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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 남이 좋아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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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장용준
  • 작성일 : 05-09-05 12:03

본문

얼마 전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하던 중 셔터를 눌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찍었고, 그 다음에는 짐을 풀어놓고
구도를 생각하며 찍었습니다. 몇일 후 현상된 필름을 보니
흔들리기까지 했던 그 첫번째 컷이 더 마음에 들어 인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넷 갤러리에 포스팅을 했지요.

그런데 댓글도 없고 추천 수도 없는 냉담한 반응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을 잘못한걸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요.
사진을 왜 찍냐는 물음에는 '내가 좋아서' 라는 대답만큼이나,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 이라는 것도 중요한 답변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진을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취미로서 즐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음에 안들어도 남이 즐거우면 기쁜 일이고,
남이 무관심해도 자기가 좋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습니다.
일이 아닌 취미로서의 사진 즐기기에서 너무 마음 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이용규님의 댓글

이용규

공감가는 말씀이십이다. 그러면서도..이왕이면 두루 두루 좋아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마디로 인정도 받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인 모양입니다.
댓글과 추천도 없으면 웬지 한쪽 마음 구석이 싸해지죠...
저는 마누라한테라도 인정받으려고... 우기기도 한답니다..
마누라가 그럴 때면 걱정말라고..난 그 사진 마음에 드니깐..
원하면 라클에 가입해서..추천도 때려줄 수 있을니깐..

제가 추천한방 때려 드립니다. 사진 좋은데요..뭘...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그런데 댓글도 없고 추천 수도 없는 냉담한 반응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을 잘못한걸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요.

사진과 댓글수는 비례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여느 써클도 다 그렇듯이, 라이카클럽도 오래 활동하고, on, off line 모임 모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런 분들 사진, 글에 아무래도 댓글수가 많기 마련이지요..

권금성님의 댓글

권금성

저 또한 제 사진 거의 전부를 마누라가 평가합니다.

요즘에서야 몇번 갤러리에 올리고 하지만요.

물론 마누라가 사진 좋다하고 갤러리에서 리플 많이 달리면 흐믓하지만

별로다 해도 이용규님 말씀처럼 우깁니다. 뭘 몰라 그런다고..

내가 아니 나만 좋아하는 사진이 없었다면 사진취미 벌써 접었을지도

모릅니다.^^

김태근님의 댓글

김태근

올리신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두 번을 죽여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요. 한 번은 셔터를 누르면서 그 시간을 죽여야 하는 것이고, 암실에서 또 한 번 죽이는 것이랍니다. 저도 종종 느끼는 거지만 촬영 당시의 마음 상태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사진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올리신 이 사진을 보면서 저와는 다른 또 다르게 시간을 박제하여 놓으신 사진가의 안목에 신선함을 갖는 것입니다.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해야 좋은 사진 많이 만들 수 있겠지요? 늘 건강하세요.

김혜성님의 댓글

김혜성

요새 많은 사이트의 사진들을 보면 풍경/여자/꽃 사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고가의 첨단 장비일수록 풍경과 여자 사진이 압도적이더군요.

실험적인 사진들이 평가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만 결코 밝지 않은 분위기의 사진들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 고민하곤 합니다. 세상엔 부지기수로 널린 게 사진사이트인데요..

레이소다라는 사이트에 처음엔 감명을 받았습니다만, 갈수록 반사진적인 사이트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진은 세상을 얼마나 미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인 동시에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듣기 위해서는 곰곰히 사진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레이소다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정말 실험적인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에 관해 토론할 여유를 주지 않는 사이트더군요. 그래서 전 가장 반사진적인 사이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저도 공감이 됩니다.
레이..그곳의 사진들에 때론 좋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추천사진들이..예쁜 여성모델들이라는 점..
참 묘한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만족한 사진이 최고의 사진이 아닐까..생각되네요..

이영준님의 댓글

이영준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진만 찍고
제게 멋지게 보이는 사진만 올립니다.

다른 분들도 공감을 해주시면 다행이고...

성재혁님의 댓글

성재혁

여기 장용준님 팬 한명 있습니다. 아직까지 용준님의 사진에 댓글을 달아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언젠가 님의 "사진속 사람들"이란 사진과 글을 보고 팬이 되었고 제 부라우저에 북마크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다음 포스팅을 기다립니다. 저는 용준님이 참으로 순수하게 가슴으로 사진에 접근한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순수함이 너무도 강렬하게 제 눈이 아니라 가슴 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용준님의 사진과 글에서는 어떤 사진적인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가들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것도 아닌 정말 순수하게 사진이 좋아서 찍는다라는 것이 보입니다. 생각이 많이 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냥 담담하게 하나 하나 찍으세요. 개인적으로 스타일화 되어지지 않은 용준님의 사진과 글에서 많은 가능성을 보고, 또 배웁니다. 혹시, 사진을 취미생활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되고, 또 어떤 주제을 다루게 되시더라도 이런 순수한 접근법은 잘 이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제 스타일대로 엉뚱한 댓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서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별 내용없는 풍경, 여자 모델 사진이 사진의 가치로 볼 때
좋지 않은 것이고, 초보가 찍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사진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고민과 정열의
산물인 사람냄새나는 사진이 좋은 것이라 가정해볼 때, (이런 이분법은 항상 잘못된 것이긴 합니다만)
여기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리셤의 법칙을 봅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준망원 포트레이트 렌즈가 만들어내는 뽀샤시 인물 사진에 열광하고 모델을 찍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애인, 아내/남편, 자녀들을 모델로 탈바꿈시킵니다
언제나 최대의 관심은 어떤 렌즈가 더 좋은 아웃포커싱을 만들어내느냐는 것 뿐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담아낸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빛 사진에 매료되어 너도나도 CPL을 사서 하늘을
찍습니다. 대개는 지나친 언더 노출로 파랗다못해 북극해의 코발트색을 능가하는 색깔이지만
눈으로 보는 답답한 희뿌연 하늘색이 아닌 새로운 파란색에 열광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담아낸 아름답다 못해 황홀한 청담대교, 선유도 다리의 야경과 63빌딩 옆에서
펼쳐진 불꽃놀이 사진의 장관에 푹 빠져 너도나도 삼각대와 릴리즈를 구입해서 한강변으로 나갑니다.

사람들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꽃과 곤충의 매크로 사진에 충격을 받고 너도나도 매크로 렌즈를
구입해서 들로 산으로 나갑니다. 또 사람들은 아름답다 못해서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백로와
왜가리의 날개짓을 담은 망원사진에 열광해서 300, 500, 심지어는 1000짜리 망원렌즈를 구입할
총알이 모아지길 기도합니다.



특히나 디지탈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사진을 취미로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4대 관심 사진을 꼽는다면 제가 위에 예를 든 네가지일겁니다. 여러 사진 클럽에 보면
대부분 그런 사진이 많다는 것에 대개 동의하실 겁니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사진들에서 제가 새롭게
느끼는 것은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열정입니다. 그 열정의 크기로 보면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라이카클럽의 정겨운 흑백사진에 담긴 열정의 크기와 막상막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남들이 수천번 수만번 찍은 같은 장면을 왜 또 찍냐고 핀잔을 받아도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겠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댑니다. 이런 사람들은 (저도 이런 사람들에 포함됩니다) 장용준님의
흔들린 흑백사진엔 별 감흥을 받지 못하고 다음 토픽, 다음 사진을 향해 마우스를 클릭하겠지만
지향하는 바는 똑같다고 봅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사진이죠. 이런 이유로 대중은 항상 옳다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평범한 일반인과는 해당 사항없는 이상세계의 이야기이겠지만 논어의 맨 첫 페이지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닌가라고 나와있지 않습니까?
이미 이 점을 이해하고 계시니까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홍건영님.. 그러니까 "악화"(대중)에 한표 던지시는 거군요..
저는 홍건영님 댓글에 추천 한표 던지고 싶습니다..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저는 대중이 옳다 혹은 그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중우정치라는 민주주의도 완벽하진 않고, 대중적인 작가들이 소수작가보다 예술적인 우위에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나 혼을 담기위해 계속 노력하는 자체가 아름답지 않나...생각됩니다.
제 친한 친구와 동명이인이신 장용준님 사진도 멋진 혼이 담겨있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한 하나의 발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서로 약간의 경쟁심리(^^;섞인 댓글횟수 또한 라클의 매력이니...참..^^

김혜성님의 댓글

김혜성

홍건영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군요..

김헌주님의 댓글

김헌주

좋은 글에, 좋은 답변들이네요
글들은 찬찬히 읽으며, 난 어떠했는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사진이란 기록이더군요
메세지가 담긴 사진 혹은, 눈이 시릴정도로 쨍한 사진은 저에겐 어렵기만 합니다
다른분들의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한없이 자신을 질책하고, 장비도 바꿔보고, 따라서 찍어 보기도 하고...

'난 사진을 좋아하지만, 재능은 전혀 없는것이 아닐까?' 는 생각을 백번도 더 한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진을 사랑하고 꾸준히 메달리는것은 제 인생의 기록이기때문일겁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가끔 만나는 어릴적 친구들, 내가 좋아하던 술집, 카페, 처음 연극을 보았던 대학로 소극장, 조카 백일, 웃음으로 범벅진 명절의 가족모임...

사진, 혹은 파일을 한장씩 넘겨보고 있으면, 마치 제 인생을 되돌아 보는것만 같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적 있는것 같습니다
저에겐 더없이 소중한 삶의 기록, 그것이 저에겐 사진이더군요

얘기가 조금 빗나갔네요, 하하

어떤 사진이면 어떻습니까? 사진을 사랑하고 그 열정 간직하면 되는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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