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57
▽ 이름:추현우 (KYOJUN@hitel.net)
▽ 분류:사용기
▽ 2001/5/27(일) 00:46
▽ 조회:1016

라이카 R8 에 얽힌 최근 일화


얼마전에 거래처(?)로부터 라이카 R8 의 노출 시스템에 심각한 이상
이 있지 않나? 라는 문의가 들어왔었습니다. R8 의 메트릭스 측
광과 중앙부중점 평균측광시 노출치가 정상보다 과다노출 혹은
부족노출이 연발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충무로 및 남대문 등지
에서 약 20여대 가량의 그러한 제보가 들어왔다더군요. 해서 혹
시 하드웨어적으로 이상이 있지 않나? 라는 문의였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 라이카에서 일제와 비슷한 메트릭스 측광
을 첨 시도한 기종이 R8 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
을 수 도 있다는 가정하에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전세계 라이카
사용자 혹은 라이카 유저 그룹, 사진잡지사, 스튜디오, 등지에
E-MAIL 을 띄웠지요. 문헌조사도 겸하고 일선 수리점으로부터도
정보를 구했습니다. 근데 ... 웃긴게 ... 결론은 ... '이유없음. 기각' 입니다.
R8 의 매트릭스 측광은 일제 니콘 F5 나 EOS-1n 과 같이 매우
기능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믿을만하고 쓸만하다는 것입
니다. 즉 아주 뛰어난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함은 없다. 라는
것이 프로 라이카 사용자들의 의견입니다. 오히려 스파트측광이나
중앙부중점 측광시의 정밀성은 R7 보다 어납니다. 유럽의 라이카
유저 그룹에 속한 몇몇 프로들의 답장에서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듣
는다는 것입니다. 자기네들 말로는 완벽하다! 라는 것입니다(물론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지만). 일본계 문헌에서도 노출 시스템의
이상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즉 ... 이상없다
라는 것이지요. 신형 모터드라이브의 성능문제에 대한 의문은 조금
야기가 되었지만서도 ...

암튼 ... 며칠간의 헤프닝 끝에 내린 결론은 ...
어이가 없게도 ... 사용자들의 부주의 혹은 사용상의 실수. 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독 국내에서만 이상이 있는 물
건이 들어올리는 없고, R8 을 쓰고 있는 충무로의 몇몇 상업사진가
들도 '괜찮은데? 무슨소리야?' 라는 답변입니다.
즉, 확신할 수 는 없지만, 이러한 불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분석해 보았더니 ... 밑에 나은철님이 말씀하신것과 어느정도 일맥
상통합니다. 즉, 브랜드의 과다신뢰지요. 자기의 실수나 혹은 부주의
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채 사진이 잘 안나오자 ... '이거 완벽한 라
이카 R8 이라던데? 이럴리가 없어 무슨 고장이나 버그가 아닐까?' 라
는 의문이 들 수 있다는 겁니다.

R8 은 기존의 라이카 R 시리즈와는 조금 다릅니다. 때문에 이 신형기
종을 사용하기 전에는 메뉴얼을 잘 읽어보고 그 특성과 조작방식을
충분히 손에 익혀야 합니다. 물론 충분한 테스트 샷 또한 필요하겠
지요.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카메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
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매트릭스 측광'을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발생한 헤프닝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더구나 스파트측광 같은것
은 노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어느정도의 경험이 필요하지요. 스파
트측광을 정확하고 빠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세기의 명기라는 라이카 일지라도 사용자가 이에 걸맞는
수준 혹은 안목을 지니지 못한다면 제 값어치를 못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상이 있다'고 제보한 사용자 중의 대부분이 아마
추어 사진가 들입니다.

라이카는 분명 좋은 카메라입니다. 더구나 렌즈는 더욱 더 ... 라이
카가 좋다는 건 ...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 그럼에도 부
불구하고, 라이카의 빛을 발하게 하려면, 사용자도 그만큼 명기에 걸
맞는 기본적인 자격과 실력은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안그러면 명
기만 아깝죠. ^^ 뭐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충분한 수준 이상은 다들
되시니까 아마 유용하게 사용하고 계실것이라고 믿습니다만 ...
저도 한때 라이카 메니아인데 ... 전 과연 자격을 갖추었을런지? ^^ 후후
조그만 헤프닝이 근래에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근데 몇자가 아
니었군)

---- 하이텔 사진동우회 '실루엣'에 게재되었던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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