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x T2 구하기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우영재
- 작성일 : 06-01-17 14:25
관련링크
본문
몇 달전, 콘탁스 T2 수난사라는 글을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http://leicaclub.net/forums/showthread.php?t=27790
그리고, 얼마 후, 가족여행 중에 삼각대에 T2를 올려 놓고 가족사진을 찍으려다 딸래미가 삼각대를 쥐고 흔드는 바람에 1m가 넘는 삼각대에서 자유낙하를 해버렸습니다.
역시 경통이 움직이질 않더군요.
이번에는 정말 화를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떨어진 카메라를 쥐고, 마눌과 아이를 뒤로 한 채,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뭐를 알겠냐며 속을 달래고 있었습니다만, 만지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 데도 말을 듣지 않은 아이가 미워 보였습니다.
반쯤 카메라 안쪽에 들어가 꼼짝도 않는 렌즈를 보니, 마치 뭐랄까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애절한 눈이 연상이 되더군요.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난 번 수리비를 생각하니 이번에도 그보다 더 나오면 더 나왔지 덜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거나 그 상태로 놔둘까 생각해보니 그 놈이 사연이 많긴 많은 놈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시기가 IMF가 터지기 직전쯤 됩니다.
사진을 찍은 지가 얼마나 된다고, 사진 관련 동호회를 들락거리다 보니, 문득 서브 카메라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당시에는 환율이 너무 올라 버리는 바람에 덩달아 카메라 값도 엄청 올라버렸지요.
게다가, 보너스는 커녕, 월급도 반밖에 받지 못한 상태라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로 궁리를 하다보니, 당시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의 강권으로, 보장성 생명보험을 몇 개 들고 있었는 데, 그 중 하나를 중도해지 하면 T2를 살 금액 정도가 되었습니다.
손해를 많이 보는 것은 물론이었지요.
결국, 회사를 땡땡이 쳐가며, 보험회사로 가 보험을 해지하고, 그 길로 카메라 가게로 가 구입한,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구입한 카메라가 바로 이 T2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T2로 사진을 많이 찍었느냐?,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SLR을 주로 사용하는데다 풍경 위주의 사진이었기 때문인지, T2에 손이 가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가 지나서인가,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문득 T2 생각이나 이놈을 들고, 양재천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간 후, 그 결과물을 보고는 그제서야 카메라 취급을 해준 놈이 바로 이놈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와서 보면, 잘 찍은 사진도 아니거니와 짜이스 렌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보험까지 깨가면서, 마치 애지중지할 것처럼 산 물건을 내쳤다가 아끼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 후,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T2는 아내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렸고, 아이의 비싼 장난감이 되기도, 처남을 비롯한 마눌과 아이, 그 삼총사들의 만행(?)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진 카메라중 AF가 되는 카메라의 유일한 카메라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아이 사진에 적합한 카메라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빠른 움직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단순한 AF가 아니라 Continuous Mode 같은 것들을 지원하는 AF SLR이나 DSLR이 훨씬 낫겠지요.
더군다나 약간의 수전증이 있는 저로서는(그렇다고 절대로 알코올 중독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라이카로 대충 조리개 조여가며 찍은 사진이, 훨씬 덜 흔들리고 초점이 맞은 사진을 만들어 줄 때가 많습니다.
T2도 수동 초점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AF 기능이 있어서인지, 초점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잘 이용하지 않게 되더군요.
게다가 내장 플래쉬도 가이드 넘버가 12인가 13인가 일반 똑딱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찍는 실내사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어스름한 저녁에 야외에서 보조광으로 쓰면 안성맞춤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T2가 똑딱이임을 간과하고 욕심만 냈을 때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똑딱이들의 부연 파인더와 비교해보았을 때, 파르스름하면서도 선명하고 시원한 광경과, 제대로 나온 결과물을 보면, 그렇게 산전수전 겪으면서 많은 상처를 입은 그 녀석이 범상치 않게 보입니다.
마치 오래 전장터를 누빈 말단의 노병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때로는 이 녀석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는 출사 또한, 쏠쏠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단점도 많지만 똑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카메라…
괜히 고급 P&S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사연도 많아 산전수전 다 겪은 카메라…
망가진 이 녀석을 서울로 가지고 와서, 콘탁스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이번 견적으로는 아주 상태 좋은 중고 표준렌즈 값이 나왔습니다.
경통이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무슨 부품이 충격으로 흔들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마누라는 제 정신이냐고 물었습니다.
어차피, 제 정신으로 산 물건이 아니니, 제 정신이 아닌 채로, 다시 생명을 주어 거둬들이렵니다.
한가지 걱정인 것은 이러다가 부활(?)을 밥먹듯 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겁니다.
http://leicaclub.net/forums/showthread.php?t=27790
그리고, 얼마 후, 가족여행 중에 삼각대에 T2를 올려 놓고 가족사진을 찍으려다 딸래미가 삼각대를 쥐고 흔드는 바람에 1m가 넘는 삼각대에서 자유낙하를 해버렸습니다.
역시 경통이 움직이질 않더군요.
이번에는 정말 화를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떨어진 카메라를 쥐고, 마눌과 아이를 뒤로 한 채,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뭐를 알겠냐며 속을 달래고 있었습니다만, 만지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 데도 말을 듣지 않은 아이가 미워 보였습니다.
반쯤 카메라 안쪽에 들어가 꼼짝도 않는 렌즈를 보니, 마치 뭐랄까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애절한 눈이 연상이 되더군요.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난 번 수리비를 생각하니 이번에도 그보다 더 나오면 더 나왔지 덜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거나 그 상태로 놔둘까 생각해보니 그 놈이 사연이 많긴 많은 놈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시기가 IMF가 터지기 직전쯤 됩니다.
사진을 찍은 지가 얼마나 된다고, 사진 관련 동호회를 들락거리다 보니, 문득 서브 카메라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당시에는 환율이 너무 올라 버리는 바람에 덩달아 카메라 값도 엄청 올라버렸지요.
게다가, 보너스는 커녕, 월급도 반밖에 받지 못한 상태라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로 궁리를 하다보니, 당시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의 강권으로, 보장성 생명보험을 몇 개 들고 있었는 데, 그 중 하나를 중도해지 하면 T2를 살 금액 정도가 되었습니다.
손해를 많이 보는 것은 물론이었지요.
결국, 회사를 땡땡이 쳐가며, 보험회사로 가 보험을 해지하고, 그 길로 카메라 가게로 가 구입한,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구입한 카메라가 바로 이 T2였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T2로 사진을 많이 찍었느냐?,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SLR을 주로 사용하는데다 풍경 위주의 사진이었기 때문인지, T2에 손이 가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가 지나서인가,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문득 T2 생각이나 이놈을 들고, 양재천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간 후, 그 결과물을 보고는 그제서야 카메라 취급을 해준 놈이 바로 이놈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와서 보면, 잘 찍은 사진도 아니거니와 짜이스 렌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보험까지 깨가면서, 마치 애지중지할 것처럼 산 물건을 내쳤다가 아끼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 후,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T2는 아내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렸고, 아이의 비싼 장난감이 되기도, 처남을 비롯한 마눌과 아이, 그 삼총사들의 만행(?)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진 카메라중 AF가 되는 카메라의 유일한 카메라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아이 사진에 적합한 카메라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빠른 움직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단순한 AF가 아니라 Continuous Mode 같은 것들을 지원하는 AF SLR이나 DSLR이 훨씬 낫겠지요.
더군다나 약간의 수전증이 있는 저로서는(그렇다고 절대로 알코올 중독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라이카로 대충 조리개 조여가며 찍은 사진이, 훨씬 덜 흔들리고 초점이 맞은 사진을 만들어 줄 때가 많습니다.
T2도 수동 초점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AF 기능이 있어서인지, 초점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잘 이용하지 않게 되더군요.
게다가 내장 플래쉬도 가이드 넘버가 12인가 13인가 일반 똑딱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찍는 실내사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어스름한 저녁에 야외에서 보조광으로 쓰면 안성맞춤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T2가 똑딱이임을 간과하고 욕심만 냈을 때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똑딱이들의 부연 파인더와 비교해보았을 때, 파르스름하면서도 선명하고 시원한 광경과, 제대로 나온 결과물을 보면, 그렇게 산전수전 겪으면서 많은 상처를 입은 그 녀석이 범상치 않게 보입니다.
마치 오래 전장터를 누빈 말단의 노병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때로는 이 녀석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는 출사 또한, 쏠쏠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단점도 많지만 똑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카메라…
괜히 고급 P&S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사연도 많아 산전수전 다 겪은 카메라…
망가진 이 녀석을 서울로 가지고 와서, 콘탁스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이번 견적으로는 아주 상태 좋은 중고 표준렌즈 값이 나왔습니다.
경통이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무슨 부품이 충격으로 흔들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마누라는 제 정신이냐고 물었습니다.
어차피, 제 정신으로 산 물건이 아니니, 제 정신이 아닌 채로, 다시 생명을 주어 거둬들이렵니다.
한가지 걱정인 것은 이러다가 부활(?)을 밥먹듯 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겁니다.
추천 0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공감이 가는 글과 사용기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그런일로 가끔 속상한 일들이 생기더군요.
어렵게 구한 LP의 알맹이들을 꺼내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고,
건너 다니기를 하는걸 보는 순간, 이성을 잃을 뻔 했었습니다.
T2가 효도할 날이 있겠지요.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