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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생각...퍼 왔습니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종철.
  • 작성일 : 03-08-27 22:38

본문

남의 것을 퍼 온건 아니구요
얼마전 제가 옛 사진을 뒤적이다가 감상에 젖어서 니콘클럽에 올린 글입니다.
요즘 사진에 대해서 생각좀 하다가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 퍼 왔습니다.
정현임이 제 아내의 이름입니다.
(제이름이 로그인이 안돼서 요즘 부득이 아내의 이름을 사용 중입니다
김종철이라는 이름이 동명2인 이라는군요)
--------------------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한때는 카메라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도 어떤 카메라와 어떤 렌즈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사진기의 값이 너무싸고 흔해서(?)
나같은 빈부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한없이 고맙습니다.

허접한 스캐너 하나를 장만해서 지난세월을 한번 읽어볼 요량으로
서랍과 앨범을 뒤졌습니다.

지나온 꾸진 세월을 기억이라도 하라는 듯이 물난리 때
흙탕물에 잠긴 살림살이 속에서 건져냈던 앨범하나....

대충 물에 헹구고 대충 말려놓고는 십수년을 암흑속에 버려논 옛 모습들이
지들끼리 붙고 엉킨채로 21세기의 빛을 봤습니다.

그 어지러운 사진중에 하나를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

아! 내 아내의 모습
이십오년전의 내 아내의 모습
결혼하기 일년전 어느 여름날에 저와 같이 나들이 했을 때의 모습을 봤습니다.

지금은 어떤 카메라였는지, 또 그것이 내 카메라였는지 조차도
기억도 할 수없는 그 오랜세월을 어둡고 습진 속에서 견디고 또 견디다가
이렇게 처녀적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내 아내를 보면서

눈물이 납니다.

내 아내도 저렇게 아름답고(?) 싱그러울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아내의 얼굴에도 주름이 지고 세월의 때가 많이 앉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내 탓인냥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이젠 딸아이의 나이가 사진속의 내 아내의 나이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비교해 보면 지금의 딸아이는 너무 철없고 어립니다.

내 아내는 저보다 어린나이에 지 아빠에게 시집와서 시어머니 봉양하고
저 낳고 어려운 살림살이 이끌며 가난한 지 아빠를 지아비로 받들며
지금까지 살만큼 지혜롭고 용기있고 착한 여자였는데
그것을 알기나 하는지...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만일 태초의 빛을 담았다면?
만일 예수의 빛을, 석가모니의 빛을, 세종대왕의 빛을 담았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

지난세월 몇번의 물난리와 이사통속에 많은 사진들이
잊혀지고 버려지곤 했습니다.
그중에서 살아남아 홀연히 나타난 지금은 내 아내인 어떤 처녀의 모습은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빚을 내서라도 많이, 아주 많이 담아 놓을걸...

지난세월을 읽으면서 자꾸만 서글퍼지고 가슴이 아파옵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글도 잘 읽고,
25년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아름다우신 부인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났습니다.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박재한2님의 댓글

박재한2

갑자기 머리가 띵합니다. 꼭 한대 맞은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빌며..
얼른 배불뚜기 집사람을 찍어야 겠습니다.
하루에 10컷씩 찍기로 다짐하고 열심히 찍어줘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중년의 나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지나 온 결혼생활을 뒤돌아 보며 처음 만났을 때의 그리도 고왔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심지어 감격하다 못해 눈물까지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저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남은 삶은 갑절이나 행복하시고 지금까지 시부모와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사랑하며 희생하신 반려자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아마 사랑하는 따님도 지금 결혼하게 된다면 어머니만큼 훌륭한 아내와 어진 어머니가 되어질 것입니다. 그 어머니의 딸이니까요.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서일홍님의 댓글

서일홍

가슴 뭉클하군요.. 오래된 필름을 스캔하여 나올때...
다시금 옛 기억이 떠오르는 것들...
오래된 필름을 스캔할때. .. 기분 좋습니다.

김영하님의 댓글

김영하

이제 결혼한지 5년이 되어가는 저로선, 김종철님의 사진과 글이 아련하게만 다가옵니다.
아내에게 잘 해줘야겠습니다.
문득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어머니에게도 감사함이 생기네요...

구름김경훈님의 댓글

구름김경훈

사진이라는것이 존재 증명을 해주네요 ...

그때의 시간과 공간과 빛이 사진이라는 종이 한장이

모든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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