨니,
일요일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마루에 앉아 하릴없이 사진기를 죽 늘어놓고 먼지를 털고 손때를 닦아내다 보니 문득 사진기마다 다 나름의 사연과 추억이 있다.

문득 잘 쓰지 않는 니콘 기종에 이르러 유난히 먼지가 많이 쌓인 FM2가 무척 안쓰럽게 느겨졌다. 아무 개성도 없기에 언제나 최고의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또 언제나 부담없이 들고 다니던 놈이다. 즉, 이런 저런 사유로 험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으면 라이카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F3또한 전자식이라는 이유로 대피시키고, 오직 FM2만이 쉴틈없이 동원되곤 했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반항(?)하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었던 놈이다.

특히 비오는 날 빗발에 노출되어도 수건으로 쓱 한 번 물기를 닦아주고 가방에 다시 집어넣는 등 정말 사진기로는 가장 학대를 받았던 기종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놈에 맞물려있던 표준렌즈 한 개는 정말 가혹한 사용조건 때문에 그 명을 달리하기도 했었다. (내가 가졌던 사긴기기 중 순수한 사용상의 이유로 그 명을 다한 것은 이것이 유일한 케이스였다)

말쑥했던 검은 정장은 이리저리 모서리가 벗겨지고 약간씩 얼킨 자국도 보여 이제는 다소 남루해 보이지만, 그 사이로 언뜻 언뜻 비치는 누런 모습이 백전노장의 상처난 투박함을 연상시킨다.

F2 시절부터 항상 대표주자는 아니면서 굳은 일에는 항상 앞장을 서야했던 놈.
문득 못난자식이 효자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떠오르면서 어제 하루는 FM2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보내야 했다.
어느덧 FM2도 그 생산이 중지되고, 클래식 카메라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듯하다. 몇 개 남지 않은 니콘의 MF렌즈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두어야 겠다고 생각해봤다.
(아 라이카 클럽에서 헛소리를 했나보다.....)



안녕하십니까..
전 오기동이라고 합니다..
김기현님의 글을 읽고 저도 생각나는것이 있어 그냥 적어 봅니다..
제가 사진을 처음 찍은것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는데..) 수학여행 때였습니다..이모한테 빌려간 올림프스로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그때의 느낌은 우--와 잘 나온다였습니다...거리도 목축식이였지만 그래도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것은 대학교에 들어와서 사진학 수업을 들으면서 였습니다..
그 때도 카메라가 없어서 형의 친구한테 빌려온 야시카(이름은 잘 기억이 않나는군요..)로 한학기를 들었는데..어느날 갑자기 셧터가 안눌려지는등 고장이 났습니다...1년동안의 수업이였고 전공필수이였기때문에 카메라가 절실하게 필요했었는데...어느날 아버지가 절 데리고 시내의 모카메라 집에 대려가셔서 카메라를 덥석 사주셨습니다...그때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몇일 아니 몇달동안 매일 카메라를 딱고 만지고 셨터눌러보고 했는지...
그 때 구입한것이 FM2에 50mm F1.4였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사진학 수업도 마치고. 수업 덕분에 주위에서 사진 잘 찍느다는소리도(지금 생각해보면 초보가 운전잘한다는 소리 한번들으면 으슥해서 뭐? 가 않보이는 것처럼 겁이? 없었습니다 ) 들어서 인지 많은 사진들을 찍어 주기도 하고, 하여간 이것 저것 많이도 찍었습니다...
때로는 바닥에 떨어지기도하고 했지만 정말로 묵묵하게 정직?하게 한장한장 제게 사진을 많들어 주었습니다..
거의 10여년을 제게서 떨어지지도 않고 같이 있었는데...지금은 없어 졌습니다..절대 제가 팔거나 하지는 않았죠.....누굴 빌려 졌는데...없어 졌습니다...흑흑...그때의 충격이란...

오늘 여긴 오늘 비가 내립니다.. 비 때문인지 김기현의 글을 읽고나니 내 곁에서 묵묵히 일 해 주었더 FM2가 간절히 생각이 나는군요...
보고싶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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