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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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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문정환
  • 작성일 : 06-02-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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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緣樂命(수연낙명): 닥쳐온 모든 일들이 나에게 인연이 되는 일이니 즐겁게 받아들여라.


20일동안 뉴질랜드와 호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고보면 2005년이라는 해는 내가 소화해내기 너무나 벅찬 해였다. 돌이켜보고 싶지 않은 옛 추억이 자꾸 생각나 가슴을 찔러대는 것처럼.

뉴질랜드. 그곳엔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도시도, 사람도, 자연도 특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서로 어울리며 숨쉬고 있는곳.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엔 친구가 반갑게 마중나와있었다.

이번여행 오기 직전에 구하게된 m3..노출계도 없는 카메라만 들고 사진 경력도 일천한 내가 사진을 찍으려니..얼마나 앞뒤 구분 못하는 무대뽀인가..나라는 인간은..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많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다짐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던가. 어디한번 부딪쳐 보자..노출이 조금 틀리면 어떻고, 포커스가 좀 안맞으면 어떤가..난 그저 내가 놓치고 싶지않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광장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 서로 스쳐지나가는 인연들, 그리고 거리의 공연사들...이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을 찍고 싶었다..그래서 한발짝 더 다가갔고, 소심한 성격답게 가슴은 매우 떨렸지만, 카메라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이렇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더니 벌써 하루가 지났다. 어서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여행을 시작해야지..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폭스 글래셔로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관광용으로 만들어진 열차이다보니 창문도 널찍하니 뚤려있어 지나가는 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산 사이로 굽이 굽이 흐르는 계곡의 모습엔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열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 도착한 폭스 글래셔. 말 그대로 빙하가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큰 바윗덩어리 같이 생겼다.

아침일찍 일어나 폭스글래셔에서 퀸스타운으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엄청나게 큰 호수 곁에 마을이 있고, 호숫가에는 관광객들과 거리의 공연사, 그리고 많은 종류의 새들이 숨쉬는곳.

호수와 산 사이로 노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난 왜 흑백에 50mm일까. 하하. 그 앞에서 어떤 공연사가 공연을 준비한다. 난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사진에 담고 있다.

공연도중에 공연사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걸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사람은 나에게서 카메라를 가져간다. 난 내 카메라를 건네주기 싫었다. 자신에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었지만 난 그날밤 숙소로 돌아와 밤새 생각했다.

왜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용기있게 행동하지 못하는거냐. 컨닝하다 선생님께 걸린 어린아이처럼.. 왜 내 생각과 마음을, 내진심을 상대방에게 말하지 못하는거냐. Sorry, this camera is very important to me,..

호주에서 한 책방에 갔을때 브레송의 사진집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밀봉된 상태였다. 난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래, 책 도둑은 도둑놈 아니라는데..감시카메라가 날 지켜보고 있었지만 미친듯이 포장을 뜯어버리고 게 눈 감추듯 사진집을 후다다다다닥 넘기며 보았다. 숨죽이며 감상한 브레송의 사진들을 보며 난 행복했다.

그래, 사람사진을 찍고 싶다면, 그사람을 내가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 순간에 느낌 감정을 찍고 싶어서라면..나에게 피해가 예상될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리..그래도 조금은 무섭지만..

사진을 찍는 것도 결국 나자신과의 싸움이 아닐까. 상대방을,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일..사람이 없더라도 사람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고 싶은 나 자신과의 대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허영만씨의 '식객'이란 만화를 보았다. 그중에 이런말이 있었다. 수연낙명. 나에게 오는 모든 일들이 모두 인연이니 즐겁게 받아들여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보다, 하버브릿지보다 스킨스쿠버로 본 바닷속 세상의 풍경보다 더욱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거리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과의 인연, 살며 살아가며 나와 인연이 되는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의 인연-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에게 m3를 건내주신 박선생님, 아니 그분과의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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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준호7님의 댓글

김준호7

m3 저도 이 모회원님께 양도 받았는데 필름 로딩도 못한채 세월만 가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돌아다녀 보려는데 역시 낯 선 사람을 찍는 건 어렵겠네요.
그래도 잘다녀 오셧네요. 사진도 많은 발전 있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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