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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진기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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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태영
  • 작성일 : 03-09-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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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허영이 지나친탓에 이리저리 방황을 하다가 많은 돈을 허비하고선 지금의 사진기와 렌즈를 가지게 되었다. M3 와 DR 즈미크론 50미리 그리고 MP 와 35미리 6군8매, 그리고 여분의 슈퍼앵글론 21미리 까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동안 라이카를 손에 잡으며 10종류가 넘는 바디와 2-30 종의 렌즈들을 써보았던것 같다. 무엇이 나로하여금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온정신을 다 팔리게 한 것일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이란게 퍽이나 간사해서 순간순간 눈이 한번 돌기 시작하면 사소한것이 전부가 되어버리고, 그것이 온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리는것 같다. 이루지 못하면 풀리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들. 그런것들은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임에도 숲속에서는 나무만 본다고 결코 스스로 알아챌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곳 클럽에서 알게된 한 선생님께서는 전화통화를 통해 젊은시절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는 것도 아주 유익한 것들이라고 관대하게 말씀도 해주신적 있지만, 젊은이를 보는 아주 자비로운 시선이라고 딴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 사진기 관련 커뮤니티에 우연찮게 들렀다가 그곳 갤러리를 보고는 아연질색을 했다. 아마도 무슨 모터쇼 행사가 근례에 열렸던 모양인데, 수도없이 똑같은 사진들이 끝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수많은 여성 모델들의 사진 또한 줄을 잇고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사진에 재능없음을 여실히 깨닫고 잘 찍지도 않을 뿐더러, 더러 찍더라도 그 사람을 찍는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보는 그 사람을 찍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 그런식으로 찍어대곤 했는데, 스스로 불안정한 내 사고를 반영하듯 늘 사진은 불만족 스러웠다. 수잔손탁은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치 강간과도 같다고 했던가? 사실은 내 마음이 음란한건지는 몰라도 누군가를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하는 말들, 특히나 여성 모델의 경우, 왠지 그런 말들이 전 당신과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라는 표현의 아주 정중하고 포멀한 표현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물론 우리의 의식이 미쳐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발현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때문에 길을 걷다가 매력적인 낯선 여인네가 지나갈때 친구들과 싸구려로 뱉을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사진을 하는 경우엔 그것을 매게로 아주 이상화되어 표현될 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한 인간의 성장을 생각해보아도 여러가지 정신발달체계를 적용시켜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원초적 욕망들. 그것이 이 사회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형식화의 과정을 거쳐서 발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여성을 사진에 담고 싶은 욕구들, 아마도 내면에 자리잡은 원초적 성적 본능이 사회화된 충실한 재현이라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리저리 장비를 바꾸어가며 더 좋은 장비를 외치는 우리들의, 나의 자화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프롬의 말을 들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불안한 존재감에 대한 대리만족이라하면 너무 급작스런 결론일까? 그런식으로 따져보아 연륜이 지긋하신 분들이 그저 조그마한 똑딱이 사진기 하나에 만족하며 멋진 사진생활을 하시는걸 보면, 핑계삼아 이것저것 써보니 다 똑같더라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도, 결국 좋은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존재, 스스로의 확신, 그리고 그 발현, 에 의해서 좌우되는거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스로 자기에 대한 확신 없이 어떻게 자신의 사진에 대해 남에게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를 포함한 나이어린 사람일수록 남의 말들에 (특히나 권위있는) 현혹되기 쉽고 자신의 부족한 자아상을 사진기에 투사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상적 모델을 따라 이리저리 방황하며 끊임없이 돈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후회되듯 남들을 보며 또한 안타깝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붓글씨 연습을 해보자 라고 말한다면 너무나 엉뚱한 이야기일까?
나 역시 잘 못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이런 글 따위나 쓰고 있는것이지만, 다들 지금 자신의 사진기를 사랑하고 아끼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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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민호님의 댓글

최민호

원래 사진을 하는데 있어서 "장비욕심에 대한 것은 부질 없는 짓이다."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라이카 같은 레인지 파인더식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처음 스스로 다짐한 약속들이 전혀 소용 없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컨데, SLR카메라에 비해 분명히 감성적인 부분 이외에는 대부분 기능면에서
많은 모자라는 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큰 몫을 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감성에 관한 부분이든 열등한 기능 부분에 관한 것이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감수하고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늘 곁에두고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DR렌즈를 하나 구입했는데 그 가격을 아시면 누구나 놀랠 정도의 금액을 주고 샀습니다.
물론, 시세를 몰라 속아 산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라고 생각해서 그 만큼 지불하고 구입을 했습니다.
전 절대 콜랙터가 아니며 장비를 구입을 할 때에 콜랠터적인 입장에서 구입을 하는 것을 절대 경계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질의 결과를 기대하며 좀 더 좋은 렌즈를 사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 정한 그 기준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비싼 렌즈를 간혹 구입하게 되면 주변 혹은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내가 산 렌즈가 조금 비싸게 구입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앞으로 내가 이 렌즈를 사용하는 동안은
다른 누구의 렌즈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약속이다" 라고.

(사진을 하면서, 평생을 함께 할 카메라와 렌즈가 갖추어 졌다면 이 또한 커다란 행복 아니리오!)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최민호님 말씀대로,
최고의 기기를 가지고 최고의 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너나 나나 모두가 가진, 어찌보면 본능적인 욕구가 아닐런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은 참고사항이고,
직접 시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만족하지 못함도 본능같구......

내 자신 올해 기변을 하면서,
1945년대 ~ 1960년대 독일의 4개 유명사(contax, leica, voigtlander, rollei)
제품을 시험해보느라 (사진기 컬럼이라도 쓰는 사람처럼) 무리를 해버렸군요.

나 같은 경우엔 랜즈보다 바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기에
지출도 더더욱......지금 심정은, 그래도 했으므로 가장 만족한
기기를 가지지 않았나 생각.

따지고 보면, 장비 구입비는 그렇게 큰 지출은 아닙니다.
물건이 내 손에 있으니......

내 경우 큰 출혈은, 필름+현상+인화 비용이 훨씬 큽니다.
그러고도 만족하지 못하니 참 안타깝죠. 이 비용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올해만 한달에 50만원 꼴로 날렸군요.

태영님 글을 보니, 누구나 꿈 꾸는 '환상적인 구성' 같습니다.
이젠, 더더욱 힘든 '내 사진 만들기'가 남았다고 생각.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큰 그림을 그리시길......

윤경일님의 댓글

윤경일

저는 SLR 과 RF 를 둘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한강에서 불꽃놀이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RF 로 불가능 한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사진은 SLR 이나 중형이 제격이죠.
이래서 카메라를 여러대 사용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렌즈도 구색을 갖추다 보니 차 한대 가격이 벌써 초과되었습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때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위에 이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소모품에 지출도 만만치 않지요.
한번은 바닷가에서 갈매기를 찍느라고 슬라이드를 기관총 쏘듯이 초속 6매로 연사를 날린적도 있었는데 제대로 나온것도 없어 나중에 허탈하더군요.^^
지금도 중형과 파노라마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MP 도 보이구요.^^
그래도 지금 생각에는 최후에 남을 카메라는 역시 라이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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