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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페인트 M3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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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Jeanie
  • 작성일 : 06-09-2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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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해바라기씨는 날린다

태양을 향해 두 팔 벌린 청년의 삶은 온 데 간 데 없으나
땅위에 남겨진 그의 발자욱이 가슴으로 찾아 온다

그래도 현자(賢者)는 말이 없다.

사색.

앙리 까르띠에 블레송(Henry Cartier Bresson)..사진가이기 이전에 화가였고 화가이기이전에 철학의 깊이를 아는 사색가였고 초현실적이었으나 이내 인간의 삶속에 뛰어 들어가 역사와 투쟁했던 책임있는 한 인간이었다. Linclon Kirstein은 이렇게 말했다. “책임있는 예술가로 그는 그의 작품에 대하여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는 인간이었다.”

독일군의 포로로 잡혀 있을 때나 중국과 인디아 그리고 이집트와 쿠바, 소련을 거닐 때도 그는 이 화두를 놓치 않았다. 너무나 그 자신이 지적인 사람으로 비쳐질때도 그는 민초들의 삶을 사랑했다. 어쩌면 그의 이 사랑은 스페인내전의 참상을 겼었던 젊은 날의 초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굴곡진 인간의 내면을 다룬 지오메티의 조각을 보노라면 그에게서 브레송이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내심 짐작이 간다. 마티즈(Matisse)또한 그랬을 것이다.

폭력은 결코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브레송은 마하트마간디(Mahatma Gandhi)의 작업을 통해서 알았으리라. 현자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함으로써 진정 얻어질 수 있음을 그는 초현실을 탈피하라는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거의 유고에 가까운 충고를 따름으로써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위적인 구도를 싫어했을 것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다 볼 때 진정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은 포착되는 것이리라.

블랙페인트 M3 로망.

그가 인생의 반려로 택한 라이카 35미리 레인지 파인더는 몇 개나 되는 것일까. 사진을 잘 찍을 줄 모르는 저는 언제나 그네들이 사용했던 사진도구들을 찾아나서는데 관심을 많이 가졌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딱 한 개.. 1955년에 리히쯔(leitz)사가 그에게 증여한 일련번호750,000의 M3 Silver가 존재한다.
여기에 Robert Delpirer 가 저술한 ‘Wer sind Sie"란 책을 근거로 1965년 3월경 리히쯔사 본사에서 IIIC에서 Black Paint IIIG로 개선된(converted)그의 한 애마가 있다. 하지만 일련의 기록과 유망한 콜렉터들의 전언들에 의하면 1950년대 후반 모스크바(Moscow)에 라이프사 사진기자로 활약했던 브레송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대상인 러시아인들이 끊임없이 보이는 그의 레인지파인더카메라에 대한 관심 때문에 라이카본사에 Black M3을 주문했다고 한다. 오랜시간동안 사물을 관찰하는 그의 습성으로 인해 그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주문한 사진기가 오기 전까지 혹은 갖고 있던 크롬카메라들은 검은 테이프를 칭칭 동여붙여 사용했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과연 브레송은 Black Paint M3를 사용했는가? 러시아인으로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했던 Leonid Bergoltsev 는 1962년에 M3를 구입했는데 이는 브레송의 도움이 컸다. 당시에 소비에트 유니온엔 브레송 말고도 Howard Sochurek 라는 라이프(Life)사 사진기자가 체류했었다. 당시 또 다른 프랑스의 사진기자로 라이프사에서 명성을 날린 David Douglas Duncun도 1958년 블랙 페인트 M3를 라이카사에 주문한 기록이 James Larger의 책에 기술되고 있는 것을 보면 브레송이 이 블랙페인트 M3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어디까지나 아직은 가설인 이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1960년대의 블랙 메라들은 거개가 프로페셔날 사진가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1960년대 미국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작업을 한 브레송은 그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그림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1970년대 초 사진찍는 일을 접는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지 모를 브레송의 또 다른 애마를 찾는 일은 전적으로 감히 저의 몫인 것 같다. 아직은 이 땅에 살고 있으니까..

사노라면.

사노라면 만나게 되겠지. 배려하며 가기로 하자. 별로 그렇게 말이 없었던 브레송은 딱 한사람 파리서 난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도 다시 이 사람을 만난 일은 없었다고 한다. 멕시코에 살았을 때도 하도 그의 얼굴이 선홍빛깔을 띠어서 분홍색 새우얼굴이라는 별명이 붙었었다고 하는데 ‘눈(eye)’과 ’마음(heart)‘의 진정한 관계는 ‘정갈한 마음(pure heart)’ 으로만이 얻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NICK NAME인 것 같다.

참고문헌.

Robert Capa, Photographs, Ist Edition, 1996. NYC.
Wer sind Sie, Robert Delpire.
Michael Kimmeliman, Henri Cartier-Bresson, Artist Who Used Lens, Dies at 95, New
York Times, 2004.
LHSA, Viewfinder, Vol, 30, 31, 32, 33, 38,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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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의 손때가 묻은 블랙 M3는 미국의 한 젊은 사진가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진가도 훗날 세계적인 사진가의 반열에 올랐지요. 이름을 알았었는데, 가물가물하군요.
(구글에서 검색을 해봐도 찾아지지가 않네요.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길.)

제 생각엔 그 역시 HCB의 M3를 애지중지하지 않고, 그냥 선배가 물려준 카메라로 여기고
열심히 사용했을 듯 싶습니다. 까르띠에-브레송이 사용했던 카메라라고 경매에라도 나왔다는
얘긴 듣지 못했으니까요. 가난한 젊은 사진가로서 대가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를 팔고 싶은
유혹이 있었을텐데, 거장에 대한 예의를 지켰던 것 같습니다. 아마 HCB의 블랙 M3가 발견된다면
유명한 엘리어트 어윗의 블랙 M3보다 훨씬 더 높은 소장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전쟁에도 종군사진기자로 활동했었던 데이빗 더글라스 던컨(DDD)은 앙리와
동료지간이지요. 앙리는 사진찍히는 것을 무지 싫어했는데, DDD는 잡지사의 요구로
앙리와 개인적인 만남에서 똑딱이카메로로 HCB를 촬영합니다. HCB는
DDD가 그 필름을 개인적으로 소장한다는 약속을 받고 캔디드 샷 촬영에 응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봤더니 사진집이 출간되었죠. 이 일로 인해 앙리는 데이빗과 절교하게 되었죠.
두 사람 다 이 때 당시 나이가 상당했었는데, 사진가들의 고집이란 정말 대단한 듯 합니다.
당시 데이빗 더글라스 던컨이 촬영한 사진에 HCB가 미니룩스 블랙을 들고 있는 것이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양주환/비빔면님의 댓글

양주환/비빔면

그사진집이 혹시 faceless 아닌가요?

이원용님의 댓글

이원용

너무 재미있는 글들이군요...한번에 쭉 읽어 내려갔습니다.
바르낙...지금 제 가방에도 들어있지만 참 가슴을 들뜨게 하네요...^^

이상제님의 댓글

이상제

faceless 맞습니다.

박철기님의 댓글

박철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이미지까지 첨부해주셔서 언뜻 보면 건조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덕분에 제가 존경하는 두 분을 배경화면으로 만들었습니다. 매일 보면서 꿈도 키우고 노력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p.s 참고로 오른쪽에 계신 노인은... Apocalypse Now 편집자인 Walter Murch 입니다.

배욱님의 댓글

배욱

재미있는 이야기들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모르던 사실을 하나 배운것 같네요

이승혁님의 댓글

이승혁

브렛송이 달라이라마를 촬영할때의 장비는 M6에 엘마50mm구모델이었읍니다. 그당시의 취재사진이 있었는데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가물가물해서...

구명기님의 댓글

구명기

너무 멋진 이야기입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문정수님의 댓글

문정수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이네요 ^^

사진 취미로 하면서 가장 감동받으며 본 사진이 브레송 사진인데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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