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적어도 필름을 사용하는)작업에 있어서
필수로 생각 되어지면서도 의외로 홀대를 받는 장비가 루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가끔 하게된다. 바로 나 자신만 보더라도,
루페와 라이트 박스를 구입하기 이전에 환등기를 구입한 후 "뭐, 환등기로 보면 되겠지." 라거나 "필름
스캔해서 보면 되니까." 라거나 하며 차일피일 구입을 미루곤 했었으니까.

물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루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말로 표현하기가 참 미안한 정도의 성능을
가진 루페를 쓰거나, 급한대로 니콘의 50mm 렌즈를 뒤집어 잠깐잠깐 살펴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현상소에서
필름을 찾아볼 때마다 "음. 라이트박스랑 루페는 진짜 꼭 있어야 되는데..."라고 되뇌이길 수백번.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라고 해봐야 가방을 산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다거나...) 구하지 못하다가 결국 큰맘먹고 루페와 라이트 박스를 구하게 되었다.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루페중 가격대비 성능(객관적 성능 또한)이 가장 훌륭한 것은 슈나이더의 4배율 루페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가격은 약간 비싼 느낌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간 가격대의
루페를 구입할 경우 결과적으로 2중 3중으로 돈을 쓰게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슈나이더의 루페를 한번 들여다 보면 사실상 동급이라고 하는 라이카의
루페나 로덴스톡 루페조차 갑갑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다른것을 둘째로 놓고라도, 루페 자체로서의 성능과 기능성을 볼때 최고의
제품이라고 봐도 좋다.

종이 재질로 된 고급스런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는 루페는 루페 이외에
분리되는 하단 어댑터 한개와(투명) 목걸이 용 끈이 들어 있다.

배율은 슈나이더의 경우 10배 4배 6배 3배등이 있는데 4배 루페가
가격도 가장 저렴하고 실용적인 면도 가장 뛰어난 느낌이다.

6배 루페의 경우 배율이 매력적이고 비구면 렌즈를 사용한다는 것
또한 좋지만 무게가 조금 나가고 안경을 낀 사람에겐 주변부 왜곡이 보이는 것이 문제가 된다.

3배의 경우는 애초에 중형판을 목적으로 나온 제품으로 가격은 4배
루페의 두배가 넘고 그 크기가... 보시면 아실 것이다.

라이카의 경우 유일하게 발매하고있는 루페가 5배율인데, 그 가격이
슈나이더의 거의 세배에 가깝다. 그리고 실용적 물건이라기 보다는 역시 공예품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아무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역시 이러니 저러니 말을 해도 슈나이더의 루페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정말이지 시원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그 화질에 있다.

자주 가는 카메라 매장에서 로덴스톡과 슈나이더를 꺼내놓고 동시에
본 후 아무 거리낌 없이 슈나이더를 집어 들었다고 한다면 좋은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는 느낌이 올까 모르겠다.

직접 눈으로 보면 느끼게 되는 편안함은 역시 B+W 브랜드 네임으로
카메라용 필터 부분에서 쌓은 명성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작업을 할때는
대체로 목걸이를 빼 놓는것이 수월하다.

사실상 목걸이의 주된 용도는 중판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핀을
맞추기 위한 것이니 만큼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집에서야 걸리적 거리는 목걸이를 빼 놓는것이 편하다.

......집에 도착해 느긋한 마음으로
라이트 박스를 켜고 루페로 들여다 보는 필름은 사진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큰 요소중의 하나다. 시원시원한 루페를 통해
필름들의 입자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색깔들에 때때로 경외감 마저 느끼게 된다.

사진을 환등기로 영사해서 보는것, 루페로 필름을 들여다 보며 알게
모르게 미소 짓는것. 역시 나는 아날로그적인 인간이 아닐까 한다.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