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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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송현종
- 작성일 : 06-09-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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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클럽에 올린 글입니다.
*라이카와 나 :
별 관계 없습니다. 두 달쯤 전에 elmar 3.5를 장터에서 구해서 사용하다가 보름전에 장터에서 elmar 2.8로 교환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동안 흑백 10롤, 슬라이드 3롤, 네가 2롤 정도 찍어 보았습니다. 라이카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글은 없는 것 같아 몇 일 동안의 모험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계 기 :
장터에서 elmar 2.8을 구입할 때 양도해 주시는 분께서 오래 된 렌즈인데 스크레치는 없으나 렌즈안은 깨끗하지 않다고 충분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받아보니 렌즈안에 뿌옇게 뭔가가 들어 있더군요. 오래된 렌즈는 그러려니하고 사용하였습니다.
흑백사진을 찍어보니 nokton 40, sc 25가 주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칼라사진은 실망이더군요. 소프트필터를 사용한것도 아닌데 뿌옇게 흐려진 기운이 돌면서................
칼라.. 어떻게 할 수 없을까....
*발 단 :
일이 벌어진 그 날 저녁에 저는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차 한잔 마시다가 불연듯... 뜯어서 청소하는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샤프펜슬과 컴퍼스의 뾰쪽한 날이 보였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주어 들었습니다.
*1 차 시 도 :
첫번째 사진을 보시면 외관상 분해를 시도할 수 있는 부위를 오렌지와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습니다.
첫시도때 오렌지색 동그라미에 있는 두 홈을 샤프와 컴퍼스를 젓가락 잡듯이 잡고 돌려 보았습니다.......실패
90도 정도 돌아가고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몇 번 어긋나면서 렌즈 주위 검은 도장 부분에 많은 상처를 냈습니다.
(이 부분은 조리개를 만지기 위해서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1군 렌즈를 분해하면 조리개를 만질 수 있을테니까요.)
*2 차 시 도 :
첫번째 사진의 파란색 동그라미 부분 중 좌우의 나사부분을 돌려보았습니다. 잘 풀어지더군요.
촛점조정용 노브를 조금 풀어 헐겁게 하니 쉽게 풀려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렌즈분해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마운트 되는 부분을 기계적으로 조정할 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빨간색 화살표부분에 있는 자그마한 나사... 지름 1미리, 길이 1.5미리쯤 되는 이 나사가 경통을 풀어주는 열쇠였습니다.
나사를 푼 다음. 경통부분과 마운트부분을 양손으로 잡고서 경통부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힘껏 비들어 주면.........
아주 힘껏 비틀어 주어야 합니다. 경통부분과 마운트 부분이 따로 돌아갑니다.
한참을 돌리면 경통과 마운트가 분리됩니다. 2번째 사진이 경통 부분입니다.
여기까지 분해하고 나니 지쳐오더군요. 프리젠테이션 준비도 끝내야 하고.......
*포 기 :
다음날 프리젠테이션 끝나고 렌즈를 가지고 근처에 있는 카메라 수리점에 갔습니다.
수리점. 렌즈를 보더니 가지고 가라고 하더군요.
기술자의 자존심에 남들이 장난 친 렌즈 수리는 안한다고..... 어디 딴 곳에 가도 안해 줄테니까 그냥 가지고 가서 소장하시라고......
특히 라이카 렌즈는 밀봉된 곳을 녹여가면서 분해해야 되기 때문에 최소10-15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말도 슬쩍 흘리면서..............
*3 차 시 도 :
경통을 분리하면 두번째 사진의 빨간색 화살표 부분만 분해를 시도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두번째 사진의 오른쪽 둥근 링입니다.)
앞서 1차시도때 실패한 방법으로 돌려 보았습니다. 역시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니 상처가 남더군요... 어쨌던. 힘껏. 돌리면 돌아갑니다.
링을 분해하고 나면 3군렌즈(3번째부품)가 움직입니다. 조심스럽게 움직여 보면 2군 렌즈도 같이 나옵니다. 이때에는 힘들지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경통에 포함된 1군렌즈, 별도의 2, 3군 렌즈, 링. 합해서 4가지 부품까지 분해했습니다.
*청 소 :
별 준비없이 감행하다보니 청소 도구도 없었습니다. 바람 몇 번 불어주고 융으로 부드럽게 딱아 주기만 했습니다.
렌즈를 뿌옇게 만들었던것은 딱아보니 기름인것 같습니다. 2, 3군 렌즈에서는 먼지만 딱였지만 1군 렌즈에서는 기름이 묻어 나왔습니다.
이번에 분해한 엘마는 1군 렌즈 뒷 쪽에 조리개가 있는데, 아마도 조리개의 윤할 기름이 1군 렌즈 쪽으로 흡착되는것 같습니다.
*조 립 :
조립은 분해의 역순. 두번째 사진의 화살표는 경통 외부의 나사가 조여지는 구멍을 가리킵니다. 이 구멍을 맞추는것이 조립의 핵심인것 같습니다.
분해된 렌즈를 모두 끼운 다음 경통에 넣어서 시계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거의 다 들어가면 돌리기가 어려운데 이때, 최대한 조으면서 화살표의 구멍과 외부의 나사구멍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힘 좀 썼습니다.
(분해한 렌즈의 촛점에 이상이 생기면, 이 부분에 원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촛점은 렌즈와 촬상면의 거리 문제이니까요.)
*촛 점 확 인 :
조립하기 전에 타 클럽의 게시판에 문의를 했었는데, 그 날 접속이 안되어서 조언을 읽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글을 읽고 몹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http://www.voigtclub.com/lb/lord.php...ay=30&no=30324)
RF는 현상,인화 하지 않으면 달리 촛점을 확인할 방법이 없을것 같아 바로 2롤 정도 촛점 위주로 찍어 보았습니다. 몇 컷은 10*15로 인화하였습니다. 참으로 다행히 촛점은 잘 잡혔습니다.
댓글목록
박활님의 댓글
박활
에고 ... 이런 글 읽으면 또 제가 가만히 있질 못하는데 ...
안그래두 뭐든 분해하고 보는 성미라서 ....
암튼 수고하셨습니다 ^ ^
유상훈님의 댓글
유상훈
이야 , 대단하시네요 ~
저는 가지고 있는 렌즈 속이 정말 궁금하긴 한데 차마 분해해 볼 용기는 못내고 있거든요 ,,
사진에 나온 렌즈는 공을 많이 들여서 청소한 것이니 더 정이 가실 것 같습니다 ^^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지금 분해하신 것이 다행이도 2.8엘마였기에 망정이지 3.5였다면 아마 렌즈가 걸레가 되었을 겁니다.
2.8은 유리소재가 강한 재질이지만 3.5는 매우 약한 재질입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스크래치가 남습니다.
앞으로는 가급적 자가분해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엘마등 올드렌즈는 특성상 코팅이 매우 약합니다.
조금만 닦아도 지워지기 일쑤이지요.
촛점은 맞아도 코팅이 지워지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휘발성이 강한 클리닝 액은 피하시고 (특히 알코올류) 전문적으로 렌즈오버홀하는 곳에 맡기시기 바랍니다.
박경주님의 댓글
박경주
대단하십니다.
자가 렌즈 청소는 상상도 못했는데..
저같으면 바로 수리점인데..
좋은 경험. 잘보고 갑니다.
김영하님의 댓글
김영하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갈 듯 합니다.
멋진 칼라사진도 많이 찍으시길...
안승국님의 댓글
안승국
렌즈 초점을 간단히 확인해보는 방법으론 삼각대를 거치하고 B셔터로놓고 핀터글라스를
대고 렌즈는 무한대로놓고 핀터글라스에 루페로 들여다보면 핀터의 확인이 쉽게 확인할수 있읍니다...
이시복님의 댓글
이시복
지혜와 용기가 있는자만이 누릴수 있는 행복을
혼자만 가지시는군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차태석님의 댓글
차태석
참으로 용기 있는 시도 이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라이카 유저에게 정말로 '무모한 시도'에 자극제가 되실까 좀 염려 되기도 합니다.^^
렌즈를 잘 못 건드리면 결국 루페 대용으로 전락 하게 됩니다.
고가의 렌즈는 그 가격 그대로의 루페가 되는 셈 이죠.
암튼 축하 드립니다. 이제 이 렌즈에 정이 더 듬뿍 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