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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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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명균
  • 작성일 : 06-01-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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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 彼我山房이란 토굴에서 지리산과 함께 사는 이원규님의 詩중에서.

** 갑자기 지리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추천 0

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세월을 노고단에 묶어두고, 왕복하며.. 연하천에서 하룻밤을
세석에서 또 하룻밤을,
제석봉에 걸터앉아 지나는 이들의 벅찬 기쁨을 엿보기도 하고,
반야봉을 돌아 걸으며 그 긴 오르막을
숨이 턱에 닿게 참아보며 걷던 그 산을..
그 산을 이리 멋지게 표현해 놓으면
바다건너서 어이 하라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네요..

안승국님의 댓글

안승국

아~! 지리산으로 산청으로 어디든지 카메라메고 가고 싶어집니다...요즘 시간이 나지않아서...좋은 글 잘 보았읍니다...

박 민영님의 댓글

박 민영

오래도 기다렸습니다. 칠선계곡 풀리기를...
이제 풀렸다하니 칠선계곡을 한번 오르고 싶군요. 올해안에 한번 가봐야하는데. 마음만 앞섭니다. 나뭇군이 아니라 혁명의 아픔을 기억하며. 좋은 시 감사합니다.

최주영님의 댓글

최주영

정말...지리산으로 가고 싶이지게 합니다.
집 옆에 서울의 큰산둘을 끼고 살면서도 오르질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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