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영주에 있는 연화폭포 출사기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권기주
  • 작성일 : 02-05-24 08:17

본문

지난 해 연화폭포를 다녀와서 쓴 출사기입니다. 혹시 연화폭포를 찾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권기주

연화폭포 출사기(出寫記)

늦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창을 열어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에 맑은 구름이 몇 점 떠다니고 있다. 아침을 먹고 내자(內子)에게 사진을 찍으러 같이 가자고 하니 별 이야기 없이 선선히 따라 나선다 한다.
장비를 간단하게 작은 가방에 사진기 2대와 렌즈 몇 개와 필름 몇 통을 챙기니 내자는 옷을 간단하게 입으려 한다. 해서 오늘은 산에 들어가야 하니 등산복으로 입으라 하니 가까운 곳에서 쉬고 있을 예정이라 한다. 이유는 산에는 뱀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요즘은 뱀이 독이 많이 올라있는 계절이라 물리면 큰일이 생기지만 그래도 뱀이 없을 거라고 안심은 시켜 주었다. 내자는 평상시에는 샌들을 신고 나서지만 그래도 오늘은 운동화를 착용한 것을 보니 어느 정도는 따라올 예정인가 보다. 집을 나서 가까운 가게에 들러서 마실 음료수와 과자를 한 봉지 사서 챙겼다.
영주를 떠나 단산을 가니 마락, 좌석으로 가는 길 옆에 단산포도를 파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몇 일전에 그 아주머니께 포도 한 상자를 사서 맛있게 먹었었는데, 오늘 다시 가니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이 하신다. 아주머니는 나보고 집이 어디냐고 여쭈신다. 영주라고 답하고, 포도를 다시 한 상자 사고 덤으로 조그마한 포도 두 송이를 얻어 많이 파시라 인사하고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만수위인 단산호(일명 옥대호)를 지나 좌석에서 마구령 갈림길을 지나 고치령 가는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조그마한 도로 표지판이 길 옆에 서서 고치령과 좌측으로 연화폭포를 알리며 서 있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좁은 길을 따라서 한 참 올라가니 연화동천(蓮花洞天)이라는 돌로 새긴 표지석이 있고 20~30m쯤 올라가니 막다른 길에 연화동·서 폭포의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차에서 내려 우측의 과수원 길로 따라 올라갔다. 지난번 출사 때 연화동폭포 가는 길에서 과수원집 아주머니께서 연화서폭포와 소죽폭포의 가는 길을 대충 들은 적이 있어서 이 길이 맞겠지 하며 올라갔지만 더 이상의 길이 없다. 아래를 살펴보니 개울은 있어서 대충 눈짐작을 하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조금 더 내려간 후 개울을 따라서 올라가면 될 것 같은 생각에 다시 내려와 차를 돌려서 연화동천 표지석 아래에 차를 세워두고 개천을 따라서 올라갔다. 길은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길이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에 풀이 무릎 이상으로 자라서 자꾸만 걸음을 늦추게 한다. 한참을 올라가면서 보니 길 옆으로 과수원과 밭이 있는데 사과가 붉은색으로 색을 내고 있고, 고추며, 깨와 같은 밭 작물이 많이 있다. 올해 같은 가뭄에 깊은 골짜기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참으로 많은 힘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올라가니 당집이 보였다. 일전에 아주머니께서 당집을 지나서 가라고 하셨는데 당집위로도 길이 있고 옆(능선쪽)으로도 길이 있다. 산세를 보니 당집위로 가는 길 보다 옆으로 가는 길이 제 길인 것 같아 올라가보니 또 과수원이 있고, 저 아래쯤에 개천이 있는 것 같아 과수원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갔다. 과수원 끝 머리에 가니 꽤 많은 물이 흐르는 개천이 있다. 개천을 지나니 이름 모를 보라색의 야생화가 피어 있다. 나도 산과 들을 많이 다녀서 어지간한 야생화는 보았는데 이번 야생화는 처음이다. 사진기를 꺼내어 찍으려 하는데 내자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하며 차 열쇠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여기서 쉬고 있으라 하니 별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가만 살펴보니 이미 오다가 미끄러져서 무릎을 다쳤는가 보다. 야생화를 찍고 나서 더 올라가자 하니 내자도 포기하고 따라 나선다. 희미한 길을 따라 한 참을 올라가니 길이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못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하여 길을 따라 올라가니 계곡은 좌측인데 계속해서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왕 들어섰으니 한번 올라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올라가니 급경사도 있다. 한 동안 올라가니 조금은 넉넉한 분지가 나오고, 조그마한 산소가 있고 그 산소에서 꿩병아리가 우리가 오는 소리에 놀라서 재빠르게 도망을 간다. 주위를 살펴 보니 꿩들의 둥지가 있다. 밝은 햇살이 쪼이고 주변이 고요하다. 유택으로 적절한 자리 같다. 유택 옆에 내자를 쉬게 하고 능선으로 올라가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은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인 것 같다.

가져간 음료수를 따서 둘이서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고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심하여 내자가 힘들어 한다. 내자가 들고 가던 가방을 받아서 내가 들고 내려오지만 내자는 그래도 내려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계곡까지 내려와서 자세히 길을 살펴보니 계곡 옆으로 희미한 길이 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 길을 따라서 가보니 계곡 옆으로 길이 가늘게 이어져 있다. 내자와 같이 한동안 그 길을 따라서 올라갔지만 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좌측으로는 계곡이 있고, 우측으로는 급경사의 산자락이 있고 칡꽃이 만발하여 향기는 우리의 코 끝을 자극하고, 계곡이라 바람은 불지 않아 땀은 비오듯 흐른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내자를 쉬게 하고 짐을 내려 놓고 혼자서 폭포를 찾으러 올라 갔다. 50m쯤 올라가니 계곡으로 난 길이 있어서 따라 내려가니 연화서폭포가 있다. 다시 오던 길을 되짚으면서 내자에게 소리쳐 여기 폭포가 있다고 알렸다. 답이 없어 조금 내려가니 외치던 소리를 들었는지 내자가 짐을 가지고 올라 온다. 짐을 받아 같이 올라오다 보니 폭포로 내려가는 길 옆에 오래된 깡통들이 나뒹굴고 있다. 이러한 심산유곡에도 환경오염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폭포로 내려가니 가뭄이지만 산이 깊어 물은 꽤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니 물이 차다. 비오듯 흐른 땀을 찬 물에 씻으니 더 없이 시원하다. 사진기를 꺼내어서 노출을 측정하니 햇살이 비치는 곳과 주위와는 노출의 차가 심하다. 3 ~ 4 단계의 노출이 차이가 난다. 시간을 보니 정오 무렵이다. 우리가 늦게 출발한 것도 있지만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많이 허비한 잘못도 있어 사진을 찍어도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셔터를 몇 번 눌렀다. 폭포 아래로 공간이 없어서 단촛점 렌즈가 적격이다. 표준렌즈로는 폭포 전체를 담지 못할 정도로 폭포 아래의 공간이 부족하다.
내자는 김진명씨의 ‘황태자 납치사건’이라는 책을 꺼내어서 읽고 있다. 나는 폭포 위를 살펴 보기로 하고 폭포를 따라서 올라가 보니 연화서폭포가 2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상단은 낮고 하단이 상단의 3 ~ 4배의 높이가 되는 것 같다. 상단에도 물이 떨어져서 웅덩이가 파져 있고, 물이 고여 있다.

이왕 폭포 위로 올라 왔으니 소죽폭포를 찾아 보기로 하고 계속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니 큰 나무가 쓰러져서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나무의 썩은 정도를 보니 몇 년 전에 쓰러진 것 같았고 계곡의 돌과 바위는 산이 깊어서 이끼가 많이 덮여 있다. 계곡 옆을 살펴보니 희미한 길이 이어져 있다가 끊기기도 한다. 길과 계곡을 번갈아서 올라가다 생각하니 내자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올라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목이 말라 계곡의 흐르는 물을 손으로 떠 마시니 물 맛이 좋다. 이름 모를 산새가 지저귀고, 몇 마리의 나비가 나폴 거리며 날아다니고, 칡 꽃과 야생화의 향기가 좋다.

30분 정도 올라가니 흐르는 물소리가 예스럽지 않다.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 조금 올라가니 소죽폭포가 자태를 들어낸다. 커다란 반석이 비스듬히 누워서 물을 굽이굽이 흘러 내리는 폭포가 다른 폭포와는 달리 한가로이 느껴지며, 강하게 물이 떨어지지 않아서 조금은 친숙한 느낌이다. 소죽폭포의 크기는 연화서폭포보다 크다. 소죽폭포를 보니 사진기를 밑에 두고 올라온 것이 후회가 된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30분 넘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서 사진기를 가져오기는 힘들고, 점심때도 지나 배도 고파 어쩔 수 없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올라오기로 생각하고 발걸음을 뒤로 하였다. 내려가는 길은 가능한 길을 이용하기로 하고 내려왔지만 길이 자꾸만 끊어지곤 한다. 한참을 내려오니 연화서폭포가 보인다. 내자에게 다가가니 내자는 아직도 책을 보고 있다. 가지고 올라간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포도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흐르던 땀을 훔치었다.

다시 상단폭포로 사진기를 가지고 올라가 보니 방금 전에는 발견을 하지 못했었지만 그 곳에도 어느 누가 취사를 한 흔적이 있다. 참으로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올라와서 취사를 하면 본인들은 좋지만 그 흔적이 남아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린다는 것을 왜 모를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16mm 어안렌즈를 이용하여 셔터를 몇 번 눌러보지만 이곳도 노출의 차가 심해서 사진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연화서폭포와 소죽폭포의 길을 알고, 그 모습을 보았다는 것 만으로 만족 해야 하겠다. 다음날 시간을 내어서 아침 일찍 와야 할 것 같다. 가을이 되어서 주변이 단풍으로 물들고, 흐르는 물이 많으면 더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챙겨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 보다는 수월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급경사가 있어서 내자는 아직도 힘들어 한다. 산을 다 내려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이미 점심 시간은 지났고, 오늘도 점심은 굶었다는 생각에 혼자 쓴 웃음을 지어본다.

연화동·서 폭포와 소죽폭포는 백두대간의 한줄기인 소백산의 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폭포이지만 영주시의 관광명소를 안내하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폭포이며, 더욱이 소죽폭포는 주변 사람들 조차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폭포여서 두 폭포의 이정표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찾아가는 사람들은 꽤나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알려지지 않아서 주변의 오염이 다른 곳과 달리 심하지 않아서 자연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추천 0

댓글목록

서 현님의 댓글

서 현

자세한 계곡 출사기 고맙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용소계곡에 들어가었는데 숲을 헤치고 가는도중 쐐기에 옆 얼굴을 쐬이는 바람에 며칠을 고생했었답니다.

지금 계곡에 들어갈때에는 나름대로 옷차림을 단단히 준비해야 겠더군요

진딧물과 여러 벌래들 그리고 독충과 뱀들..(아고! 무서비..... )

저도 그러한 벌래들을 되게 무서워 하지만 오로지 사진하나 찍겠다고 벼르는걸 보면 제가 봐도 이해가 않갑니다.

그래서 창이 넓은 모자와 목에는 스카프, 그리고 소매가긴 셔츠 바지가 필수이겠지요.

또한 계곡사진은 물에 들어가야지만 좋은 앵글이 잡히기에 샌달까지 준비하면 금상첨화이고 급경사길 내려올때 등산용스틱을 준비하면 급류가 흐르는 계곡을 횡단할때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암튼 자세한 출사기 고맙습니다.
사진도 보여주실꺼죠?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