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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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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안병석
  • 작성일 : 05-09-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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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처가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처가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처남의 댁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고 그 날따라 집안 분위기가 영 썰렁하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평소의 처남의 댁은 상냥하기 이를데 없고 부부금슬도 좋은 편이라서 여태껏 한번도 그런 분위기를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부부는 몸 둘바를 모르고 있던 중에 귀염둥이 조카아이가 우리들에게 살짝 귀뜀해주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

엄마 아빠가 조금 전에 싸웠는데(싸웠다기 보다 아빠가 엄마한테 매우 혼났는데), 그 이유는 아빠가 엄마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동안 잘 쓰던 멀쩡한 휴대폰을 아주 비싼 휴대폰으로 교환을 해버렸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의 아내는 갑자기 우리들이 묵던 방으로 처남을 부르더니 대차게, 아니 눈물이 찔끔나올 정도로 혼줄을 낸다. 아무리 동생이라 하더라도 나이어린 동생도 아니고 35살이나 먹은 일가의 가장이요, 3남매의 아빠를 그리 혼내다니...
나는 그까짓 휴대폰 좀 바꾼 걸 가지고 그리 심하게 다룰 것 무어냐고 오히려 아내를 나무라며 처남을 감싸주었지만 아내는 막무가내였다.
그래도 누나라고 심한 말로 꾸짓는 것을 그대로 다 받아주고 묵묵히 앉아 얌전히 혼나고 있는 처남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우습기만 했다. 평소 누나를 매우 어려워하고 비교적 누나의 말이라면 잘 듣는 착한 처남이지만...
그런데 처남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들어보면 과연 그럴만도 하다.

처남은 지금 이른바 "장비병"에 걸려 있는 중이다.
그 장비병이 비록 카메라(처남은 이상하게 카메라에는 전혀 관심없다)는 아니지만 물에 관련되는 병을 알고 있었다.
틈만 나면 물로가서 물을 헤집고 다니는 병을 알고 있는데, 스킨스쿠바라는 것과 낚시라는 것에 거의 미쳐있었다.

처음에는 스킨스쿠바장비구입에 기백을 카드로 긁었다는 둥, 낚싯대 구입에 3백만원을 썼다는 둥 정말 이해 할수없는(?) 행적으로 인해 그 동안 그의 아내로부터 수차례 죗값을 톡톡히 치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처남의 차를 타면 별 요상한 장비 악세사리(처음 보는 랜턴 , 낚시바늘 등등)가 여기 저기 널려 있는데 그 가격이 아주 고약한 것들이다.
그리고 낚싯대하나가 3백만원 짜리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듣는다.
확실히 좀 맛이 간 처남인 것 같다. 혼날만도 하지...

그리 혼난 경험가지고도 그의 병은 더욱 악화되고 있던 중에 불과 석달도 쓰지 않은 휴대전화를 별 이유도 없이 최근 모델의 고가 휴대전화로 또 기변을 했으니 넉넉치도 않은 살림에 그 어느 와이프가 이를 용인하고 반겨하랴. 이런 병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누나는 이번 기회에 동생의 병 치료를 하겠다며 지금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병이 그렇게 해서 치유될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일을 뒤로 하고 집으로 귀가를 하는 차 중에서도 나의 아내는 동생의 매번 그런 무절제에 화가 덜 풀려 있는 듯 계속 잔소리를 한다. 아내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도 보기 힘든 일이다. 보통 화가 난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남편이 카메라 장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저질렀던 카메라 수집기를 알면 과연 아내는 어떻게 대응할까. 병으로 따지면 내가 더 심한데... 지금 내개 가진 카메라는 합해봐야 그 가격이 그저 한 200정도로만 알고 있는 순진한(?) 아내인데...

그날 나는 아주 무지하게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일 없는 듯 차만 운전하고 왔다.

처남 참 큰일이라고 맞장구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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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익렬님의 댓글

오익렬

속이 찔금하는 동병상련의 글입니다.
종류가 뭐든지 조금씩은 편집광적인 장비병이 약간씩 있겠지요.

누구나 각시는 무서운 모양입니다.
일전에 깍두기로 보이는 몸에 문신이 무시무시한 남편이 진찰하는 부인을 따라 왔는데
역시 부인에겐 끽소리 못하고 따라 나가데요. 저는 그 남자 보고 겁이 많이 났는데요.

강신학님의 댓글

강신학

안교수님!
제게 뇌물 좀 쓰셔야겠습니다.
댁이 송파구라나 뭐라나. 일간 한번 집에 놀러 가겠습니다.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아..마음에 와닿는 글 잘봤습니다..
현재 저의 장비도..제가 다 겁날 지경입니다..^^;

이영민/hl1vjf님의 댓글

이영민/hl1vjf

ㅠ,ㅜ 남일 같지 않은데요 ..

김종민님의 댓글

김종민

아아...어딜가나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봅니다...^^;

저는 대략 어느정도 공개되었기에, 이미 혼은 났고...^^ㅋ
그나마 마음은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확실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김규헌님의 댓글

김규헌

저는 가끔 카메라캐비넷을 쳐다 보면서 내가 미쳤지 미쳤어 하고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장비병이 조금은 치유되는 증상이겠죠?
모아놓은 장비를 보면서 겁이 덜컹 날때가 있는 경우가 있더군요.
다 사람이다보니 비슷한 모습이리라 보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박대원님의 댓글

박대원

모든 정경이 한눈에 떠오르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영준님의 댓글

이영준

처남도... 매형도... 저도...
참 큰일이네요!

차재하님의 댓글

차재하

정말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저의 매형도 사진을 찍다가 최근에는 골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더니 일전에는 제가 가지고 온 장비를 보더니 만지작거리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 카메라를 만지면서 누나와 눈과 마주쳤는데.....ㅠㅠ

최_정원님의 댓글

최_정원

하하.. 전 일단 모두 단죄하고 정리하였으므로 통과하겠습니다~^^

양윤석님의 댓글

양윤석

전 집에서 포기했습니다.
가격 두번 물어보고는 다음부터 관심두 없어하더군요..
대신... 못보던 박스 가지고 왔다갔다 할때마다 안타까워 한다는... ㅡㅡ;;

문인구님의 댓글

문인구

매우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카메라와 랜즈를 새로 구입하거나 바꿀 때 와이프가 잘 모른답니다.
이유는 많은 카메라와 랜즈를 와이프는 모두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새로 들여온 랜즈를 닦고있을때 와이프가 '새로 산 랜즈죠?'라고 물을 때면 언제나 '지난번에 산 랜즈잖아~~' 라고 대답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면서 혼자 미안해 하지요~~.

Cho Young Deok님의 댓글

Cho Young Deok

이곳이 좋은 이유중에 하나??
저같은 분들이 많다는것입니다. ^^;
집에서 죄짓고, 이곳에서 위안받고....!!

N박기철님의 댓글

N박기철

알고도 속아주시는 것은 아닐런지요? 그래서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요. 하옇든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진하면서 장비병 없다면 그것도 조금은 이상할 것 같습니다.

이영구님의 댓글

이영구

적당한게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적당히 얘기하고 적당히 은폐하고......^^
안교수님!! 편안히 주무세여~~~~~~~~~

김영우*님의 댓글

김영우*

제 와이프될 사람에게는 은폐 축소 절대 안통합니다.

심지어 장터에 제가 무슨 리플 다는지도 다 봅니다.

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뽐뿌'에 약해서 누군가 옆에서 조금 뽐뿌넣어 주면

자기가 갖고싶어한다는 거죠. 사실 요즘은 저보다 사고싶다고 하는게 많아져서 좀 걱정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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