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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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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88
▽ 이름:장충기 (mario@iteck.com)
▽ 분류:사용기
▽ 2001/6/7(목) 18:21
▽ 조회:1826

R6.2

나보다 더 오랫동안 또 잘 사용하는 분이 많이 계실텐데, 이런 글을 올려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는 장비평도 같은 아마추어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군요.
틀린 부분이 있으면 과감히 지적하여 주시길 바라며...

꽤 오래 전부터 구하고 싶었던 라이카 R6.2를 구입했다.
자금이 넉넉치 못했던 탓에 가지고 있던 다른 장비를 몇 가지 처분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꼭 한번은 써보고 싶었던 장비를 손에 넣고 보니 그 기쁨이 각별했다.
라이카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엇갈리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쁘다" 라는 말은 못 들어 본 것 같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거금이 들었다는 것이지만 니콘 F3신품의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 바디 가격으로만 보면 라이카가 비싸다는 말은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고 오히려 중고가격은 라이카의 가격이 훨씬 비싸니까 소장가치로 따지면 당연히 라이카에 많은 점수를 주어야 하겠다.
물론 니콘 애호가들은 R6.2와 니콘F3와의 비교는 사양에 차이가 있음을 이유로 비슷한 가격이라도 F3에 후한 점수를 주고, 또 혹자는 F3바디에 라이카 렌즈라면 꿈의 결합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F3가 모든 사람에게 꿈의 바디가 될 수 없듯이, 생각의 차이라고 보고 싶다.

렌즈에 대하여는 신품, 중고품을 막론하고 라이카와 기타 렌즈의 가격 차이는 꽤 심하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표준렌즈의 경우에 있어서도 라이카 50미리 F1.4의 경우 웬만하면 중고도 100만원을 넘어가니까, 어지간해서는 써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2.0 스미크론으로 참고 만다. 다행인 것은 해상도로만 따지면 스미크론이 가장 좋단다.
광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8미리 같은 경우 일제 중고 제품은 별 부담없이 구할 수 있는데 일단 라이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그나마 중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망원쪽으로 가면 그나마 여타 렌즈와 차이가 조금 적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기는 한가지다. 그런데 외국의 경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중고제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보다는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 듯 싶은데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물건이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 아닐지…

어떤 사람이 특정 물건을 선호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선악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라이카가 성능에 비해 비싼 것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사용하기에 달려 있다고 하여야 하겠다.

각설하고, 아무튼 R6.2를 손에 쥐어 본 느낌은 작다는 것이다. 내가 지식으로는 R6.2는 R7과 R8을 제외한 기존의 다른 R바디와 크기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느낌상으로는 더 작다는 느낌이었고, 물론 펜탁스의 수동 명기인 MX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꽤 나갔다.
가볍다는 느낌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의 재질을 많이 사용한 제품에서 받을 수 있는데, 가벼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면, 반드시 묵직하다는 것이 장점만은 아닐 것이다. 니콘의 FM10이나 캐논의 EOS보급기종은 가벼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크기에서는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MX와 비교하면 높이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실제로 크기를 느끼게 되는 폭에서는 3미리 정도 큰 것으로 사양서에 나와 있으니 내가 작다고 느낀 것이 무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니콘 F3를 사용하면서는 다소 크다는 느낌이었는데 R6.2와 비교를 하여보니 실제로 크기에서 꽤 차이가 났다.

R6.2가 다른 메이커의 기계식제품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 측광방식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요새 생산되는 전자식 카메라들은 대부분 측광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중앙부 중점 또는 평균 측광의 선택이 가능 한 점은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시야율은 92%로 일반 카메라와 별다른 차이가 없고 파인더상의 배율도 일반적인 사양이다.
셔터스피드는 1초에서 1/2000초 이며 B셔터가 있고 X접점은 1/100초로 알고 있다.
기타 사양은 웹 사이트의 카메라 정보에 들어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그런 것에 대하여는 생략한다.

라이카의 화인더는 최대한의 밝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양질의 은도금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제품과 비교하였을 때 밝은 느낌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라이카를 쓰다가 다른 제품을 쓰면 어두워서 못 쓸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라이카의 미러를 들여다 보면 반 투명으로 되어 있는데, 뒷부분에 금색의 반사판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카메라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고, 검증 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화인더의 밝기에 한 몫을 하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추론을 입증하기 위하여 몇 가지 실험을 해 보고 싶었지만 비싼 장비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는 일은 삼가 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기 때문에…나중에 중고 R4라도 구하게 되면 한번 시험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화인더를 들여다 보면, 다른 제품과 차이가 있는 것을 제법 느낄 수 있다.
특히 벨로즈를 이용한 접사 촬영 시 다른 제품의 경우 초점 맞추기가 곤란할 정도로 화인더가 어두워지는데 비해 라이카는 상당한 밝기를 유지하여 주었다.
화인더의 밝기와 관련한 장점은 야간 촬영 시에 뚜렷이 느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눈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시도를 조절하여 사용하는데, 맨 눈으로 구도를 보다가 화인더를 들여다 보면 훨씬 밝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나 처럼 눈이 나쁜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화인더에 장치되어 있는 시도 조절장치는 매우 유용한 장치인데, 예전에 사용하던 펜탁스의 SFxN과 비교하였을 때 동작방법이 불편하였다. 특히 바디를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사용하려면 시도가 잘 안 맞아서 다시 조절하곤 하였는데 사용방법이 잘못 된 것 같지는 않고 조절링이 쉽게 풀리는 것으로 보인다.

화인더 커튼은 자동으로 촬영 시 화인더를 통해 들어 온 빛이 노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유용한 장치이지만 내 경우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장치 중의 하나이다. F3에서도 느끼는 점이지만 기껏 초점을 맞추어 놓고 화인더 커튼을 치기 위하여 다시 카메라를 만지는 것은 어쩐지 카메라의 조절이 흔들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여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나 같은 아마추어에게는 조금 과분한 장치로 여겨진다.
다만, 라이카의 그것은 화인더 옆에 붙어 있는 콩알보다 약간 큰 다이알을 90도 돌려 주면 되는데, 니콘 F3보다 불편하기는 해도 작동은 훨씬 부드러운 것 같다.

화인더 내부의 정보는 꼭 필요한 정보만 표시가 되어 복잡한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고급 카메라들이 때때로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화인더상에 배열하여 놓아 익숙하여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있는데 R6.2에서는 그럴 염려는 없고 또 화인더를 통해 보이는 글자의 크기도 F3보다는 훨씬 보기 편하게 충분히 큰 글씨로 나타났다. 사실 F3에서는 글씨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조금 어두운 곳에서는 잘 알아 보기 어려웠고 또 조명장치도 너무 스위치를 작게 만들어 놓아 조작이 어려웠는데 R6.2의 조명장치는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렌즈 해체장치 밑에 붙어 있는 미러업 장치는 케이블 릴리즈를 (아니면 직경 1미리 쯤 되는 철사나 성냥개비 같은 것으로도 작동 가능하다. 단 성냥개비가 속에서 부러지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질 수 없다.) 사용하여 작동시키는데 사실 미러업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는 마크로 촬영이나 망원의 사용 등 특별한 경우니까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가끔 릴리즈를 빼놓고 온 경우에는 아마 F3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F3의 경우에도 셔터를 누르기 위하여는 릴리즈가 필요하니까 마찬가지가 되겠지만… (참, 셀프 타이머가 있군.)
라이카의 미러업 기능과 관련한 문제는 전자식으로 작동이 되기 때문에 미러 업을 하고 나면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는 미러 업 해제가 안 된다는 것과 또 타이머 기능과 미러 업 기능을 동시에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릴리즈를 사용한 미러업 기능의 장점은 카메라 바디의 움직임을 방지 한다는 것이다.
마크로 촬영 등에서 미세하게 조절하여 놓은 초점이 미러업 작동도중 움직여 버리면 그것도 곤란한 문제가 아닐까?
니콘 F3의 경우는 미러업 작동 시 다소 힘이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카메라가 움직일 가능성이 많은데 R6.2에서는 그럴 염려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모든 조건을 100%만족시키도록 설계하기는 어려운 듯하니 한가지 장점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 같다.
니콘의 기종 중에는 미러 업 스위치가 없는 대신 타이머를 이용하면 미러가 미리 올라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미러업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데 이런 방식도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케이블 릴리즈가 없어도 되고… 다만 피사체의 특정 장면에(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 피사체가 흔들릴 때 바람이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라든지 움직이는 장면을 찍는다든지) 시간을 맞추어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겠다.

심도 미리보기 기능은 다른 라이카와 같은 모양이고, 항상 느끼는 바 이지만 독일기기의 디자인 정신 같은 것이 배어 나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양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합리성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일제 카메라의 심도 미리보기 단추는 얼마나 예쁜가? 손가락이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A/S가 안된다고 하던데 기구적인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국내에서만 그런건지 모르겠군요.

그 외에 다중 노출장치는 필름 되감기용 노브를 사용하도록 하였고 노출 보정, 필름감도 설정 등의 기능과 디자인은 F3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머 장치는 렌즈 릴리즈용 버튼 바로 밑에 조금 커다란 콩알만한 다이알을 조작하게 되어 있는데 이놈을 90도 돌려 놓고 셔터를 살짝 누르면 (세게 누르면 그대로 찍혀 버린다) 프리즘 전면에 LED가 반짝거리며 10초 후에 작동한다.
이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때때로 타이머를 동작시켜 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그대로 셔터를 작동시키면 되니까 타이머로 인한 시간 낭비 같은 것이 없다.
또 한가지는 타이머 작동이 완료 되면 스위치가 원 상태로 돌아 오니까 다음 프레임에서 불필요한 타이머를 작동 시킬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F3가 그런 문제가 있는데 타이머 스위치를 사용하고 나서는 반드시 원 상태로 회복 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타이머 작동이 될 테니까...
단, 타이머는 밧데리가 없거나 또 미러업을 시켜 놓아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이 바디에서 유일하게 교환하여 쓸 수 있는 것이 화인더 스크린(또는 초점 매트)이다.
라이카의 화인더 스크린은 일제의 그것과 비교하면 다소 투박하게 생겼는데, 렌즈 마운트를 통하여 분리가 가능하고, 아무튼 빼고 끼는 것은 상당히 쉬운 편이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다.
단, 스크린을 빼 보다가 잘못하여 미러를 오염시키면 대단히 후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상당한 주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스크린에 먼지가 많이 오염되어서 청소를 하여야 하는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기본 스크린은 스플릿 이미지와 마이크로 프리즘이 조합되어 있는 일반형이고, 그 외에 여러가지 스크린이 준비 되어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카를 만지면서 기분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어깨 끈을 바디에 고정시키는 고리 부분인데 아주 합리적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어 빼고 끼우기 쉬우면서도 바디가 고리의 금속부분에 닿아 손상 될 염려가 없고 또 끈 조정도 쉽게 잘 만들어 놓았다.
사소하지만 라이카를 대하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인 중의 하나라 여겨진다.

이제 사용소감을 적어 보자.
뒤 뚜껑을 여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리와인드 크랭크를 위로 잡아 뽑으면 열린다.
카메라의 내부는 여느 카메라와 다를 바가 없지만 내가 운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일제 카메라에 가끔씩 보이는 필름가이드 레일의 흠집 같은 것이 전혀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 있다.
필름을 장착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일제 카메라에 비해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필름스풀의 돌기 높이가 너무 낮기 때문에 처음 필름을 스풀에 감을 때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감기지 않는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펜탁스의 바늘형 필름장착 장치에 가장 호감이 간다.
하긴 요새 나오는 자동장착장치의 편리함에는 물론 비길 것이 못되지만...
필름을 장착하고 뒤 뚜껑을 닫으면 세심한 설계와 정밀제작의 결과가 보여 주는 작동의 부드러움이 확실히 느껴진다. 뒤 뚜껑의 잠김장치가 여느 일제 카메라처럼 면 접촉식이 아니라 롤러를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묵직하면서도 확실하게 작동되는 뒤 뚜껑의 느낌에서 이 카메라의 셔터 감각이 어떨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하여 준다.
아마 이런 느낌은 다른 카메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F3의 경우는 경쾌한 셔터의 느낌과 같이 뒤 뚜껑의 작동도 같은 느낌이다. MX의 경우는 셔터의 느낌이 정말 좋다. F3와 같이 셔터막이 세로 주행식인데 재질이 천 종류여서인지 정말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확실히 주관적인 것이라 어떤 사람은 이러한 느낌이 맥이 빠진 것 같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R6.2의 셔터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겁다. 그러나 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면서 "확실히 작동되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처음 1~2장의 공 회전 후부터는 촬영에 들어 갈 수 있다.
셔터다이얼과 함께 붙어 있는 전원스위치를 켜면 스팟 측광 촬영 모드로 들어간다.
굳이 전원스위치를 켜지 않아도 셔터는 작동이 되니까 측광이 필요치 않다면 아무 것도 손 댈 것이 없다.
조리개를 맞추고 화인더를 들여다 보면 화인더의 하단에 조리개 값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셔터스피드가 역시 선명하게 표시된다.
왼쪽으로는 노출이 맞았는지를 표시하여주는 하나의 둥근 LED표시와 그 양쪽으로 역시 LED삼각형표시가 나타나 노출의 과부족 상태를 표시해 준다. 조리개 또는 타임 다이알은 이 삼각형의 방향에 따라 돌려 주면 정확한 노출을 세팅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표시정보가 후레쉬 정보인데 TTL후레쉬를 사용할 경우 후레쉬에 대한 준비상태, 적정노출 여부 등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다.
니콘의 F3에는 없지만 FE2에 있는 장치 중에 노출 보정 경고등이 있다.
사실 F3는 프리즘이 분리되기 때문에 감수하여야 할 여러 불편한 점들이 있는데, 프리즘을 자주 교체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쓸데 없는 불편을 감수하는 셈이다.
이 노출 보정 장치는 작동을 시켜 놓고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인더 안에 경고등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니콘의 FE2는 노출 보정 경고등이 따로 화인더 안에 표시가 되지만 R6.2의 경우는 측광모드를 표시하는 LED가 깜빡 거리는 것으로 노출보정 장치의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다.

노출표시가 적정 노출에 오도록 셔터스피드를 조절하고 셔터를 누른다.
묵직한 셔터의 느낌이 일제 카메라의 셔터에 익숙한 내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지만 아무튼 나쁘지는 않다.
라이카의 셔터 느낌은 모든 R모델이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 (R4와 RE를 사용하여 보았습니다) 아마 기계식이든 전자식이든 셔터의 기계적인 기본 구조는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셔터 막이 열리기 시작하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측정하여 보면(이 시간을 무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상 여기에서는 "셔터반응속도"라고 부르자) 일제 카메라보다는 많이 뒤떨어지리라 느낌이 든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실제 사진 촬영에서 셔터 반응속도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가령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는 피사체가 순간적이나마 정지상태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하여 실제 정지상태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약간 미리 셔터를 누르는데 이때 미리 누른 시간과 실제 셔터반응속도가 잘 맞아 떨어지면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곳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셔터 반응속도가 빠르면 물론 느린 것보다는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감각적인 것이므로 셔터 반응 속도의 빠르고 느린 것에 대한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는 사실 RF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눈으로 보면서 셔터를 끊는다는 것은 장님이 되어 버리는 SLR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필름의 장전은 매우 부드럽다.
F3도 그렇지만 필름을 장전하지 않은 상태로 필름 전진 레버를 돌려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일정하게 힘이 들어가다가 갑자기 "덜커덕"하며 헛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R6.2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 캠의 구조상 그런 것으로 추측하지만 MX의 경우는 처음서부터 끝까지 느낌이 일정한 것으로 미루어 MX의 기구설계가 조금 더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필름이 장전되고 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가이드 레일에 밀착되어진 필름이 어느 정도의 저항을 주기 때문이리라…
R6.2에서는 필름 장전 레버를 돌려보면 카메라 내부에서 태엽이 감겨 돌아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이 소리는 특히 셔터를 누를 때 특정 셔터 스피드에서 두드러지는데 1/250초에서는 태엽 풀리는 소리가 제법 길게 들린다.
내가 예전에 사용하던 Top-con이라는 카메라를 분해해 본적이 있는데 그때 셔터를 따로 분리하여 작동을 시켰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Top-con에 사용 된 셔터는 코팔 셔터였던 것으로 기억 되는데 기구설계상의 특성으로 특정 셔터스피드에서 캠, 또는 기어가 변환되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카메라의 노출계가 정확한지 여부와 TTL후레쉬 촬영에 대하여는 점검을 하여 보지 못하였고 촬영한 결과는 렌즈의 소산물이라고 보아야 하니까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미러의 충격이라든가 또는 셔터의 정확성 등은 측정장비를 이용하여 측정하여야지, 단지 느낌만을 언급하는 것은 그릇된 선입관을 줄 수 있으므로 좋지 않겠다.
다만 어느 외국의 전문가가 언급하였듯이 기계식 장치가 전자식 장치의 정확성을 따라 가지는 못한다고 하는데(전자시계와 기계식 시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겠지요), 그 정확성의 열세라는 것이 허용되는 오차 한도 이내라는 것은 집고 넘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셔터 스피드125에서 딱 125는 아닐지라도 126이나 124쯤 나와 주면 좋겠지만 120쯤 나온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조리개의 조절도 그렇게 정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필름의 감도조차도 저장조건 등에 따라 변하는데… 문제는 항상 120이 나와 주느냐 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라이카가 믿을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결론적으로 라이카R6.2가 좋은 카메라라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물론 가격이 상당히 고가이고 또 기능상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R6.2의 경우 많은 부분이 여전히 숙달 된 기술자의 수작업에 의존한다고 하니까 가격문제에 대하여는 이해가 간다. 특히 요새 출시되고 있는 일제 카메라의 신품 가격을 보아도 그렇고 또 중고가격의 시세가 라이카와 다른 카메라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라이카의 가격이, 특히 바디에 있어서는, 결코 비싸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또한 어느 메이커가 되었든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어느 기술자가 꿈의 카메라를 만든다고 하여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것을 보면 얼마나 사람의 입맛이 각각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국 명기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화 의도와 예산에 맞는 제품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오랫동안 사용을 하여 가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완성시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R6.2는 기계식으로서 정적인 사진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벗이 될 수 있겠지만 전자식 또는 자동초점 장치가 가지는 장점을 고려할 때, 보도사진이라든지 동적인 사진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AF시스템이 나오기 전에도 훌륭한 보도사진은 존재하여 왔으니까 MF라고 하여 보도사진이나 동적인 사진에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컴퓨터가 있는데 굳이 타자기를 써야 할 필요가 없듯이 보다 편리한 장비가 있는데 굳이 불편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편을 감수하고도 남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는데, 그 이유를 여기서 나열하기에는 나의 지식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추천 0

댓글목록

라이카클럽님의 댓글

라이카클럽

▽ No, 87
▽ 이름:강웅천 (hyunuu@hananet.net)
▽ 분류:기타
▽ 2001/6/7(목) 21:43
▽ 조회:522

Re..자세한 사용기 감동적입니다.

사용기가 너무 자세해서 감동적입니다.
정확한 용어사용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부분은 혹 도움이 되실까하여 적어봅니다.
미러를 통해 들여다 보이는 뒷부분의 금색의 반사판 같은 것은 노출을 측정해 주는 도구 입니다.
라이카만의 특징이구요
더 정확한 노출을 측정하게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라이카의 미러를 들여다 보면 반 투명으로 되어 있는데, 뒷부분에 금색의 반사판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카메라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고, 검증 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화인더의 밝기에 한 몫을 하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추론을 입증하기 위하여 몇 가지 실험을 해 보고 싶었지만 비싼 장비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는 일은 삼가 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기 때문에…나중에 중고 R4라도 구하게 되면 한번 시험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진규/사자콧털님의 댓글

이진규/사자콧털

와!!!
정말 감동적인 사용기네요.
카메라에 대한 내공과 애정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사용기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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