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영원한 초보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이치환
  • 작성일 : 03-09-19 14:11

본문

최근에는 남의 사진 보는 것이 참 어렵다. 내 사진은, 늘 어렵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댓글도 곧잘 쓰곤했는데, 이젠 그것마져
어려워졌다. 왜 그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진에서 몇살이나 되었을까?'
내가 삶을 그런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때가 45살 무렵부터인데
사진을 이해한 지는 언제였던가? 기억을 되살려보니 아직도
사진이 무엇이고, 왜 이리도 집착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가끔은, '사진으로 이름을 날려야지' 하는 욕심도 있었고,
'누가 봐도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이거 오래되면 돈 되는 기록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고,
공모전 깜(?)을 찾아다니기도, 만들기도 했었다.

올 12월에 열리는 모 아카데미 공동 전시회에 걸 사진을
만들려고 40년 동안 양복을 만든 교회친구를 찍어 프린트를 해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욕심을 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
다른 때는 당연히 작은 사진기 가방을 메야 출근했는데, 오늘은
그냥 나왔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가서 가방을 챙길까 말까
서성거리다가 결국 M4에 50mm 랜즈를 끼고 출근했다.

점심을 일찍 먹고 광진구 자양동 뒷골목을 빙빙 돌면서
무엇이 눈에 들어오는지, 그것이 흑백으로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너무 평면적이지는 않은지 등등 생각을 하며 2커트 촬영했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했던 생각은,
'그래, 그져 즐기기 위한 것인데 고민하지 말자.
단정하고 아름답게 프레임하면 안될 이유가 없잖아.
가장 기초적인 사진 기능에 충실해서 한장 한장 아름답게
만들지 뭐~' 이랬다.

그리고 이 클럽 갤러리에서 대단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사진들을 보고
그저 감탄만 할 뿐, 이젠 감히 댓글을 달지 못한다.

나는 열정에서 뒤졌고,
그리고 바람직하지 못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눈이 어두워졌고, 마음도 어둡고 무거워졌다.

다시 초보자의 자세로 돌아가서, 어린아이가 걸음마 배우듯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자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12월 전시회에는 가장 초보적이고, 기초에 충실한
사진을 걸어야 겠다고 결심하면서......
추천 0

댓글목록

최준석님의 댓글

최준석

갤러리에 제 사진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상은 초보수준 , 구도도 안맞고,,초점도 가끔식나가는 엉망인 사진실력인 접니다.
그래도 클럽활동이라도 열심히 해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치환선생님 같으신분이 그러시니 저 같은 왕초보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요즘 뜸하시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다시 심기 일전하시여 좋은 사진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도 열심이 달아주시고요..^.~
이치환님 왕 시청자..올림..

권오중님의 댓글

권오중

제목이 ...
영원한 초보가 아니구 ' 영원한 초심' 으로 바꿔야할 것 같습니다.
젊고 싱싱함으로 지속하려는 노력이겠지요.
그 속에서 끝 없는 생산은 이루어질 것이구요 .

언젠가 이치환님의 홈페이지에서 만난 ' 시와 사진' 의 느낌은
너무도 좋았습니다 .
사진을 옆에 두메 좋은 가치들을 이렇게 만나 가는구나
하는 소중함을 찾았구요 .

시각이 가져다 주는 소중함은 그것에 진정으로 다가설 때
나를 맑은 물이 흘러가는 개울로 이끌어 가는 것 같습니다 .
세상 속에서 굴러가되 갈 수록 투명한 빛난 돌이 되도록 이끌어 가는
사진이기에 애정이 조금씩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때론 지나침에 쉬고 싶을 때도 있기도 하지만
조금씩 맛을 알아감에 이젠 떨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큰 굽이를 돌아갈 준비를 하려는 긴 호흡을 하시기에
다가오는 답답함이시리라 보입니다 .
돌아서 지나와 보면 좋은 빛을 머금은 모습이
분명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그런 말씀하시면 정말 갤러리에 포스팅 못합니다.
아직 사람 면전에 렌즈만 갖다대면 오금이 저리는 사람인데
선생님이 그런 말씀하시면 몸둘바를 모릅니다.

사진 한장이 너무도 쉽게 만들어지는 디지탈 세상에
한장 한장 정성들여 만들어지는 사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시는
글로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

좀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프레임을 들여다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인우님의 댓글

여인우

에 글을 읽은 저도 흐뭇하고 머쓱하고 그렇습니다. 다른 긴어지는 이야기들 보다도 이치환님과 같은 사진이나 같이 찍으러 나가야겠습니다.

왕선배님 쪽지나 연락주십시요~

011-479-9215

그럼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불가에 初發心卽見性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발심할 때의 그 마음이 곧 가야할 목적지이자 끝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진에 있어서 처음의 그 설레임과 순수한 안목을 유지하는 것은
불교의 초발심처럼 매우 어려운 경지인 듯 합니다.

진흙 속에서 고고하게 때묻지 않고
피어나는 연꽃과 같은...그런 마음이어야겠지요.

평소 자상하고 세심한 배려가 있는 코멘트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격려의 말씀 감사.

몇일 고민하다가 어제 그제 오른 손이 얼얼해지고,
눈이 아플 정도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정형화된 프레임은 아닌가?
느낌이 오지 않는데 습관적으로 촬영하려는 것은 아닌가?

요즘 셔터가 쉽게 눌러지지 않고 망설임과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런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장기형님의 댓글

장기형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를 전률이 느껴집니다.

항시 새기어서 생각하고 간직할 만한 글인가 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기에 더더욱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p.s 언제 모임이 있으시다면 고수님의 고견을 듣고자합니다.
저는 아직 라이카가 없지만...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