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스타 해변(Siesta Beach)과 샤무(Shamu) 그리고 아버지의 M5, 35/1.4 Summilux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Jeanie
- 작성일 : 06-07-04 22:46
관련링크
본문
이렇게 샴페인 색깔을 내는 해변은 처음 본다. 갓 뚜껑을 따낸 최고급 샴페인 와인의 색깔처럼 너무나 아름다워 신비스러운 기운마저 든다. 어디서 이 빛깔은 만들어지는 것일까..저기 남태평양의 진주조개가 나오는 섬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신이 샴페인을 하늘에서 선사하신 걸까..동부에 백년만에 내린 오일간의 장대비가 여기 플로리다의 씨에스타까지 내려오지는 않았을텐데 이곳에 사는 그 할아버지의 말씀인즉 지난 두 달간 비도 오지 않았다 하신다.
이렇게 백야처럼 희고 고운 모래는 처음본다. 모래가 아니라 앙꼬를 부수워놓은 것 같이 너무나 부드럽다. 짜이스 안경알에다 부어놓고 시험삼아 문질러대도 기스가 나지 않는 듯 하다. 물이 고우니까 모래도 고운가보다. 폭풍이 온다는 방송이 나오고 이내 휴게소로 들어가라 한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안내 멘트가 기쁨을 준다. 한 이십분 후면 다시 햇빛이 올 수 도 있으니까 실망하지 말고 기다려보라는.. 아니나 다를까 이십분 남짓 지나고 나니까 다시 또 태양이 얼굴을 비춘다.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샤무(Shamu)- 이 해변에서 태어난 바다동물이 아닌가도 싶다. 상상의 나래이지만. 회자되는 얘기중엔 이 바다동물을 보아야 오래 산다고 한다. 나는 이 샤무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집으로 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플로리다 시내에 Sea Wolrd 까지 가게 되었고 플로리다까지 내려온 시간이 아까워 무작정 자동차의 엔진을 멈추었었다. 돌고래쇼를 보면서 너무나 놀랐다. 그렇게 애잔한 미소를 짓는 --돌고래는 처음 보았다. 하늘엔 앵무새들이 날아다니고 무희는 와이어줄에 매달려 공중회전을 수없이 반복하고.. 여기까지인줄 알았다.
사람들이 ‘샤무(Shamu)'를 보러간다고 난리들이다.
돌고래의 일종인 것 같은데 꼭 판다곰처럼 희고 검은 무늬가 무척이나 조화롭고 아주 크고 잘생겼다. 그 때 였다. 어디선가 눈에 익은 조련사가 큰 스크린에 클로즈 업 된다. 영화에서 본 듯하다. 처음엔 아까 본 돌고래보다 한 배는 커보이는 4-5미터의 샤무가 나타났다. 회전과 유영..다시 잠수..그런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음악의 장단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관중들이 외쳐대기 시작한다. “샤무 샤무!!"
내 눈이 의심스러워진다. 방금 전 조련사가 깊이 입수한 것을 보았는데 갑자기 집채만한 검고 흰 고래가 파라디 파란 쇼장의 물살을 가르며 조련사를 덮칠기세로 솟구쳐 오른다.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띤 머리에 어느 새 조련사가 달려있다. 아.. 이렇게 부드럽게 공중부양하듯이 솟구쳐 오를 수 있을까..순간 배속으로부터 기어나오는 관중들의 탄성이 한데 어무러진다. 화...족히 8m는 넘게 보였다. 그 아름다운 삼각형 꼬리를 물위에 대고 적어도 2-3초는 조련사를 자기 목에다 붙들어매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이란..인간과 자연의 만남이듯이 두고 두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신비한 감정이 든것은 처음이었다.
한 여자 조련사가 자기 소개를 한다. 이십년 전 이 샤무를 보고 자기는 샤무의 조련사가 될 꿈을 꾸었다고 한다. 아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시간에서 이곳으로 달려와 10년을 보냈단다. 그녀가 어릴적에 본 샤무가 바로 이 큰 고래였고 이 샤무는 -- 세 마리를 낳았단다. 곧 이어 관중석에서 한 아이를 무대쪽으로 내려오게 하더니 남자조련사가 이 소녀에게
묻는다. what is your dream on future? 소녀는 대답한다. “샤무(Shamu)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요.”
샤무들이 관중석을 향해 물을 뿜어댄다. 그렇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제일 큰 아까 그 새무가 관중석 바로 앞에 무대위로 우주선의 우주인이 유영하듯 너무나 부드럽게 올라온다. 그리고선 우레같은 박수소리가 나자 그 큰 입을 쩍하고 벌리고 턱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분명히 답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외계인들이 돌고래와 텔레파시로 교통했다는..오늘 이 샤무를 만나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샤무(Shamu)- Please long live!
p.s: 제 아버님이 물려주신 30년전의 leitz종이가 그대로 남아 있는 m5 와 35/.14 스미룩스가 아니었다면 씨에스타의 해변의 변화무쌍한 색조를 못 담아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thanks daddy. 사실은 처음 꺼내 사용했습니다. 한번도 바디와 렌즈도 손을 안대었는데 찍힐까..
기우였습니다.
in memory of daddy,
Jeanie.
댓글목록
이영준님의 댓글
이영준
아버님이 남겨주신 귀중한 추억과 함께 좋은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저도 이십여년 전 85년 2월 Key West까지 돌아보다
Orlando Sea World에 들렸었는데
지금은 아무 기억도 없고 그냥 갔었었다는 추억만 남았습니다.
Shamu homepage가 있네요!
조련사 Laura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www.shamu.com/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이번연휴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계획했다가 밀려드는 일때문에 겨울로 미루면서
참 많이 아쉬웠는데.. 덕분에 좋은 공부가되었고, 글도 낭만적입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저는 10년전에 San Diego의 Sea World에서 Shamu를 보고 경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Shamu가 고유명사가 아니고 일반명사였던가요? 당시는 젖으면 안되는 옷과 소지품이 있어서 스탠드 상단의 Wet Zone에 앉았지만 Shamu를 보자마자 물가의 Soak Zone에 앉아 사람 키만한 꼬리 지느러미로 쏟아 붓는 그 물벼락을 맞고 즐기고 싶었습니다.
Shamu는 범고래입니다. 바다의 실질적인 최강자죠. 상어들도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하는 난폭자로 바다의 강도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머리가 정말 좋아서 Sea World의 간판 스타로 손색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 거대한 몸뚱이가 그런 부드러운 점프를 수면 위 몇 미터 씩이나 하는 것을 보면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병욱님의 댓글
문병욱
5월말에 갔었네요~
그땐 그렇게 큰 감흥이 없었는데....
사진을 보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아들놈 꼭 데리고 가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윤병식님의 댓글
윤병식
혹시 범고래(killer whale) 중에서 Sea World 에서 사육 - 그 들의 show에 등장시키는 고래들을 Shamu라고 이름 붙여준 것 아닌가요?
저도 20여년 전 겨울에 올랜도에 있는 Sea World 에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두 번 가 보았습니다. 샤무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참 귀엽더군요.
당시에는 Sea World가 샌디에고, 클리블랜드 그리고 올랜도에 있다고 했었는데...
여하튼, 아버님께서 남겨주신 카메라와 함께 소중한 여행을 하신 것 같습니다.
시에스타 비치도 좋은 것 같구요.
마치 아버님과 여행을 함께하는 느낌이 드셨을 것 같군요.
추신을 읽으면서 애잔한 느낌이 듭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